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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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고 아무리 공산국가라 해도 '자본'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누굴 욕할 것도 없이 돈 없으면 죽어야지 라는 말을 자신에게 쉽게 내뱉기도 하다.
사회와 문화의 구조가 그렇게 돌아가고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세뇌되어 온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경제는 결국 '자본'이고 이 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본' 그리고 그와 결탁한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그 생명 같은 자본이란 무엇인가?

지극히 자본주의적 본능들을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징그럽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침팬지는 여러 개의 '화폐'로 거래를 하고, 먹이 등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침팬지의 털을 손질해준다.
침팬지는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공정하게 주고받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이 밝혀졌다.] 68p

여기에 다른 종들과 다른 인간이란 '종' 만의 문화양식인 인간적인 문화들이 합쳐져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자본주의가 만들어진다.

[돈이 없으면 시장사회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적은 것만 가질 자유, 일찍 죽을 자유밖에 갖지 못한다. 달리 말해 자본주의하에서 돈은 '권리를 살 권리'를 제공한다.] 185p

[자본은 이윤을 얻기 위해 '돈'을 투입한 비용(기계와 원재료 구매비용,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임금 등) 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자본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어 금융자본으로 살아 숨 쉬게 된다.] 121p
저자는 자본의 핵심은 '이윤' 에 있다고 봤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가 이윤 지향적 시장을 제한함으로써 우리에게 가해진 제한을 걷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공산주의가 몰락 후 신자유주의사장경제가 급격히 확대되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에 대한 이윤이나 대가 그리고 공정한 배분에 대한 인식은 동물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이러한 이윤추구의 자본주의를 국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 했을 때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는 자본주의가 한쪽에선 민주적 제도를 악용해 범죄를 은폐하고, 다른 한쪽에선 공공자금으로 사적인 주머니를 채움으로써 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39p 

정치와 경제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시민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정부가 식량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7장과 9장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식량 주권이란 국민과 국가, 혹은 국가 연합이 스스로의 농업과 식량정책을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197p

[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것, 즉 땅, 물, 씨앗, 문화 등에 대해 이런 권리를 행사하길 원한다.]
라고 식량 주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뉴질랜드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그 높고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바다 풍경 같은 자연환경이 아니라.
만 오천원까리 만찬이었다. 

호텔에서 풍요로운 저녁 식사 한 끼 값이 만 오천원이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풍요롭고 호화로운 재료였다.
오늘 점심을 백화점 지하에서 자장면 하나 먹었는데 오천원이다.
더구나 서민이 좀 시원하게 있다 갈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데 백화점 식당가는 약간 더웠다.

수박 좀 먹게 해달라. 수박이 먹고 싶다!!!
수박 오천원에 안되나?
수박!
수박!
수박!
자본과 시장 그리고 가격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사고를 개념을 잡게 해주고 사고의 깊이를 더해 줄 책이다.
열심히 줄 그어놓고 써먹을 대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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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1881 함께 읽는 교양 10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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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크라테스는 누구나 아는 철학자이다.
그 철학자와 축구가 무슨 상관이 있기에 라고 생각했지만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였다.
축구라면 온 국민이 들썩이는 월드컵이나 볼 정도인 나도 그렇게 느꼈을 정도이니 축구광이신 분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첫 부분에서 철학과 축구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세심히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읽으면서 mbc 100분 토론이 생각났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승자를 가른다.
(사실 애초에 상대방을 설득하겠다거나 설득당하겠다고 생각하고 참여한 분은 없었지 않았나.)
거기에 응원단과 패널들이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매우 엄밀한 의미에서 집단을 인식할 기회는 상당히 드물다.
말하자면 축구 경기장은 시위에 참가하는 것처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육체적으로 느낄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25p


이러한 점에서 보면 토론이나 축구장의 열광적인 그 열기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제18회 독일 월드컵 결승전이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고 있다.


