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관련되었다고 믿고 싶은 것들이 사실 그 무엇보다 돈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취향이 그럴 텐데, 마치 타고난 어떤 것인 양 포장되곤 하지만 돈이 가져다주는 ‘구매 가능함‘ 의 너른 정도가 경험의 폭을 결정짓고, 결국 취향이라는 모호한 무엇을 형성한다. 《디자인의 탄생》은 18세기 중엽부터 현재까지 주요한 디자인의 특징들을 순례한다.
그리고 디자인이 탄생하고 변신하고 진화하는 매 순간, 자본과 생산성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대중의 취향에 관여하는지를 꼼꼼하게 드러낸다.

-「리뷰 쓰기 좋은 작품은 따로 있다?」에서

며느리와 손자가 방문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음료수를 꺼내주는 사이, 손자는 바다에 다녀온 자랑을 늘어놓는다. "엄마, 할머니랑 또 가요!" "할머니는 힘들어서 못 가신다니까." 그 말을 들은 손자는 주머니에서 소라를 꺼내 건넨다. "바닷소리를 들려 드릴게요."
할머니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단계에서 이미 죄책감 어린 뭉클함을 느낄 것이다. 나는 그랬다. 좋은 곳에 가서 좋아하는 할머니 생각을 하는 일은 쉽지만, 거동이 쉽지 않은 할머니를 모시고 실제로 여행을 다녀오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한 권의 책, 두 가지 리뷰」에서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펴내기도 했던 안녕달 작가는, 이번 책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이든 여성을 주인공으로 근사한 판타지를 펼쳐 보인다. 할머니가 메리와 함께 바다에서 보내는 휴가를 그림으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실의 무더위가 살짝 가시고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아마도 이것은, 할머니를 두고 휴가를 떠났던 세상 모든 손자 손녀들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장면이 첫 장면과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장면이 되는 마법. 누구라도 사랑 하지 않기가 어려울 그림책이다.

-「한 권의 책, 두 가지 리뷰」에서

자려고 한참을 노력하다가 실패하고는 일어나 앉아, 또 한 번의 새벽을 책을 읽으며 보냈다. 동이 터오는 동안 혼자 앉아 울며 책을 끝까지 읽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 사이에 삶이 있고, 그 가운데의 모든 것이 우리 모두를 각기 다르게 만든다. 생사로만 말해지지 않는 개별의 삶과 고통이 있다. 시작부터 망한 연애를 하던 시절에 어울리던 독서였다. 뭐든 사랑하면 밤을 새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것들을 위해서도 밤을 샐 줄 알게 되었다.

-「이제 영영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서

성공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테고, 그 노력이 또한 성공을 거두기도 하겠지만,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언젠가 자기 안에 있었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나‘라는 인간을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사적인 글쓰기가 간지럽거나 오글거리는 이유는 애초에 그런 이유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좋은 대로 벅차게 솔직하게 쓰는 것을 언젠가부터 오글거린다고 한다. 공적인 글쓰기에서야 막무가내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좋다는 데 동의하지만, 당신 자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사적인 글쓰기라면 좀 더 오글거려도 좋으리라.

-「이제 영영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서

《와일드》에서 내가 읽은 것은 용기다. 상처를 글로 옮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를 완주한 때는 1995년이었고 책이 출간된 해는 2012년이다.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상처를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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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의 순정만화 책장 복원을 추천합니다. 온갖 만화 잡지가 쏟아져 나오던 90년대는 만화의 황금기였고 그 흐름을 이끌어낸 건 순정만화였습니다. 장르가 SF든 판타지든 모험이든 드라마든 대서사시든 여성 작가들이 그렸다고 하면 그냥 ‘순정만화‘라는 이름으로 출판되던 시절... 평가 절하됐던 명작들이 셀 수 없이 많았어요.
이미라의 <은비가 내리는 나라>, <인어공주를 위하여>, 한승원의 <프린세스>, <빅토리 비키>, 김강원의 <비비 아이리스>, 하시현의 <낭길리마>, 이은혜의 <블루>는 꼭 복원되면 좋겠습니다. 몇 작품은 종이책으로 갖고 있지만 종잇장이 바스라질 듯이 위태롭거든요.;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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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후 북플 ‘나의 뉴스피드‘가 전혀 안 뜬다. 앱을 아예 지웠다가 다시 깔아 보고(2번이나!) 폰을 재부팅하고 캐시 삭제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건만... 공기도 답답한데 앱까지 회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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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록 2019-03-3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글을 쓰면 혹시 돌아오려나 했는데 똑같음;

