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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평점 :
외로움에 지쳐, 누군가에게 기대고픈 당신 곁에
어느 샌가 다가와 한 장의 명함을 건넬지도 모른다.
그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Mr. A
A씨.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어떤 존재. 영원한 시간을 갖고 이 거리에서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을 조용히 도와주는 신기한 사람. 비밀을 털어놓지 않아도
그 비밀을 알고 해결해준다는 인물로, 이 거리에서는 전설로 통했다.
물론 나는 그 이야기를 아주 살짝 믿는다.
나처럼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들을 보는 인간도 있는데,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없으란 법도 없으니까….
-49쪽
A씨가 있었다.
평생을 살아가며, 모든 비밀들을 알고 있는, 구전으로만 떠돌 것 같은
신비하고 모호한 존재. 거기다가 조용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기까지 하는 누구나가 찾고 싶어하는 착한 사람.
도무지 16살의 소녀가 쓴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에
연계성과 독착성, 캐릭터 자체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A씨에 관하여>는 /CHAPTER1, 개가 있었다/를 시작으로
/CHAPTER2, 고래를 찾아서/와 /CHAPTER3, TRAIN TICKET/으로 이어진다.
이 세 가지의 이야기 모두 각기 다른 듯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 속에
A씨에 존재한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 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A씨의 존재를 찾아나가면서, A씨에 대한 존재가 밝혀지게 된다.
어린 소녀의 감성과 생각들로 이루어진 글이라고 하기에는 그 깊이가
얕지 않았고, 등장인물들 마다 느껴지는 아픔과 고통 역시 어느 정도
인생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느낄 법한 것들도 많아 꽤나 놀라웠다.
더욱이 놀라움과 동시에 그녀의 깊은 감성에 감탄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1,2의 이야기들은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고,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직시해 용기 있게 마주보았을 때 실마리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모습 속에서 부정하고 상처내고
또한 상처 받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보면서
진정한 스스로를 직시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했을 때 비로소 스스로를
찾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 역시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말이 이 이야기의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이야기는 특히 바닷속 고래의 모습이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과
같이 느낌이 예쁘고 아름다웠다. 비록 속이야기는 다소 안타까운 부분들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주인공인 두 사람과 바다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졌다.
마지막 이야기는 다소 짧았는데, 짧은 것이 비해 강한 인상이 남았다.
티켓 한 장, 그리고 택해야 하는 두 가지 갈림길. 그 갈림길로 인해 달라질 인생.
그 짧은 이야기를 굉장히 생생하고 깊이 있는 감성으로 잘 그려낸 것 같다.
문득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A씨에 대한 생각에 궁금증이 인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혹은 이미 만났을, 누구나에게나 존재하는 A씨.
아직 어린 나이인 저자가 앞으로 또 어떤 기발한 상상력과 섬세한 필치로
아름답고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