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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두뇌는 부부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 - 아이의 두뇌를 살리는 대화, 망치는 대화 ㅣ 엄마의 서재 1
아마노 히카리 지음, 김현영 옮김, 시오미 도시유키 감수 / 센시오 / 2020년 3월
평점 :
아이의 두뇌는 부부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
아미노 히카리 지음 / 시오미 도시유키 감수 /
센시오 출판

"아이의 두뇌를 살리는 대화, 망치는 대화"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아이의 두뇌는 부부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는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고
막연하게 걱정하고 있던
가정 내 부모의 많은 일상 대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깊은 반성을 하느라
책을 읽는 내내 정신이 없었는데요.
책 도입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날마다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문구에서부터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큰 아이가 사리분별을 할 수 있게 되는 시점부터
머리 속에서 막연하게나마 떠오르곤 하던 생각들이
문장으로 완성돼 꽂히는 느낌이었는데요.
아이의 노력 중 얼마만큼이
스스로의 자발성에 의한 것인지,
부모인 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노력인지
문득문득 생각하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의젓하고 속 깊은 큰 아이를 보면서
문득 문득 아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 같인 게
느껴지곤 했거든요.
여는 글에서는
부부의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데요.
저희집은 나름대로
부부의 대화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관심 분야가 좀 다양한 편이고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크게 다른 부분이 없고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라
둘이서 토론을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거나
각자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대화를 하는 경우가
좀 잦은 편입니다.
집에 일단 TV가 없고,
아빠의 퇴근이 다른 집보다 많이 빠르고
굉장히 육아를 많이 도와주는 아빠이기 때문에
육아나 교육에 관해서도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있어서도
크게 막힘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는 편입니다.
더구나 둘 다 어쩌면 말이 상당히 중요한
밥벌이 수단인 사람들이라서
대화하는 거에 익숙한 편이기도 하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또한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조금씩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지면서
부모가 애써 듬성듬성 말하거나
에둘러 표현하거나 생략하는 등의
나름의 전략을 구사한다고 해도
부모의 대화 사이 사이의 행간을
읽고 있다는 걸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제1장
<부부의 대화가 길러주는
아이의 5가지 능력>
이 장은 도입부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어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어떤 두뇌 능력을 발전시키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100% 공감되면서
또 반성되는 요소도 참 많았던 파트였는데요.
부모의 대화를 통해 아이가 기르게 되는
첫번째 능력으로 제시한 게
의사전달 능력인데요.
일어나!, 정리해! 꾸물거리지마!
이런 지시형이나 금지형의 말들만 하면
아이가 소통의 능력을 기를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사실 소통까지 가지 않더라도
간혹 큰 아이가 둘째 아이에게
뭔가를 지시할 때
엄마인 저는 가끔
쥐구몽을 찾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제 말투와 똑같은 명령조로
동생에게 훈계를 하곤 하거든요 ㅜㅜ

그렇다면 대체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아마노 히카리라는 저자는
일본의 가족소통 전문가로
지금까지 2만 명 이상의 부모를 만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정말 디테일한
상황상황마다 보통 어떻게 말을 '내뱉곤'하지만
어떻게 말을 건네는 게 좋은지를
구체적 상황들을 제시해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령
아이가 스스로
정리정돈을 하지 않을 때
아이가 경쟁에서 졌을 때,
아이가 숙제를 미룰 때
일가친척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할 때
등등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에서부터
연중 행사들까지
정말 세세하게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아이와, 혹은 부부간 대화를
해나가는 것이 좋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3장
<부부갈등을 해결하는 부부대화법 12가지>
에서는 아이와 부모간 대화가 아니라
부부간 대화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가지 상황에서
공감가는 내용들이 참 많았는데요.
제가 가장 최근에 가장 깊이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 남편은 제게 고맙다는 말을 안 해줘요"
에 해당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어느날 남편에게 화를 내는
제 마음을 들여다 보니
딱 그거였습니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안 하는구나!
나는 이렇게나 바둥거리며 용을 쓰는데 ㅜㅜ
하는 상실감 같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요.
근데 책에서도 제시하고 있고
제가 깨달은 것 중 가장 큰 교훈은
따져보니 저조차도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의 건넨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저는
어거지로라도 농담처럼이라도
고맙다는 말을, 애쓴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더 입 밖으로 꺼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봤는데요.
확실히!!
처음 한 두 번에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을 하다 보니
제 마음도 진심어리게
고마워하는 마음도 더 우러나게 되고
그 말을 계속 듣는 남편의 태도 역시
한결 부드러워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주위에 가장 많이 추천하는 방법이
바로 이 고맙다는 말을 내가 먼저 해보는 전략인데요.
그 말 몇 마디가 가정의 분위기 전체를
얼마나 많이 바꿔놓을 수 있는지는
직접 실천해 본다면 모두가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거라
저 역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4장
<완벽한 부모보다 서로 보완하는 부모가
아이를 똑똑하게 만든다>
편에서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부모가 완벽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세상 그 어떤 부모가
아이들에게 완벽할 수 있을까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내용은
'인정'입니다.
부모 스스로에 대한 인정
아이에 대한 인정!
아이 성장에 잇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으로
이 책에서는 자기 긍정감이라고 말하는데요.
이 말은 다르게 표현하면
요즘은 자기 효능감이라는 말로도
많이 표현되는 것 같고
좀 더 고전적으로 말하자면
자존감으로 대체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자는 칭찬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잘하는 것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현재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부모 역시 자신을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가 진짜로 자기 긍정감을 갖게 된다고 조언합니다.
제가 요근래 업무적으로 많이 일이 몰려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대화도 많이 못하고
틈만 나면 모자라는 수면을
보충하려고 눕게 되는 게 미안해서
아이에게 사과를 한 적이 있는데요.
고작 8살에 불과한 딸아이가 그러더라고요.
"괜찮아 그래도 엄마가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우리한테 시간 내주려고 애쓰고
놀아주려고 노력은 하는 걸 알아
엄마도 내가 뭔갈 잘 못하고 울고 속상해할 때
괜찮다고 안아 줬잖아.
이번엔 내가 엄마를 안아줄게
내가 안아주면 엄마는 충전이 되니까
얼른 충전하고 일 끝내고 와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정말 많이
노력하는 게 맞아요.
아이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어서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자기 깜냥 이상 넘치게
부모에게 돌려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우리가 그걸 받을 맘의 준비가
안 돼 있을 순 있지만 말이죠..
책에선 남편이 바뀌면 많은 게 바뀐다고 말하지만
남편이 혼자서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제 경험에 빗대 보면
나부터 바꾸면 남편이 더 잘 바뀝니다.
라고 말이죠.
부모님도 AS를 안 해주는 남의 편을
나라고 무슨 수로 바꾸겠습니다. ;;
결국 세상에서 가장 쉬운 건
나를 바꾸는 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