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셀러스가 토바에게 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해준 문장.

‘문어는 수영할 때 심장이 멎는데 청소하는 여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졌을 때는 수영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심장이 이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신박한 설정이다.
문어와 사람의 우정이라니.

간단히 주인공을 소개하면,
토바는 30년전 외아들 에릭을 잃고 2년전 남편까지 암으로 잃고나서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 70대 수족관 청소부이다. 마셀러스는 청소년기부터 수족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스스로 그걸 감금이라고 부른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똑똑하고 냉정하지만 살날이 160여일 밖에 남지 않은 문어다.

전선에 얽혀있던 마셀러스를 토바가 구해주면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렇게 둘은 점점 서로 우정을 쌓는다. 그리고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두 주인공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대화하지는 못한다. 문어가 인간과 대화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대신 토바가 마셀러스의 눈빛을 읽는다. (독자들을 위해 군데군데 마셀러스의 생각이 적혀있어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이 냉정한 문어 마셀러스가 종의 차이를 넘어서 인간 토바에게 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해준 문장이 있는데, 토바가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다쳤을 때 미셀러스는 이렇게 생각한다.

‘문어는 수영할 때
심장이 멎는데,
그 청소하는 여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졌을 때는
수영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심장이 이상했다.’

나는 문장을 반복해서 읽었고, 심장이 몽글몽글 해지며 시린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적당한 단어다.‘정‘이라는 말은.)

제목만 보고는 환상동화를 읽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노년의 잔잔하고도 조금 마음아픈 부분도 있는 이야기였다. 서평단활동으로 제공받은 책이어서 내용이 316페이지까지 밖에 없다.

주인공의 주변인물인 캐머런과 이선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마셀러스가 알아챈 캐머런과 토바와의 관계, 또 이선과 토바와의 데이트.

나머지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해서 구매해서 읽으려고 구입했다. 제주도라서 4월 5일에 배송되는데 많이 기다려진다.

ㅡㅡㅡ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나에게도 마셀라스같은 친구가 있었다. 상상이라는 점만 빼면 정말 비슷하다. 중학생때 나타났는데(그냥 나타났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의지하던 친구였다. 언젠가부터 아침인사를 안하게 되면서 서서히 잊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생하게 기억났다. 어떻게 잊고 살았을까? 결정해야할 일이나 아프고 슬픈 일, 또 그냥 사소한 이야기들도 상상친구한테 이야기하고 의논하곤 했다.

나의 상상친구에게.
“네 덕분에 힘든 것도 모르고 다 잘 지낼 수 있었어.
네가 필요없어져서 안찾은 게 아니라 내가 어른이 되고 바빠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었나봐. 눈뜨고 기지개를 펴면서 인사를 하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기지개를 펼 시간도 없더라. 나는 이렇게 잘 자랐고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 네가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녀 차출이 두려워 딸을 숨기고, 남장을 하고 다니기까지 해야했던 슬픈 시대였다. 공녀로 갔다가 돌아온 여인을 가리켜 이르던 말 ..‘환향녀(화냥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고생하다가 간신히 고향을 찾아 돌아온 사람들을 부르던 말이 욕이 되다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리적 배경이 제주도라서,
주제가 공녀라서 관심이 생겼던 책이다.
제주는 수탈의 역사만 가지고도
책 여러 권은 너끈히 쓸 수 있을만큼
슬픔을 간직한 곳이어서.

(제주에 살면서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꾸준히 읽어보고 있는데
끈질기게 열심히 살았던 제주분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무서운 점은
역사적으로 실제 있었던 일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정도 읽으니
소설의 결말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뭔가 속시원한 결말을 바래서 였던 것 같다,

자칭 잃을 것이 없어 용감하다는 민환이.
소설은 환이가 아버지를 찾아 제주로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아버지가 파헤치던 사건을 수사하는 언니 환이와
오해와 상처로 떨어져 살던 동생 매월이의 공조로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사건이 파헤쳐 질수록 내가 느끼는 분노도 슬픔도 점점 커졌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공녀.
주로 10대초중반이었다고 한다.
물론 현재의 10대와 비교하기엔 시대적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너무 어린 나이 아닌가.

공녀를 차출하는 방식은 흡사 사냥과도 같았는데,
아름다운 딸이 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온 집안을 뒤져 밧줄에 묶어서 데려갔다고 한다.

공녀로 차출될까 두려워 딸이 있음을 숨기고,
남장을 하고 다니기까지 해야했던 슬픈 시대였다.
공녀로 갔다가 돌아온 여인을 가리켜 이르던 말

‘환향녀(화냥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고생하다가
간신히 고향을 찾아 돌아온 사람들을 부르던 말이 욕이 되다니
참 어이없는 노릇이다.
소설 속의 서현도 그랬다.
가슴아프게도.

채원의 마지막 선택도 참 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누구의 편도 될 수 없던 채원이가 참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을 읽을 때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기 보다는
등장인물 한명 한명에게 이입하여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미자, 다원, 지아,
윤희, 보영, 지윤, 예주,
가연, 은후, 보휘,
경자, 마리, 현옥, 서현
그리고 채원.

그들의 이름을 한번 불러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