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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치지 않게
설레다(최민정) 글.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귀여움과 우울함이 잔뜩 묻어 나오는 노란 토끼 설토(설레임 토끼)가 들려 주는 이야기들. 때로는 콕콕 마음을 찌르는 솔직하고 적나라한 이야기와, 때로는 지치고 힘든 마음을 어르고 달래주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그냥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순간들에 대한 것들을 담고 있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해.
라는 문구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점점 혼자인 시간이 편해질 수록 조금씩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점점 자신만의 울타리로 기어들어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귀찮고 지치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회의감에 더 움츠러 들기 시작할 때. 그렇게 우울감이 빠져 허덕이는 나날들 속에 이 책이 더욱 더 깊이 와 닿았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편하지만, 외롭고 누군가의 손길이 무척이나 그리운 시간들에서 설토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조금씩 한 걸음 더 용기내 걸어갈 수 있도록 한다. 글도 글이지만, 한컷 한 컷에 담겨 있는 설토의 그림들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저자의 말처럼 설토는 나도, 그리고 당신도 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이 간다. 그만큼 설토의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가 겪는, 그래서 더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별에 대한 상처,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듣기 싫은 상대방의 솔직함, 혼자만의 울타리에서의 세상, 사람에 대한 그리움, 괜히 화가 나고 울적해 지는 날… 모든 이야기의 기록들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설토에게 위로 받고, 힘을 내게 된다.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위로 해주는 귀여운 토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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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지요. 슬픈 날에는 슬픔을, 기쁜 날에는 기쁨을, 화가 나는 날에는 분노와 억울함을, 무기력할 때조차 그 기분 그대로, 그렇게 무엇이든 마음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누군가 들어주길, 누군가가 내 마음 있는 그대로 헤아려주길…" (305쪽)
"그런 설토는 나인 동시에, 또한 당신이기도 합니다. 상처받지 않은 척하다가도 남이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바라고, 타인에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엔 무신경하며, 자신이 가진 행복보다 타인의 행복이 더 부러울 때가 많고, 어쩌다 겪는 불행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불안해하는 모습들까지…"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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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라는 장애물이 있는 줄 모르고 넘어진 사람을 보며 우리는 웃음을 터트리지요. 넘어지고 아파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모습이지만 우리는 '유리벽을 못 보고 부딪힌' 그 사실이 우스운 겁니다. '눈에 빤히 보이는데 저걸 못 보나?' 싶은 거지요. 이처럼 우리는 어쩌면 각자 자시만의 유리병 세상 안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뻔히 보이지만 그 안에 있는 자신의 눈에는 세상과 이곳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 그런 유리 말이죠.
- 39쪽, 유리병 세상
마음이 무겁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통째로 떨어져 나갈 줄은 몰랐습니다. 상처받으면 받는 만큼 바스러질 때는 있었지만 이렇게 몸이 휘청일 만큼 크게 떨어져 나가 버리다니요.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를 채우다 별일 없이 몸을 트는 순간, 몸통의 가운데가 '뻥'하고 뚫려 버리는 경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암담한 순간.
-73쪽, 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