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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과학 - 생생한 판례들로 본 살아 있는 정의와 진리의 모험
실라 재서너프 지음, 박상준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에 관해서 오해가 있을까 싶어서 확실히 해두고 싶다.
법정에 선 과학이라는 제목이지만은 '과학' 이 주제가 아니라 '법'에 관한 책이다.
그만큼 지루하고 수많은 예들이 등장하지만, 자세하고 극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라 단지 판결 이름과 사실관계만 나열된 법 책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 않다.
그리고 미국법정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핵심은 맨 앞에 나와 있는 듯하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는 법체계에 대한 불만은 과학정책에 대한 두 가지 전통적 비평에서 잘 드러나 있다.
그 하나는 '정책 안에서의 과학'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을 위한 정책'이다.] 31p
즉, 법 정책이 과학적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여러 번 되풀이 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변하는 과학을 이해하고 소송에서 전문가 증인의 통제는 소송 중인 기술적 쟁점에 대한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의견만을 법정에 제시하게 만든다 라는 관점인 것 같다.
이 뒤에도 소송에서 전문가 증인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다뤄지고 있다.
전문가 증인의 신뢰성이 재판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수많은 영화를 보고도 심각하게 깨닫지 못했던 점이 이해가 안 될 정도이다.
[전문가들 거래하는 상품시장에서는 자격증보단 설득력이 몸값을 결정한다.] 86p
더불어 과학정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컬럼비아 주 순회상소법원을 필두로 연방법원은 과학에 근거한 결정을 자세히 살피는 권한을 확보했지만, 실제로는 '과학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쟁점을 분석하는 데 정부기관의 재량권을 상당 정도 인정했다.
법원은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이 단순한 사실분석보다는 정책판단에 더 크게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있는 과학 데이타에 관해 주도적인 해석을 제공하는 정부기관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일련의 가정들을 명시했다.
1. 규제결정은 피해에 대한 결정적이 아닌 암시적 증거에 근거를 둘 수 있다.
2. 해석은 전문가의 합의에 의한 지지를 받지 않아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3. 행정부는 전문가 의견의 불일치에 직면했을 때 논쟁이 된 자료와 방법론 중에서 재량껏 선택할 수 있다는 원칙들이 바로 그것이다.] 125p
동물 실험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제4회 순회상소법원은 연구에 미치는 소송의 부정적 영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소송은 위험하고 변화가 많은 법정에서 생의학 연구대상인 동물을 이용하게 만들 수 있다.] 164p
유독물질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법원은 유독물질 불법행위를 둘러싼 불확정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법원은 원과가 제시한 증거를 기피하면서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노출 관련 자료가 원고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았다.
= 중략 =
이런 상황에서 법원에게 제기되는 쟁점은 어떻게 사실을 인정하느냐보다는 관련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사회무능력으로 인해 빚어진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따라서 당사자나 그들의 법률 대리인이 공개적으로 그렇게 인식하든 안 하든, 사실 인정은 규범적이고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184p
결국, 독극물 피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기기는 어려운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화제가 된 미군이 파묻은 고엽제 같은 경우도 재판에서 이긴 경우가 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미군에 한해서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쟁점인 태아 나 배아에 관한 쟁점이다.
[ 배아는 테네시 법에 의해 '개인'으로 보호받을 자격이 없으며, 이것은 로 사건의 판결과 일치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배우자의 이해를 다른 쪽보다 우선시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은 아이처럼 자란 배아에 대해 공동 양육권을 선고했다.] 246p
이 책은 지금까지의 법이 어떻게 과학적 절차를 밟아 왔고 어떻게 과학적 문제를 다뤄 왔는지 짚어보면서
그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법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대충이나마 구경이라도 하게 되어 재미있었다.
이 책은 미국 재판의 판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판의 판례를 통해 우리나라 법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도 접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