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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평점 :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천천히 음미하듯 읽게 되는 책이다. 처음 책장을 넘기기 전에는 평범한 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몇 줄을 읽고 나서는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고, 일상 속에서 흘려보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스쳐 보냈던 순간들이 이 책 안에서 되살아나는 느낌이었고, 그렇게 잊고 지냈던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빠르게 넘기기보다는, 한 장 한 장 곱씹으며 읽게 되는 책이다. 담백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글들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에는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은 없다. 다만 너무 익숙해서 무심히 지나쳤던 감정들이 차분히 놓여 있다. 그 위에 하태완 작가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문장이 더해진다.
"산다는 건 정말이지 단순한 사건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절망도 환희도 기껏해야 쌀 한 톨만 한 일들에 결정되고, 지속 시간도 허무하리만큼 짧지 않은가요." (p.45)
크고 작은 감정들이 삶을 만든다. 쌀 한 톨만 한 감정들이 모여 하루를 이루고, 그 하루들이 인생이 된다. 이 책은 그런 삶의 흐름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조용히 등을 토닥이는 사람처럼, 곁에 있어 주는 글이다.
읽는 내내 가장 따뜻하게 다가왔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슬픔도 상처도 모르는 채로 같이 살아보자. 유독 예쁜 하늘 뜨는 날엔 가장 먼저 알려줄 테니 우리 같이 살아보자." (p.155)
힘든 하루가 지나고 나면, 말 한마디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날에는 이 문장을 조용히 떠올리고 싶어진다. 위로보다 더 큰 위로는 함께하자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예쁜 하늘을 함께 보며 살아가는 날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또한 다음 문장 역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꾸역꾸역 돋은 자그마한 싹이 모여 또 유월이면 온갖 초록이 되는 것처럼." (p.86)
요즘은 ‘꾸역꾸역’ 살아간다는 표현에 자주 공감하게 된다.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문장이었다. 어설프고 작아 보이는 하루하루도 결국 초록을 만드는 씨앗이 된다. 이 책은 그런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도록 다정하게 응원해준다.
시간은 흐르고, 감정도 조금씩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을 아주 섬세하게 담아낸다.
"지난했던 여름을 차차 배웅하자. 유난히 고되었던. 그럼에도 놓아주기에는 퍽 아쉬운." (p.131)
"쉽사리 가시지 않을 슬픔이 찬 공기처럼 십이월 겨울에 둥둥 떠 있다." (p.140)
슬픔은 어느 계절에 머무는 듯하다가도, 계절처럼 언젠가는 흘러간다. 그 감정들을 억지로 떨쳐내지 않고, 천천히 배웅하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떠나보내는 연습도 결국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어떤 이에게는 조용한 위로로, 또 다른 이에게는 잊고 있던 다짐을 꺼내보게 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는 삶 속에서 이 책은 조용히 멈춰 서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문장 하나로도 마음이 환기되고, 짧은 단락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지치고 어수선한 날들 사이에서, 이 책은 다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따뜻한 문장, 그리고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어깨를 다독이는 듯한 위로를 건넨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감정의 결들을 상기시키며, 삶이란 이름의 여정을 잠시 쉬어가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마음을 건드린다. 언젠가 다시 꺼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소리 내어 읽고 싶은 문장들,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전해주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한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그저 ‘힐링’이라는 말로 이 책을 요약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단순한 위로 이상의 힘이 있는 글들이 모여 있는 책이다. 감정을 온전히 끌어안고, 고요히 마주하게 만드는 힘. 바로 그 힘 때문에, 이 책은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