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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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읽었던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라 단언하고 싶다. 뭐랄까, 내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동시에 감탄을 연발하게 했고, 그 만큼의 애정을 갖게 해주었다. 사실 강영호님의 사진은 소소하게나마 접한 적이 있었지만, 김탁환님의 글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존재들이며 무한한 창의적 상상력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투영된 이 책을 보면서 어쩌면 두 사람의 사유가 이렇게 잘 어우러져 있을 수 있을까 싶어 짐짓 놀라우면서도 크게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낸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상대성 인간, 인간인간인간, 반딧불이 인간, 웨딩 인간,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알바트로스 인간. 이 일곱 인간들 중 내 구미를 확 당기며 무한한 매력으로 날 끌어당긴 인간은 상대성 인간과, 인간인간인간이었다. 인간들 모두 제각기 특별한 매력이 있었고, 그 독특하고 괴기한 어둠이 날 설레게까지 했다. 특히나 상대성 인간은 우리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상대성이 얼마나 파렴치한 것인지, 혹은 얼마나 혐오스럽고 끔찍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늘 홍대를 자주 드나들곤 한다. 유독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늘 홍대는 예외였다.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한껏 짜증이 솟구쳐도 홍대라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난 홍대의 그 자유분방함과 어두운 낭만, 혹은 허무한 분위기가 좋다. 밤의 거리이기도 한 홍대는 이상하리만치 괴팍한 나조차도 관대해지게 만들곤 했다. 그런 홍대의 밤거리를 누비고 다닐 상대성 인간을 생각하니 뭔가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다.

인간인간인간은 사진을 마주하자마자 묘하게 인상을 구기게 되면서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지하철로 뛰어든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을 기관사. 그들의 죽기 전 눈빛을 마주쳤노라면 얼마나 끔찍하고 오금이 저렸을까.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싶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죽음을 목격해야 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한 노릇이랴.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관사의 배 위로 떠오르는 죽은 자의 얼굴은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소재인데다 완벽한 것이었다. 간혹 지하철을 탈 때면 뛰어들었을, 혹은 뛰어들 사람들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쓸데없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상상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인지 인간인간인간은 내게 있어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아랫도리를 들췄는데 하루는 눈썹이, 하루는 코가, 하루는 입이 나온다고 상상해보자. 움직이지는 않되 누군가가 얼굴을 들이민 것이다. 참을 수 있을까.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만약 이 얼굴이 말까지 하고 움직이기까지 하는 살아 숨 쉬는 존재였다면, 매력은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 하늘공원에 산책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인지 반딧불이 인간을 읽으며 다시금 하늘공원의 풍경을 떠올려보았다. 다시금 하늘공원을 찾는 날이 온다면 나도 모르게 주위를 휙휙 둘러보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만큼 이 책들은 내게 있어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벅찬 여운을 안겨주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인간들은 어딜 가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통에 난감할 지경이다. 한동안은 이 책의 여파가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 만큼, 서울의 인간들은 넘쳐날 정도로 충분하니 말이다. 비단 나를 포함해서.

이 책의 묘미는 글과 사진의 합리적인 조화에 있다. 그래서 인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인간들은 어떤 모습을 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벌써부터 두근두근 떨려온다. 김탁환, 강영호의 신선한 상상력이 발휘된 이 책은 더 없이 훌륭했고, 이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 이 인간들은 여전히 우리네 곁에서 함께 하고 있고, 나 또한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없게 만드는 피할 수 없는 만남인 것이다. 지극히 행복했고, 설레고, 아름다웠고, 비극적이었던 또 다른 인간들과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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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인생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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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대표하는 대 문호, 톨스토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표하는 대 문호라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그의 명성은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통한다는 것,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일까 싶다. 더욱이 곧 서거 100주년을 맞이하는 와중에도 그 이름이 널리 기려지고 그의 책이 읽혀지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다. 어쩌면 책에서 언급했듯이 이 또한 톨스토이의 계산 된 행동일 수도 있다. 아마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의 무게감에 자못 흐뭇함을 머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하리만치 고전에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서도 쉽사리 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톨스토이의 책들이다. 누구나 한 권쯤은 읽었다고 이야기 하고, 누구나 그의 책에 대해 논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 속에 말 한마디 건네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사실 이런 점에서 다소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물론 고전 소설이라고 해서, 또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가 습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에게는 개개인의 자유가 보장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어쩐 일인지 톨스토이의 작품은 읽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게 될 뿐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이 상당히 끌린 것도 사실이다. 이 책 한권만으로도 톨스토이의 전반적인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는 데, 어느 누가 끌리지 않겠는가. 90권에 달하는 그의 책을 오래도록 읽으며 그에 대해 간파하기에는 아직 내게 그만한 애정은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책 한권을 통해 톨스토이의 작품들이 무척이나 읽고 싶어졌다는 거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은 더할 나위 없었다.



