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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 어린이를 위한 세계 명작 ㅣ 생각쏙쏙 마음쑥쑥 시리즈
토머스 모어 지음, 이나무 옮김, 시몽 바이이 각색 / 이숲아이 / 2020년 5월
평점 :
UTOPIA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원작 / 시몽 바이이 각색, 그림
/ 이나무 옮김 / 이숲 출판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이 책을 보자마자 학창시절 앞뒤 맥락도 없이 외웠던 이 단어조합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그토록 입에 착 달라붙어 있는 책인데, ㅎㅎ 한 번도 원작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아니 원작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네요. 그냥 외워야 하는 책 속의 한 줄에 불과했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아이 덕분에 처음 접해보게 됐습니다. ^^
처음에는 사실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8세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책이긴 할까? ;;
일단 큼직한 책 사이즈와 예쁜 표지에 아이에게 합격점을 받긴 했는데요.
다행히, 책의 글밥도 구성도 아이가 읽기에 큰 무리가 없는 구성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글이 포함돼 있는 페이지인데요.
이 페이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너 줄 정도의 분량이라 어린이들이 읽기 버거워할 분량은 아니겠더라고요.
물론,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을 지는 별개의 문제일 테고요.
위 페이지는 왕의 사랑을 받던 토머스가 어느 날 왕의 분노를 사서 나라로부터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묘시가 펼쳐지는 페이지의 일부인데요. 아이가 이 대목을 읽으며 키득키득 웃어대더라고요.
문득 와~! 엄마는 40년이 넘도록 살면서 한 번도 읽어볼 생각도 못해 본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으면서 키득대는 8세라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참 묘~했는데요.
이 책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각색해 놓은 건데요.
사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충실히 각색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이해할만한 정도의 지식과 비유, 유모로 구성돼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원작들을 맛보기라도 접해본다면 저처럼 원작을 읽어볼 생각조자 못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나중에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좀 더 원작에 가까운 책으로 한 번 더 읽어보라고 권해도 아이는 거부반응 없이 읽어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참~ 출판사들이 열 일하는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
1516년에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 사상가인 토마스 모어가 저술한 작품이다. 그는 헨리 8세의 이혼 문제로 사형 당한 정통적인 가톨릭 신자로서, 《유토피아》에서 기존 법률의 가혹함과 전쟁의 어리석음을 비판하였다. 권두시에 처음 등장하는 '유토피아'는 그리스 어 'ou'와 'topos'를 조합하여 창출해 낸 합성어로서 '아무 데도 없는 곳'을 뜻하였는데, '좋은 곳'이라는 뜻의 'eu-topos'의 동음 이의어이기도 하였다. 유토피아에서 묘사된 이상국은 건물 · 시가 · 위생 · 노동 · 교육 · 경제 등에 관해 매우 진보적이며, 유토피아의 수도 아모로트의 사람들은 여섯 시간 일하고 여덟 시간 자며, 그 외에는 각자의 취미, 특히 독서에 시간을 보낸다. 유토피아의 시민들은 자위상의 필요, 또는 폭정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의 해방을 돕는 경우가 아니면 전쟁을 하지 않는다. 교육은 범죄의 예방으로 실시되며,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은 생계 수단을 위한 교육을 받고 석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토피아 [Utopia] (Basic 고교생을 위한 세계사 용어사전, 2002. 9. 25., 강상원)
유토피아에 대한 네이버 지식 검색 결과인데요.
우리가 이상향이란 말 대신 흔히 사용하는 이 '유토피아'라는 말이 토마스 모어가 창작해낸 신조어였습니다.
'어디에도 없지만, 좋은 곳'이란 뜻의 유토피아는 당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부를 누리는 왕과 귀족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설인데요. 이 유토피아는 발표 이후 수많은 지식인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고, 사실 오늘날까지도 그의 책은 몰라도 이 단어만큼은 일반인들도 모르는 이가 잘 없을 정도로 많이 회자되고 있기도 하죠.
이 책에서 토머스가 유토피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위의 사진처럼 말이죠.
이 부분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됐습니다.
유토피아 원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원작에는 유토피아라는 곳을 설명하기 위해 이 대목을 정말 자세히 묘사하듯 상세히 기술해 놓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책에선 단 한 단어와 그림으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어요.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책을 읽다 보면, 삽화는 대충 훑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으로 만저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데 아직 익숙하죠. 그러니 백마디 말보다 그림으로 묘사해 놓은 이 장면을 통해서도 아이들은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토마스에게 모욕을 당해 화가 난 왕은 유토피아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토마스를 내놓지 않으면 유토피아를 공격하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를 걱정하는 건 토마스 뿐입니다.
유토피아의 왕자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거든요.
바로 반짝이는 돌덩어리에 불과한 금을 마구 쏘아대는 거죠!
물욕에 눈이 먼 토마스에게 모욕 당한 왕은 유토피아를 공격하는 대신 부하들에게 바다로 뛰어들어 금을 주워 오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토마스는 왕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뛰어든 부하들에게 말하죠. 너희를 죽음으로 내모는 왕 대신 유토피아로 건너 오라고!
그렇게 해서 전쟁은 유토피아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데요.
토마스는 전쟁 후 유토피아 왕자에게 묻습니다.
바다로 쏘아버린 아까운 금은 어찌 하느냐고요.
하지만 왕자는 말합니다.
"이곳에선 금도 은도 아무 가치가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느냐?"라고 말이죠.
금을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토마스와 달리, 모든 것을 공평이 나누고 살아가는 유토피아에서는 금은 그냥 돌덩어리 중 하나일 뿐인 거죠. 돌을 바다에 던지고 아까워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나중에 금을 주으러 가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게 사실인데요. 토마스나 저나 속세의 욕망으로 가득 찬 눈으로 금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유토피아가 전하는 메시지를 아이가 얼만큼의 깊이로 이해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유토피아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선 어렴풋하게나마 이해를 했더라고요.
아이에게 나중에 유토피아를 제대로 다시 읽어보겠냐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 책을 보고 나니 제대로 된 원작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저희 아이는 엄마와 달리 유토피아는 교과서에 나오는 한 줄이 아니라 작품으로 존재를 하고,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평생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이렇게 유명한 작품을 이렇게라도 접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아주 의미있는 접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