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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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라문숙 지음 / 혜다 출판 

 


제목을 보고 혹하는 마음이 들어서 선택한 책입니다.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라는 부제가 책 귀퉁이에 몰래 적혀 있습니다.

요즘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아

혼자 괜히 뜨끔해졌습니다.  

 


글쓴이에 대한 소개가 있는 책 날개입니다.

읽기가 넘치면 쓰기가 되는 법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작가 소개더군요.

아주 어릴 적부터 정말로 정말로 심심해서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자연스럽게 쓰는 일에 익숙해졌고

결국 한 번도 다른 길을 돌지 않고

지금까지 글 쓰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저로서는

새삼 공감이 가는 과정입니다.


 

 
책은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딱히

챕터 구성이나 순서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말하듯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봅니다.

논리적 구성 흐름에 대해

지나치게 훈련이 된 저를 반성해 봅니다.


이 책은 표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림책 에세이>입니다.

그림책은 화두가 될 뿐

저자의 생각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가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훔쳐 보는 것 같은

묘한 설렘을 느끼게 됩니다.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란 그림책에 얽힌

저자의 이야기도 그러합니다.

저보다 앞선 세대겠구나 짐작할 수 있게

하숙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하숙 세대의 마지막을

어깨너머로 본 세대거든요.

제가 대학을 갈 무렵부터

원룸이라는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제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하숙은 현격히 사라지고 원룸이 대세가 됐죠.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친언니가

하숙하던 이야기를 들었고,

몇몇 친구들이 하숙이란 걸 하긴 했었기에

가끔 놀러가서 봤던 하숙집의 풍경들이

저자의 경험에 오버랩 되면서 손에 잡히듯 그려집니다.

 

음...

이 책은 아직 제가 읽어본 적이 없는 책입니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책은

상당수가 제가 읽어본 적이 없는 그림책들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엔 그림책이란 게

딱히 존재했는지도 모르겠고

저는 엄마가 책을 읽어준 적이 없기 때문에

글 읽기가 제법 익숙해진 다음에야 

책을 손에 든 저로서는 그림책을 접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들이

제 생의 첫 그림책이었는데요.

가끔 아이들의 그림책을 보면서

으음... 이게 정말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일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하곤 했는데요.

그림책은 정말이지 아이들만을 위한

그림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림책 중에 상당수는

상당히 심오하고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어서

아이들보다는 읽어주는 어른들의

마음을 더 두드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 책도 그런 그림책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감정의 진폭이 좀 과도한 저는

음...

맘의 각오를 좀 하고 읽어봐야겠다 짐작이 됩니다.

그래도 괜히 끌리는 책이라

책을 읽다 말고

위시리스트에 담아두고

다시 책을 읽어나가게 되더군요.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린 왜 내 것과 비슷한 나음 이야기에 열광할까?

뭔가를, 어느 한 시절을 공유했다는 사실,

그 시절 내 삶을 나 아닌 누군가도 함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겨울밤 이불을 둘러쓰고 모여 앉았던

아랫목으로 도라간 듯 따스해진다.

... 중략....

<응답하라 1988>처럼.."


그림책 에세이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감정이

딱 이 대목으로

설명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문득 온갖 단상에 빠지게 되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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