「안나 카레니나」그 작품 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톨스토이의 인생관과 철학. 상당히 흥미로웠다. 부유하게 태어나 그 부유함 속의 자유를 누리며 마치 책 속의 ‘브론스키’처럼 살았던 톨스토이. 하지만 그는 쉰 살이 넘어가면서 심적으로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만약 이 변화가 그저 심적인 측면에서만 그쳤다면 톨스토이 또한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겼다. 시골로 이사를 갔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나 그는 육체에 대한 괴리감에 많은 시간을 괴로워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있어 육체란 어떤 것일까. 육체가 없다면 성욕을 느끼지 않고, 병에 걸릴 위험도 없고, 우리에겐 더 없이 만족스러운 일이었을까. 톨스토이의 그런 괴리감은 비단 톨스토이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풀지 못할 문제로 남을 것이다. 후대에도, 그리고 100년이 흐른 그 후대에도 말이다. 글쓴이의 말처럼 그는 상당히 많은 모순을 짊어진 채 힘들어했다. 나는 그의 그런 고통이 그를 더욱더 매력적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 글 하나만으로도 톨스토이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톨스토이가 원했던 삶에 대한 진정성을 읽어 내려가며, 다시 한 번 내 인생을 곱씹을 수 있었다. 진정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진정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최근 인문서 중에서도 이처럼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많이 접했다. 또한 그 만큼 재미가 동하고 신나는 일이었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글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 또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기분 좋은 것이었다. ‘석영중’님의 글은 처음 접하지만, 그의 글은 상당히 쉽게 읽히고 재미있으며 깊이가 깔려 있었다. 그래서 인지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 볼 생각이다.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그의 책을 함께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마치 누군가에게 새 책을 선물 받은 것처럼 들뜬 기분이다. 이 책 한권으로 톨스토이의 모든 전반적인 부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원했던, 그리고 살려고 했던 삶과 인생, 가치관. 그리고 그가 쓰고자 했던 문학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남은 것은 그의 책을 읽어 가면서 내 스스로가 풀어가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책 한권으로 느낀 톨스토이와 그 사이에서 느낀 내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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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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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겉표지를 딱 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한 여성의 일러스트였다. 사뭇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이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워낙 보테로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동통한 다리가 딱 보테로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핑크빛 색채 속에 놓인 여성의 일러스트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소설의 첫 부분부터 등장하는 비극. 서해대교의 비극이 떠올랐다. 이는 대구 지하철 참사 못지않게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여전히 우리네 기억 속에 안타까운 사건으로 남아 있다. 더욱이나 그 사건에 가족이나 그 밖에 관련 된 누군가가 있었다면 더할 수 없는 충격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 희뿌연 안개 가득한 도로 위에 미령과 현욱도 있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사고 속에서 결국 현욱은 그녀를 뒤따라가지 못한 채,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야 만 것이다. 미령이 실려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현욱의 피로 얼룩진 얼굴이 내게도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그 눈빛은 자신의 마지막을 이미 깨달았던 것일까. 괜히 울렁이면서 속이 아리는 통에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사실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태껏 장례식장이라는 곳을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며칠 전 지인은 아니었지만, 회사 일로 알게 된 분이 모친상을 당하셨다고 하여 사장님과 함께 가본 것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가봤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나는 장례식장의 입구에서 기다렸고, 사장님 혼자 들어가셨다.) 최근 이상하리만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었다. 그래서 인지 죽음과 관련된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두루두루 읽기 시작했다. 늘 죽음이라는 것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고, 그래서 인지 그에 대한 자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신종플루로 인해 갑작스럽게, 혹은 쉽사리 죽음을 피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각종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의 죽음을 눈여겨보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지 현욱의 죽음 또한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죽음은 우리네 삶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다만, 죽음과 삶이 닿아 있는 거리의 차이일 뿐, 그 누구도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삶을 살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만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굳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죽음에 대해 자각과 인지를 하고 나니 그저 인생이라는 것이 달리 보였던 것이다. 최근 아는 지인과의 이야기 도중 죽음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 지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늘 내일 죽는다 해도 안타깝지 않을 만큼 그렇게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지인의 모습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면서 참으로 대단한 사람 같아 보였다고 할까.



