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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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그림책 한 권의 힘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출판


어린 시절 저는 그림책을 딱히 접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이었을 때만 해도, 한글은 초등학교 들어가서 떼는 친구도 많았고, 빨라도 7살 유치원에서 처음 배워 가는 정도가 전부였죠.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오남매를 키우느라 바빠서 아이 하나하나를 무릎에 앉혀두고 책을 읽어주실 여력이 없으시기도 했으니까요.

그런 사정으로 저는 제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을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번 손에 책을 쥔 이후부터는 거의 중독 수준으로 해야 할 공부나 숙제도 안 하기 일쑤, 밥도 안 먹고, 심지어 방에 불을 켜는 것도 까먹을 만큼 책에 흠뻑 빠진 채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책을 좋아했지만, 아주 어린 시절엔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림책은 도무지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심각한 워커홀릭으로 결혼까지 늦었던 터라 더구나 평생 그림책을 만날 일이 없었던 건 당연하고요.

 

지금은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 일을 병행하는 타임푸어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국민'이 들어가는 몇몇 전집만 한 두 가지씩 구비해두고 그마저도 별로 열심히 읽어주지 못했던 엄마였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림책을 조금씩 접하면서 그림책들이 지니는 놀랍도록 심오한 세상을 만나면서 아이들보다 제가 더 힐링이 되기도 했고, 아이가 정말 이걸 지금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면서 아~ 그림책이 비단 어린 유아들만 보고 말 책이 아니구나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림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렇게 그림책에 대해 얘기해주는 책들을 보면 꼭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특히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교사라는 게 또 눈에 띄었는데요.

아무래도 해마다 다양하게 많은 아이들을 접한 교사라면,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교사라는 신분상 출판사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좋은 그림책을 더 전문적인 안목으로 길잡이해줄 거라는 기대감이 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저자는 올해 11년차 현직 교사 이현아 선생님인데요.

저 역시 한 분야에서 20년 째 일을 하다 보니 어느 분야라도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꾸준히 같은 일을 하게 되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손색이 없는 안목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기에 더 신뢰가 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뭐 ;; 책 띠지에 화려하게 소개된 대로 <2018 학교 독서교육 교육부 장관 상 수상 교사>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이 앳되지만 그림책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선생님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는 검증된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장에 대한 제목도 그렇고, 그 아래 소제목들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이해가 쉽도록 제목 선정 역시 명확하면서도 흥미 유발을 해내는 문구들을 잘 뽑아놓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중에 다시 아 이 상황에 어울리는 그림책이 뭐였더라? 하고 궁금해 책을 뒤져봐도 목차만 보면 어디쯤에 있을지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가 돼 있더라고요. 


먼저 <1장 왜 그림책 수업인가?>에서는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까지]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요. 부제가 설명하는 그대로 저자가 학교에서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아이들과의 만남과 인연에 대해 풀어놓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마다 아이들의 생각과 아픔들이 엿보여 울컥울컥 하곤 했는데요. 저자의 제자였던 아이가 쓴 이 동시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짠 라면


아빠가 돌아가셨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집에 오니,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셨다.


라면이 짜다.


아.. 이렇게 짧은 글로, 이렇게 제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다니!

정말 아이들의 마음은 광활하고 미지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찬 우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마음을 열고, 그걸 글로 표현해내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 맘 속에 담겨 있던 너무 넓고 깊은 우주를 만난 저자는 결국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2장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만나다>편은 ["질문하고"]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아이들 마음 속의 문을 열었던 저자의 교직 경험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2장에서부터는 작은 소제목들과 관련이 있는 책들을 소개해주는 페이지들이 등장하는데요.

 

이 목록만 잘 정리해둬도 아이들과 자유롭게 도서관에 다시 가게 되면 뭘 빌려 읽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연계 독서가 가능하도록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도 소개하기도 하고, 아이와 그림책을 읽고 나서 어떤 질문들로 대화를 이끌어가면 좋을지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어서 정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오늘 너의 시는 무엇이니?> 활동을 하기에 좋은 그림책 목록부터 휴대폰에 따로 냉큼 저장을 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시야말로 아이들이 우리말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갖고 놀 수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또 부수적으로 -아직 아이가 제대로 학교 생활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저의 오래된 학창시절을 되짚어 봐도- 동시 쓰기를 즐긴다는 건 국어 영역에서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테고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아이들만의 언어로 반짝이는 문장들을 쏟아낼 때가 있는데요.

저도 얼마 전에 큰딸이 너무 사랑스러운 말을 해줘서 동시로 만들어보도록 권해 봤는데 아이가 그 후부터 조금씩 동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터라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제대로 더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저자는 각 장마다 실제 아이들과 겪었던 일상을 예로 들어 그림책 활동을 어떻게 전개해나가면 좋을지 설명하고 있는데요. 예를 중심으로 설명을 해놓아서 이해하기도 접근하기도 읽어나가기도 훨씬 수월해서 손에 책을 잡으면 술술~ 금세 다 읽어내게 되더라고요.


요즘 여기저기 sns나 온라인 카페 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미술 연계 독후활동을 하는 열정 넘치는 엄마들의 게시글들을 보기도 하는데요. 그런 글들은 대부분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 위주였는데 초등학생들도 다양한 독후활동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제새돼 있어 이 책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자기만의 그림책 만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그림책의 그림을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를 예를 들어 사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때론 지극정성으로, 때로는 무릎을 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아이들의 그림 표현들에 정말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책을 덮고도 오래 생각났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위의 그림책 <가까이 가지 마세요>의 일부인데요.


즐거웠던 

여행이

슬픈 여행으로

바뀌었다.  

라는 짧은 문장을 노란색의 채도를 달리해서 짧은 문장과 어우러져 아이가 느낀 감정선이 고스란히 느껴지게 꾸며놓았습니다.


정말이지 뛰어난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죠?


저희 큰아이도 유치원을 졸업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책을 만들었는데요.

두어달에 걸친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행복해하고 책을 완성하기까지 공을 들였는지 그 과정을 지켜 봤기에 자기만의 그림책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심어줄지 충분히 짐작이 됐습니다.


 

이 책은 부록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데요.

부록이 결코 부록이 아닙니다. ^^

이걸 안 보면 절대로 안 되는 어쩌면 핵심 내용일 지도 몰라요.

일단 아이와 그림책을 어떻게 만들지? 막연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위해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요.

족보라고 해도 좋을 <주제별로 엄선한 추천 그림책 리스트 150권>도 저는 보자마자 당장 사진 찍어 휴대폰에 저장하고 즐겨찾기 해두었답니다. ^^

그리고 그림책 창작 수업 준비를 위해 얼느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들도 소개돼 있어서 저는 이 리스트도 지금부터 하나씩 읽어보기로 했답니다.


무엇보다 연간 20차시로 구성되는 그림책 창작 프로그램의 예시까지 정말 일목요연하게 표로 잘 정리해 주었는데요. 이걸 한 번만 따라해봐도 이 다음엔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나만의 노하우로 진행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독서 프로그램을 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욕심날만한 알짜 정보가 되겠더라고요.


꼭 읽어보고 싶었던 <그림책 한 권의 힘>!

역시, 읽고 나니 맘이 설레고 들뜨고, 당장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책 목록이 한아름 쌓여버려 혼자 마음이 분주해지게 되네요.

이 책! 정말이지 두고두고 가까이에 두고 다시 보고, 참고해야겠어요.

그리고 실현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꼭 한 번은 아이들과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꼭 실천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업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딸들이 학교에서 저자와 같은 멋진 선생님들을 꼭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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