예를 들면, 지단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해설자와 관중의 태도에서 과연 우리가 정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단선수가 상대방 선수를 박치기 한 사건은 언론에서 한동안 떠들썩해서 기억이 난다.
당시의 초점은 지단의 행동이 옳고 그르냐 불법이냐 아니냐가 아니었고 어떤 욕설이었기에 지단이 박치기를 했냐였던 것 같다.
나도 그 욕설이 정확히 어떤 욕설이었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대부분의 의견은[ ‘상처로 깊이 남는 인종차별 욕설’과 ‘며칠 아프다가 낫는 가슴 박치기’ 뭐가 더 나쁜데?] 라는 것 같다.
철학자인 저자는 그 상황에서 심판들이 제대로 상황을 보지 못 했고 그로 인해 처벌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된 점을 지적하고 있고.
지단의 행동이 엄연한 불법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읽기 전에 한 번 그 경기를 보고 그 흥분 속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법규는 정의를 존재하게 만들지만 그 자체가 정의의 존재로 귀착되지는 않는다.
법의 엄격한 적용이 불의를 바로잡기보다는 불의를 심화시킬 때가 있다.]-154p
중국이 거침없이 공개처형을 해도 왜 음식물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법은 합법성(규칙의 존재)과 적법성(규칙의 적용) 사이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엄격한 합법성만 강조하게 되면 정의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심판에 대해 그는 역할이 부여한 적법성을 논한다.
[그는 역할의 적법성에 몰입하여 불의의 잠재적 원인을 잠재워 버린다.
그것이 바로 그의 임무가 가진 일체의 특성이다.
그 대신 심판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졌을 때도 옳다.]-156
판결은 잘못된 결정이라도 판결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 같다.


에필로그 1은 철학자들이 등장해서 한 판의 축구 경기를 펼치는 데 예술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쓴 '세상의 바보들에게'에서 나오는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생각나게 한다.


재미있고 재치있는 주제였으며 개인적으로 정의와 철학자조차도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는 시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유의 주체인 나는 시간과 같이 존재하므로 따로 떼어서 시간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많이 동감이 된다.
 

축구팬들의 뜨거운 열기와 철학의 깊이가 함께 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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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리코드
황상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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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자신의 소견이나 의견을 널리 대중에게 알리고자 할 때에는 그 논리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사리가 분명해야 하며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아야 하며 그 예가 합당해야 한다.

즉, 무언가 이해가 가야 동감을 하고 수긍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한 주장이거나

억지스럽게 무리하게 엮은 연관성 없는 논리들도 있었다.

그 저변에는 무리하게 자신의 정치적인 논리를 펼치고자 하는 태도가 있다고 본다.

그 태도는 다음의 글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마치 부모 같은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자기 부정'의 과정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노태우는 전임 대통령인 전두환을 백담사로 유패시키는 상황을 만들었다.

김영삼은 전임인 노태우와 전두환 대통령 모두를 감옥으로 보냈다.

이런 자기 부정의 역사는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 들어서 반복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 사회에서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또 다른 '자기 부정'의 연결고리를 이어나간 것이다.] - 35p

전임 대통령들의 좋지 않은 결말이 한국인의 자기 부정이의 심리란 무리한 결론을 내고 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자기 부정을 극복한 예로 든 독일인들은 경제 부흥을 통해 자기 부정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 부흥이 과연 자기 부정의 극복으로 이어지는지 의문이다.


이 책에서 관통되게 느껴지는 일관된 논리는 한국인들은 비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비관적으로만 자신을 바라다 보는 한국인을 비판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다 보는 논리는 전혀 없고 한국인의 심리나 태도에 관한 부정적인 지적이 많다.

그 예로 이런 표현까지 있다.

[패쇄적이고 , 낯선 사람과는 가급적 교류하지 않으려 한다.

'체념한 자포형'이라 부를 수 있는 이런 특성은 '남 보기에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 즉 '멋있는 보통 사람'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체념한 자포평인 우리는 좋아하는 일에 빠지는 오타쿠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충동적이다.] -40p


한국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다본 프랑스인의 기사를 옮겨다 적은 것이 유일한 긍정이었다.

그 기사는 다음과 같다.