목욕탕이라고 하는 것은 몸을 깨끗하게 씻기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발가벗은 사람들만이 입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온통 발가벗은 사람들 틈으로 발가벗은 몸을 하고 들어갈 때면 나도 모르게 내 온 치부를 드러낸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마치 내 온전한 모든 것을 감춰주던 것을 버리고 그렇게 내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 그래서 일까. 목욕탕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다소 인간적인 느낌이 나기도 한다. 우리네 인생 속 단면이 고스란히 배어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목욕탕 때밀이 일을 하는 복남의 시선 속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이 친숙한 동시에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녀는 오래 전 동네 과부와 바람난 남편이 집을 나가고 혼자 현욱을 키웠다. 미령과 사고를 당한 뒤 결국 먼저 가버리고 말았지만. 그리고 호순은 미령의 엄마로 늘 그녀의 말은 과장되거나 부풀려진다. 굉장히 앞뒤가 맞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수긍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복남, 호순, 미령. 그렇게 과부인 세 여자가 이 소설의 중심인물이다. 그리고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이 바로 목욕탕이다. 서로 간의 차오르는 분노, 그리고 느껴지는 동질감 내지는 동정. 그녀들은 애증의 관계 속에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며 의지하게 된다.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비록 내가 과부가 아닐지언정, 같은 여자로써의 감정적인 면이라고 해야 할까. 적나라하게 스스로를 내보이는 목욕탕 안에서 그녀들이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었다. 바로 그것이 우리네 삶이자, 스스로의 삶이 아닐까. 다소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글에 목욕탕이라는 신선한 배경이 등장하면서 색다른 매력을 담아낸 글이었다. 최근, 에세이집에 몰두하느라 소설책을 많이 보지 못했었다. 더군다나 ‘김지현’이라는 작가의 글 또한 처음 접하다 보니 새로움과 흥미를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쪼록 내게 있어선 많은 생각들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글이었다. 또한 이처럼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글이었다. 이제부터 목욕탕을 찾게 되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이 글을 떠올리며 탕 안에 앉아 있을 그녀들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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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위대한 화가 -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
스티븐 파딩 지음, 박미훈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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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명의 작가 분들이라기에 상상만으로도 벅찼지만, 실로 받아 본 책의 두께는 어마어마했다. 상상 이상으로 그 묵직함에 외려 부담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피카소의 눈빛과 마주하며, 달리의 시선에 다소 부담을 느끼며 그렇게 한 참을 책 표지만 멍 하니 바라보았던 것 같다. 섣불리 책을 열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그렇게 책을 받아보고 난 뒤, 며칠이 지나서야 한 장 두 장 책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실로 방대한 양이었다. 마치 대 사전을 방불케 했다. 더군다나 시대 별로 작가를 구분 짓거나, 이름 별로 나뉘어 놓아 찾기도 용이 할뿐더러 보기에도 편리했다. 그래서 인지 더더욱 사전과도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대 국어사전과도 같은 그런 느낌?



마로니에 북스는 미술 서적을 많이 출간한다. 최근 마로니에 북스에서 ‘에드워드 호퍼’와 ‘클림트’의 아트 북과 포트폴리오도 구매한 바 있다. 점차 미술은 사람들에게 있어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예술은 우리에게 먼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 만큼, 전시회 또한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되었고 이와 더불어 미술 관련 서적 또한 방대하게 출간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로니에 북스와 같이 미술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간해주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조금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미술에 대해 꽤나 애정을 품고 있는 나조차도 이젠 마로니에 북스만 보면 절로 반가움이 일 정도니 말이다.



