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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여섯 편의 개성 넘치는 소설이 한데 모여 매력을 뽐내는 <202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에요.
🍏대상작부터 다섯 편의 우수상 수상작까지, 어느 것 하나 겹치지 않고 저마다의 빛깔로 반짝여서 마음이 다채롭게 흔들려서 좋았어요.
🍏우선 대상을 받은 '사과'는 참 슴슴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겨요. 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결코 멀지는 않았던 두 남녀가 자연스레 멀어져 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그려냅니다. 딱히 만나야 할 명확한 이유도, 헤어질 만한 커다란 사건도 없었지만 삶이란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서서히 멀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특히 기차를 타고 출근하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여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잔잔히 클로즈업되면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멀어져 가는 관계의 속성을 깨닫게 해 주었어요.
🍏우수작인 '하악', '나의 빈 묘에', '영주', '그거 점 된다', '일일업무 보고서' 역시 독창적인 기발함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깊게 찌르고 들어오는 작품은 단연 '영주'였습니다.
🍏과거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나' 김우진에게 어느 날 피해자인 영주가 찾아와 자신이 죽을 때 곁을 지켜달라는 기괴하고도 잔인한 부탁을 건네요. 잊고 싶었던 과거의 과오를 환기시키는 존재의 등장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자신의 죽음을 목격해 달라는 요구라니 이보다 더 지독한 형벌이 있을까요. 영주는 '나'를 찾아와 함께 어디론가 가자고 종용하고, 거부하면 과거의 일을 폭로하겠다며 목을 죄어옵니다.
🍏다른 가해자들도 많은데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억울함도 잠시, 내 죄는 시커먼데 “눈밭에서 숨을 쉴 수 있겠다"라는 영주의 슬픈 고백은 '나'의 죄책감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숨 쉴 곳 없는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요. 가해자로서 겪는 숨 막히는 죄책감과 공포는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시퍼런 감옥 그 자체였어요. 누군가에게 한이 서린 앙심을 품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줍니다.
🍏어안이 벙벙해졌다가도 웃음이 나오고, 슬펐다가 화가 나기도 하는 다채로운 감정의 파도를 넘나들게 만드는 책을 읽고 나니, 뻔하고 익숙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기발하면서도 가슴속 깊이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는 글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흔들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창작의 욕구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되는 매력적인 작품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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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 @vook_da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