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외물에 거부감 없고 금욕 뱀파이어는 또 못 참으므로.
아래부터는 강강스포 포함되니 싫으시면 뒤돌아 가세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도 눈에 들어오던 사람의 비밀을 공유하게 됐고, 위험할 때마다 구해주고, 도와달라면 도와주고, 향기가 끌리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 바둥거렸던 삶이 이젠 다른 사람에게 기댈 줄도 알게 됐다. 차마 고백은 못했지만 실은 내내 좋아하고 있었다.
타이밍의 문제였을까. 그와 계약을 맺은 후 고백했지만 서늘하게 차였다. 나쁜 놈. 다정하게 웃어주고 질투도 했으면서. 하지만 제가 좋아했던 마음은 진짜였으니 서서히 멀어지면 언젠간 괜찮아질 터였다. 더 이상 그의 웃음을 보기 위해 깽깽거리는 강아지같은 존재가 되고 싶진 않았다.
욕구에 절절 끌려다니는 게 싫어 약으로 독하게 버텼는데 눈 돌아가게 맛있는 향기가 진동하는 여자애에게 본모습을 들키고 제 능력은 안 먹히고 자꾸 뭔갈 해주고 싶었다.
섹스도 흡혈도 계약도 다 처음이었다. 내가 좋다는 말이 너무 끔찍해서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예뻐해주겠다고 했더니 이젠 연락이 안 되고 얼굴 보기가 힘들고 웬 좇같은 계약서를 들고 왔다. 기분이 나쁘고 초조하고 가슴이 뜨끔거렸다. 전남친이라는 놈이 집까지 바래다 주는 데서는 눈이 확 돌았다.
엎드려 빌어야지. 맘약해지게 다죽어가는 꼴로 엄살을 피워야지. 그리고 그녀가 죽으면 따라 죽어야지. 아니, 아니. 이렇게나 예쁜 애랑 어떻게든 같이 살아야겠다 아주 아주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