[ 내가 보았던 그 어글리 코리언들은 지금 1970-1080년대의 노인이다.

그들이 물려받은 것은 식민지와 전쟁이 남긴 폐허다. 그들은 오로지 그들의 힘으로 자신의 세대에 나라를 패허에서 일으켜 세웠다. 요즘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은 1980년대 후반의 민주화 운동 덕분이다.] -184p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두환을 백담사에 유패한 것이 자기 부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면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은 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억지스럽게 무리하게 엮은 논리로서는 이영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다.

이영희 선생님께서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이 여전히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신 부분을 자기 부정을 하는 심리로  보고 있다.


[어떤 시선을 가져다 현재의 나의 모습과 이 사회를 보아야 할까? 단순히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선택은 내가 믿는 나의 정체성이 어떤 모습이냐에 의해 결정된다.] -184p

라고 이영희 선생님을 비판하고 있다.


4장 가족의 해체 혹은 개인의 재탄생에서 소개되고 있는 심리 유형들도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한국인들의 마음을 엿보았다기보다는 실컷 저자의 정치적 견해만 들었다는 생각이다.

이 책보다는 차라리 이어령 교수님의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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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의 바다에 빠져라 경제공부는 경제저축이다 1
이명로(상승미소) 지음 / 스마트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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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공부를 해 본 적이 없으신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경제에 관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며 어느 곳을 주목해서 자주 가 보아야 하는지 길 찾기를 해 주는 지도와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종잣돈을 모으고 투자를 어떻게 하며 어떻게 손실을 막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으며

경제의 흐름을 읽는 방법을 자세히 언급해 주고 있는데 어떤 지표를 살펴보고 흐름을 알기 위해서 주목해서 자주 가 보아야 할 곳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풍부하게 많이 등장하는 여러 사례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감이 있어서 옆집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곳곳에 편집된 도표들도 아주 훌륭해서 직관적으로 눈에 확 들어와서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아직 종잣돈조차 모으지 못 한 제 처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시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거시경제는 경제 전체의 움직임, 즉 개인과 기업의 행동이 서로 작용하여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분석합니다.

거시경제 영역은 생소하긴 하지만, 사실 일반인이 자산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거시경제지표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217p





[우리나라 거시경제의 핵심자료와 매월 변동 수치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http://ecos.bok.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금리에서 외환,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 대외 무역지표까지 거시경제 분석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지표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222p





비록 내가 종잣돈 조차도 없고 투자나 투기를 할 주제도 못 되지만 이러한 우리나라 경제 지표들을 살펴보고 흐름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공부를 지금부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습관적으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가 보고 경제신문을 읽고 해야겠습니다.

야후에서도 연예인 기사 보다 경제기사를 먼저 봐야겠습니다.

저는 밀가루 같은 원자재는 항상 필요한 것이니 손해보지는 않겠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항상 통계 그래프를 통해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종잣돈 모으기에 노력해야겠습니다.

현재 제 상태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말은

'리스크 없이 정해진 기간에 계획한 만큼 종잣돈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금융회사는 바로 은행입니다.' 라는 충고입니다.





더불어 이 책에 나와 있는 정주영 회장님의 말씀은 저처럼 종잣돈 모으려는 무일푼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 사람이 장사를 하려면 적어도 3개월 앞은 내다볼 수 있어야 돼. 하다못해 음식점이라도 차릴 생각이라면 그 정도 앞날은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사업은 3개월로는 안 돼. 적어도 1년은 내다봐야 해. 그만큼 어려운 거지. 국가를 경영하려면 1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거고.

그렇게 내다보고 무엇을 하더라도 현재 잘되는 것, 서로 하려는 것을 찾아다니면 안 돼. 정말 성공하고 싶고, 돈 벌고 싶다면 이 세가지를 찾아봐. 남이 안하는 것, 남이 못하는 것, 그리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것 ]





맨 앞에 있는 ' 이 책에는 이런 내용이'라는 목차에 이 책의 내용이 알차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다 읽고 나서 목차를 보면서 내용을 다시금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뒤에 당연히 찾아보기라는 색인도 있으며 더불어 중요한 경제관련 즐겨찾기도 있어서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다만, 보험 부분은 저자가 보험업계에 계신 분이라 그런지 과장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조해서 위화감이 느껴지고 안 읽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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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과학 - 생생한 판례들로 본 살아 있는 정의와 진리의 모험
실라 재서너프 지음, 박상준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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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에 관해서 오해가 있을까 싶어서 확실히 해두고 싶다.

