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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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31p) - 문유석
개인주의자니 뭐니 해도 어차피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끊임없이 군기, 서열, 뒷담화, 질투, 무리 짓기와 정치질, 인정투쟁에 시달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렸다.
나는 소인국 릴리퍼트에 표류한 걸리버다(거인국이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저 많은 소인들이 뭐라뭐라 지지배배 짹짹거리며 자기들끼리 나를 놓고 찧고 까불고 있다. 그들은 내가 신경쓰이고 불편하고 굴복시키고 싶고 그런 모양인데, 그건 어차피 그들 문제일 뿐 내 문제는 아니다. 난 어차피 여기 속하지 않으니까. 이들은 이들끼리 왕이니 대장이니 내가 보기엔 소꿉놀이 같은 구분 짓기를 하며 그들만의 소인국에서 경쟁하고 싸우게 내버려두자. 어차피내가 속하지도 않은 남의 나라에서 이들에게 인정받으면 뭐할 거고, 미움을 받으면 또 어떻겠나. 하물며 ‘소인국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고 용을 쓴다는 건 또 무슨 짓이겠나.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굳이 내 걱정을 해주는 척하며 비아냥대는 사람, 축하해주는 척하며 비틀린 심사를 드러내는 사람,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는 척하며 험담하는 사람들이 지치지도 않고나타나곤 한다. 어릴 적에는 나도 욱하며 어떻게든 마주 비꼬아주거나 반박하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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