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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평점 :
조국씨가 신작을 낸 모양이다. 하여간 대단한 멘탈이다. 가정이 거의 풍비박산난 와중에도 책을 쓴다는 것은 보통 정신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다. 조씨의 부인 정경심에 대한 재판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으로 안다. 조국씨 자신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법원은 조속히 그의 혐의(자녀 입시관련 비리 등)에 대해 판결을 내려야할 줄 안다. 왜 이렇게 지체되는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형사사건은 좀 더 빨리 심리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또한 조씨의 딸 조민씨는 부산대에 의해 입학이 공식 취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사실 직장에 출근하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조국씨 집안사람들은 그걸 해낸다. 참으로 대단한 멘탈 아닌가? 나는 개인적으로 조국씨에 대해 부러운 것은 없다. 잘 생겼다고 알려진 그의 외모도 부럽지 않다.
더군다나 법학자로서의 그의 학문적 역량은 전혀 부럽지 않다. 그렇게 평가할만한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민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그의 정신력(일부에서는 그걸 뻔뻔함으로 표현한다)만큼은 때때로 돈을 내고 특강을 듣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조국씨는 명문 서울법대를 다녔고 그중에서도 형법이 전공이다. 지금은 해임된 상태지만 그가 재직한 서울대에서도 형법을 가르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가 일관된 이론체계를 가지고 형법교과서를 쓴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4인 공저인가 하는 형법총론이 있을 뿐이다.
과거 서울대에는 황산덕, 유기천 교수라는 훌륭한 형법학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학자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조국씨와 이리저리 엮인 H교수도 학계의 평판은 솔직히 그리 높지 못하다.
진짜 학자는 논문을 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잡문을 쓴다. 여기저기에서 글을 인용하여 법사상사인지, 법철학인지, 법상식인지도 모를 애매한 글을 쓰는 것이다. 가령 서울대 법대에서 법철학을 가르치던 최종고 교수가 이런 류의 책을 썼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형사법을 전공한 교수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과연 바람직할까? 잘 모르겠다. 나는 조국씨가 여전히 법을 말하고, 정의를 입에 올리고, 바른 가치를 언급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다. 부인 정경심씨의 유죄가 확정되고 딸의 의전원 입학이 취소된 마당에 그게 과연 적절한 행태일 수 있는가?
조국씨는 문재인 정권에서 황태자 소리를 듣던 사람이다. 특별한 경륜도 없이 일개 대학교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에, 비록 40일 짜리였지만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문재인 정권이 민심에서 멀어지는 원인을 제공했으며 일개 검사에 불과하던 윤석열씨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일등공신이다.
적어도 정치적으로 보자면 공은 거의 찾을 수 없고 과가 큰 사람이다. 공직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더욱이나 가족은 물론이고 그 자신이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동생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고위 공직을 지낸 입장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자숙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조국씨가 최근에 내놓은 이 책...「조국의 법고전 산책」인가 하는 이 책은 현재 알라딘 종합판매 순위 4위라고 한다. 그만큼 팬덤이 있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아마도 서초동 사거리에서 조국 수호를 외치던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국씨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일부 극성스런 지지층만 바라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전체 국민들의 여론이 어떤지 아울러 자신이 평생 공부해온 법적 양심에 비추어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를 냉정하게 살펴보고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국씨가 말이나 글에서 법을 거론하고 정의를 들먹일 때마다 숭고한 법의 사명과 정신에 대해 그가 똥물을 퍼붓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자숙하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며 미덕일 수 있다. 조국씨가 정작 해야할 것은 그 자신과 가족에 대한 사유와 성찰 아닐까?
법공부한 것을 큰 자긍심으로 여기는 조국씨에게 과연 그런 지혜는 없는 것인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