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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김정아 지음 / 샘터사 / 2026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가족도, 가장 가까운 지인도 아닌 사람을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평범한 사랑이 아니라, 온몸을 다 바치는 지독하고도 지고지순한 사랑 말이에요. 그 뜨겁고 거대한 사랑을 받는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입니다.
📚그동안 저는 그를 그저 '정신이 온전치 못하지만 글쓰기에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평생 가난에 시달린 비운의 천재'로만 기억하고 있었어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을 때 머리가 어질어질 해질 했고, 도대체 이 방대한 양의 글을 어떻게 다 써 내려간 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기이하고 대단한 작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를 읽으면서, 그의 책을 10여 년간 번역해 낸 작가님이 훨씬 더 위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허리와 목의 극심한 통증 때문에 서서 글을 쓰고, 손목이 시큰거려 보호대를 낀 채 매일 새벽 2시마다 도스토옙스키를 만났던 지난 10년간 울고 웃고 위험한 순간들도 순탄하게 넘기신 작가님의 엄청난 공감력과 대단한 의지력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낯선 미국 땅에서 아이를 키우며 고된 유학 생활을 버텨내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낮에는 패션회사 CEO로, 새벽에는 번역가로 살아오셨다니 그야말로 초인의 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렵고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도스토옙스키의 4대 걸작을 홀로 처음부터 끝까지, 국내 최초로 완역한 특별 합본판 세트(세계최초)가 주한 러시아 대사관 로비에까 전시 및 소장되어 있다고 하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깊은 자랑스러움이 밀려옵니다.
📚저는 아주 소중한 진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위대한 유산들이 저마다 따로 떨어진 개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인간을 깊이 사랑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마음이 촘촘히 엮여 있는, 거대한 하나의 연속성을 가진 소설들이라는 것을요.
📚그는 결코 신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거나 인간이 신의 자리를 꿰차야 한다고 말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인간 안에 잠들어 있는 고귀한 신성(신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아무리 깊은 고통 속에서도 타인의 아픔을 내 것처럼 여기는 연민과 사랑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예요. 날카롭고 괴팍한 글을 쓰는 줄로만 알았던 그가, 알고 보니 연민을 가득 품은 속 깊고 따스한 작가였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아련하게 저며 옵니다.
📚소설 속에 숨겨진 아버지로서의 아픈 사랑도 제 마음을 찡하게 울렸습니다. 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도스토옙스키의 막내아들 이름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가장 성스럽고 착하게 그려지는 셋째 아들이자 신부인 '알료사(알렉세이)'와 같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먼저 떠나보낸 어여쁜 막내아들을 소설 속 알료샤로 다시 살려내어 투영시킨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이 문장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천재 작가의 위대함만을 찬양하는 내용이 결코 아니에요. 도스토옙스키를 둘러싼 오랜 오해들을 거두어내고, 그가 진정으로 펼치려 했던 문학 세계를 향해 바치는 가장 정직하고도 진실된 보고서이자 고백록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그를 차가운 선입견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해요. 아직 읽지 못한 그의 나머지 소설들을 서둘러 꺼내어 읽고 싶어지는 건, 아마도 김정아 작가님이 책 속에 꾹꾹 눌러 담은 그 깊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발걸음을 이끌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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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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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사 @isamtoh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