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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요괴전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ㅣ 지식 잇는 아이 14
양정화 지음, 박범희 그림 / 마음이음 / 2022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함께 작성하였지만, 저의 진심을 담은 솔직한 후기입니다.

『우리 동네 요괴전』은 전통 요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초등 창작동화로, 2022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책입니다. 10살 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책 한 권을 두고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어이쿠! 대형 요괴다!’, ‘으악! 창귀가 나타났다!’, ‘집 안에도 요괴! 집 밖에도 요괴!’, ‘구미호야, 구미호야, 뭐 하니?’라는 제목만 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합니다. 각 장에는 지역의 전설이나 민담에서 유래한 다양한 요괴들이 등장합니다. 책 속 이야기들은 무섭기보다는 유쾌하고 다정하게 풀어져 있어, 10살 아들도 거부감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 아들이 가장 좋아한 요괴는 ‘깡철이’였습니다. 강철 같은 피부를 가진 이 요괴는 이름도 특이하고, 힘도 세 보인다며 아들은 자기가 깡철이처럼 강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을지 상상하며 신이 났습니다. 또 ‘노앵설’처럼 진실만 말하는 요괴는 아이에게 정직함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죠. ‘장산범’이나 ‘창귀’ 이야기를 읽을 때는 살짝 무섭다고 하면서도 계속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더라고요. 그중 '창귀' 편을 읽고는 갑자기 불을 끄고 장난을 치기도 했어요. 책을 읽는 시간이 아이에게 놀이의 연장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단순히 요괴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요괴가 생겨났는지를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함께 설명해준다는 점입니다. 요괴라는 존재를 통해 옛 사람들의 생각, 두려움, 믿음 등을 엿볼 수 있었고, 아이는 이야기 끝마다 “이건 왜 생겼을까?”, “진짜로 이런 게 있었을까?”라며 질문을 쏟아냈어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책을 통해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집 안에도 요괴! 집 밖에도 요괴!' 장에서는 옛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이 요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박범희 작가님의 그림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요괴의 특징을 잘 살린 일러스트는 책의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무섭기보다는 익살맞고, 기괴하기보다는 귀엽게 그려진 요괴들은 아이가 그림만 봐도 기억해낼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요괴 하나하나마다 다른 색감과 질감이 살아 있어, 눈으로도 책을 즐길 수 있었어요.
또한 이 책은 3~5학년 국어·사회 교과와도 연결되어 있어 학습적인 연계도 뛰어납니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책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는 점에서 부모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정보 페이지에 문헌 출처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더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했어요.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함께 국어 교과서의 설화 단원을 다시 펼쳐보기도 했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 아이는 “우리 동네에도 요괴가 있으면 좋겠다. 나는 착한 요괴가 될 거야!”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만든 요괴를 직접 설명해주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더군요. 이런 책이야말로 아이의 감성과 사고력을 동시에 자극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동화책을 넘어, 함께 웃고 상상하고 배울 수 있었던 『우리 동네 요괴전』.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아이와 함께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