법정에 선 과학이라는 제목이지만은 '과학' 이 주제가 아니라 '법'에 관한 책이다.

그만큼 지루하고 수많은 예들이 등장하지만, 자세하고 극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라 단지 판결 이름과 사실관계만 나열된 법 책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 않다.

그리고 미국법정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핵심은 맨 앞에 나와 있는 듯하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는 법체계에 대한 불만은 과학정책에 대한 두 가지 전통적 비평에서 잘 드러나 있다.

그 하나는 '정책 안에서의 과학'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을 위한 정책'이다.] 31p



즉, 법 정책이 과학적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여러 번 되풀이 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변하는 과학을 이해하고 소송에서 전문가 증인의 통제는 소송 중인 기술적 쟁점에 대한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의견만을 법정에 제시하게 만든다 라는 관점인 것 같다.



이 뒤에도 소송에서 전문가 증인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다뤄지고 있다.

전문가 증인의 신뢰성이 재판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수많은 영화를 보고도 심각하게 깨닫지 못했던 점이 이해가 안 될 정도이다.



[전문가들 거래하는 상품시장에서는 자격증보단 설득력이 몸값을 결정한다.] 86p



더불어 과학정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컬럼비아 주 순회상소법원을 필두로 연방법원은 과학에 근거한 결정을 자세히 살피는 권한을 확보했지만, 실제로는 '과학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쟁점을 분석하는 데 정부기관의 재량권을 상당 정도 인정했다.

법원은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이 단순한 사실분석보다는 정책판단에 더 크게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있는 과학 데이타에 관해 주도적인 해석을 제공하는 정부기관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일련의 가정들을 명시했다.



1. 규제결정은 피해에 대한 결정적이 아닌 암시적 증거에 근거를 둘 수 있다.

2. 해석은 전문가의 합의에 의한 지지를 받지 않아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3. 행정부는 전문가 의견의 불일치에 직면했을 때 논쟁이 된 자료와 방법론 중에서 재량껏 선택할 수 있다는 원칙들이 바로 그것이다.] 125p



동물 실험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제4회 순회상소법원은 연구에 미치는 소송의 부정적 영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소송은 위험하고 변화가 많은 법정에서 생의학 연구대상인 동물을 이용하게 만들 수 있다.] 164p



유독물질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법원은 유독물질 불법행위를 둘러싼 불확정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법원은 원과가 제시한 증거를 기피하면서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노출 관련 자료가 원고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았다.

= 중략 =

이런 상황에서 법원에게 제기되는 쟁점은 어떻게 사실을 인정하느냐보다는 관련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사회무능력으로 인해 빚어진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따라서 당사자나 그들의 법률 대리인이 공개적으로 그렇게 인식하든 안 하든, 사실 인정은 규범적이고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184p



결국, 독극물 피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기기는 어려운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화제가 된 미군이 파묻은 고엽제 같은 경우도 재판에서 이긴 경우가 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미군에 한해서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쟁점인 태아 나 배아에 관한 쟁점이다.

[ 배아는 테네시 법에 의해 '개인'으로 보호받을 자격이 없으며, 이것은 로 사건의 판결과 일치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배우자의 이해를 다른 쪽보다 우선시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은 아이처럼 자란 배아에 대해 공동 양육권을 선고했다.] 246p



이 책은 지금까지의 법이 어떻게 과학적 절차를 밟아 왔고 어떻게 과학적 문제를 다뤄 왔는지 짚어보면서

그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법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대충이나마 구경이라도 하게 되어 재미있었다.

이 책은 미국 재판의 판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판의 판례를 통해 우리나라 법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도 접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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