2019-04-01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록 2019-04-05 19: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지금은 뉴스피드가 제대로 뜨고 있어요. 왜 안 떴는지 아직도 원인은 모르겠지만; 맘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엇을 하는 나‘라는 상상의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빠져 살다 보면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눈을 잃기 쉬운데, 그럴 때 남들이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되곤 했다. 아무리 내가 원해도 털끝만큼의 진입도 허락하지 않은 곳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내게 이런 기회가 생겼네!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인지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는 애석하게도 더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절실하면 상처를 입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열정 코르셋을 입히는 일이었고, 이루지 못했을 때의 나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스러움이 더 컸다. 되고 싶은 나에 사로잡히면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트는 일도 미련 때문에 쉽게 하질 못한다. 지금은 생각만 많이 하는 일이 아닌,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정말 움직이고 있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고민 없이 좋아하는 일 하나」에서

한 글로벌 회사에서 잠시 일했을 때 전해 들은 이야기. 직권남용을 남발하던 상사를 둔 프랑스인 직원이 있었나 보다. 그 프랑스인 직원이 상사를 고발하기 위해 상부에 계속 보고를 했는데, 한 번 말하는 걸로는 시정되지 않으니 충분히 말해야 한다며 "원스 이스 낫 이너프Once is not enough"라 말했다고, 역시 프랑스혁명의 후예다웠다. 그 인상적인 말은 내게 묘하게 변질되어 ‘불안하다면, 한번 점검하는 걸론 충분하지 않아‘로 나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겁쟁이가 사는 법」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오자히르」에서 발견한 이 세상에 작동되고 있다는 호의 은행. 사람 사이에서 호의는 입금 출금이 되는 일인데, 내가 해야 할 일을 남이 대신(아무리 가족이라도) 하게 했다면 그것은 장부에 기재해두었다 나중에 갚아야 하는 일이 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호의를 계속 꺼내 쓰기만 한다면 언젠가 그 마이너스 통장은 부도처리될 것이고 그 관계는 끝난다. 갑자기 어떤 사람의 인생에서 차단당하고 쫓겨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면, 그건 상대에게 인색했던 자신을 돌이켜 보아야 할 일이다.

-「독하게 바로 설거지」에서

인생에 비상구가 없다고 느낄 때, 지금 가진 게 전부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맹목적으로 되는 것 같다. 나는 그 절박함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가면서 새로운 일에 조금씩 도전하는 방법으로 각각의 일에 조금씩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웠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게 언제든지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라는 가능성을 믿으며.

-「멀티플레이어로 살기」에서

지인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가끔 누군가 생각이 나면 아무 이유 없이 먼저 연락을 한다.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역시 목소리를 듣는것이 마음 가득 따스해진다. "잘살고 있음 되었지"라는 무탈함을 확인하고, 그렇게 우리가 여전히 서로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별일 없이 일상의 속도를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소소한 루틴 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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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6개월에 천 만원 모으기 : EBS 호모이코노미쿠스
이대표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책을 읽고 당장 줄여야 하는 비용이 뭘까 궁금해져서 몇 달 동안의 소비 패턴을 돌아보았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줄여야 했던 커피값을 나는 줄인 지가 꽤 되었고(로스팅한 홀빈을 사서 갈고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시는데 두 식구 기준으로 하루 한 잔 한 달 9천 원 정도 든다) 점심 도시락도 싸고 외식도 거의 안 하므로 식비보다 책값이 문제였다. 사서 바로 읽지도 않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보상 심리로 매달 몇 권씩 의무로 사고 있었다. 전자책은 책들이 쌓이는 게 보이지 않으니까 종이책보다 오히려 더 많이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책값부터 줄여 봐야 하나...?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돈을 더 모은들 나는 또 책을 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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