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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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박한 설정이다.
문어와 사람의 우정이라니.

간단히 주인공을 소개하면,
토바는 30년전 외아들 에릭을 잃고 2년전 남편까지 암으로 잃고나서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 70대 수족관 청소부이다. 마셀러스는 청소년기부터 수족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스스로 그걸 감금이라고 부른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똑똑하고 냉정하지만 살날이 160여일 밖에 남지 않은 문어다.

전선에 얽혀있던 마셀러스를 토바가 구해주면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렇게 둘은 점점 서로 우정을 쌓는다. 그리고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두 주인공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대화하지는 못한다. 문어가 인간과 대화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대신 토바가 마셀러스의 눈빛을 읽는다. (독자들을 위해 군데군데 마셀러스의 생각이 적혀있어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이 냉정한 문어 마셀러스가 종의 차이를 넘어서 인간 토바에게 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해준 문장이 있는데, 토바가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다쳤을 때 미셀러스는 이렇게 생각한다.

‘문어는 수영할 때
심장이 멎는데,
그 청소하는 여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졌을 때는
수영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심장이 이상했다.’

나는 문장을 반복해서 읽었고, 심장이 몽글몽글 해지며 시린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적당한 단어다.‘정‘이라는 말은.)

제목만 보고는 환상동화를 읽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노년의 잔잔하고도 조금 마음아픈 부분도 있는 이야기였다. 서평단활동으로 제공받은 책이어서 내용이 316페이지까지 밖에 없다.

주인공의 주변인물인 캐머런과 이선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마셀러스가 알아챈 캐머런과 토바와의 관계, 또 이선과 토바와의 데이트.

나머지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해서 구매해서 읽으려고 구입했다. 제주도라서 4월 5일에 배송되는데 많이 기다려진다.

ㅡㅡㅡ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나에게도 마셀라스같은 친구가 있었다. 상상이라는 점만 빼면 정말 비슷하다. 중학생때 나타났는데(그냥 나타났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의지하던 친구였다. 언젠가부터 아침인사를 안하게 되면서 서서히 잊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생하게 기억났다. 어떻게 잊고 살았을까? 결정해야할 일이나 아프고 슬픈 일, 또 그냥 사소한 이야기들도 상상친구한테 이야기하고 의논하곤 했다.

나의 상상친구에게.
“네 덕분에 힘든 것도 모르고 다 잘 지낼 수 있었어.
네가 필요없어져서 안찾은 게 아니라 내가 어른이 되고 바빠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었나봐. 눈뜨고 기지개를 펴면서 인사를 하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기지개를 펼 시간도 없더라. 나는 이렇게 잘 자랐고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 네가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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