501명의 16세기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작가들을 보며, 사실 절반 이상이 낯설었다. 어디서 한 번 본 것 같은 그림도 있던 반면, 정말이지 난생 처음 보는 듯한 그림 또한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인지 다소 읽는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소 공부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행여나 찾아보고 싶은 작가가 생겼을 시에 사전처럼 바로 바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울 것 같다. 501명의 위대한 작가 분들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 그 분들을 느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책꽂이에 있는 이 두툼한 책에 보이는 달리의 표정이 늘 내게 새로운 호기심과 감흥을 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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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 나를 찾아 떠나는 300일간의 인디아 표류기
하정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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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란 내게 있어 그야말로 신비함을 넘어서 벅찬 곳이다. 늘 스스로를 꿈꾸게 만드는 동시에 설레게 하는 곳이다. 언젠가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건만, 어쩐지 인도만큼은 쉽사리 결정짓기가 어렵기만 하다. 작가도 말하지 않았는가. 이것저것 재거나 걱정부터 하게 된다면, 이미 그 여행은 이뤄지지 못한다고 말이다. 인도는 마음먹었을 때 비행기 표부터 끊어야 한단다. 그래야 갈 수 있는 곳이 인도라고. 내 나이도 서른 쯤 되면, 겁 없이 비행기 표부터 끊을 수 있을까. 아님 외려 용기내지 못한 채 나약해 질 것인가. 이 책을 읽고 난 뒤, ‘인도’란 나라는 내게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감동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내게 손짓하며 부르는 인도의 존재로 며칠은 멍- 해지곤 했다. 그 며칠 간 고민한 것은, 몇 년 안에 인도 여행은 꼭 가야겠다는 결단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인도 여행에 있어 겁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길가를 가득 채워주고 있다는 소똥도, 쓰레기도 아닌 바로 벌레들이었다. 벌레만한 바퀴벌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더불어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벌레라고 하면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끔찍하게 생각하는 내 입장으로서는 벌레의 존재를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하지만 그 보다 꿈꾸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으니까.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들이냐, 벌레라는 단 한 가지 끔찍함이냐. 그 두 가지를 비교해 보면 당연지사 헤아릴 수 없는 인도의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벌레를 너무 끔찍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둘 사이의 격차가 아주 미미한 정도다.)



  인도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오이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정말 작가의 말처럼 어찌나 깜찍한지. 대한민국 사람들이 오이를 들고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닌다면 정말 초 깜찍해 질 것 같긴 하다. 아삭 아삭. 상큼한 오이 냄새와 함께. 또한 네팔에서의 하루 한 번의 정전시간의 글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속에 있는 내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까마득한 어둠 속에 앉아 달빛에 새어드는 창가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다 또 하루는 분위기 있게 촛불을 켜 놓고는 맥주 한 잔하는 것도 좋겠지. 그러다 또 하루는… 그런 어둠 속에 갇혀 대자로 누운 채, 한껏 침묵을 즐기며 스스로의 끝없는 공상에 빠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은 때론 두렵지만, 때론 너무 아름답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늘 환하고 많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침묵의 어둠은 익숙하지 않은 거다. 난 종종 저녁에 불을 끄고 누워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홀로 생각에 잠기곤 한다. 늘 그때만큼은 진지한 내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늘 아름다움에 감동받은 건 아니다. 아픔에 가슴이 아리기도 했다. 인도 릭샤꾼들의 발 사진과 함께 나온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어찌나 가슴이 아파오던지. 작가 말처럼 부모라는 이유 하나로 그들의 고생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우리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요구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우리의 편안한 이면에는 인도의 릭샤꾼들처럼 열심히 인생을 사는 사람도 많다는 거다.



  그리고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인도에서는 갠지스 강으로 시체를 태워 보낸다고 한다. 익히 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였지만, 새삼스럽게 죽음에 대한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나를 붙잡았다. 최근 죽음과 관련 된 책들을 두루 읽었다. 또한 여러모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됐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이란 나와 전혀 무관한, 감흥 없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죽음은 삶과 동일선상에 있다. 계속 걷다 보면 죽음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 삶과 죽음을 잇는 선의 길이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인지 현재 바로 이 순간, 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몇 가지가 있다. 내게 있어 새로운 깨달음과 변화를 가져다 준 내용들. 첫째는, 파리를 쫓는 소년이야기다. 수박을 잘라 파는 아저씨 옆에서 하염없이 파리를 쫓는 소년. 그 소년의 꿈은 후에 수박을 잘라 파는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거였다. 작가는 말했다. 아무리 수박이 좋아도, 너 자신을 제일 사랑하고 그 다음이 수박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싶었다. 무슨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아니, 노력을 하고는 있는 걸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안일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늘 살아 숨 쉬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지만 정작 내 인생은 너무 건조하고 평범하지 않았나.



  또한 내가 알고 있는 가치관이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너무 획일한 단면을 바라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옳다고 믿은 채, 단 한차례의 의심도 갖지 않았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글은 “그래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당신이 없으면 이 지구는 당장 불완전해진다는 것. 너무나 불편해진다는 것.” 그래,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가 늘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기를. 아프고 무섭고 험난하고 더러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로맨틱한 인생이지 않은가.



  이 책의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인도를 담고 있는 사진이 많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글 자체는 솔직히 말해 별다르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개인적인 사유에 동참하지 못한 글들도 종종 있었달까. 또한 모든 인도 풍경 속에서 그녀의 사랑이야기나 과거가 겹쳐 나오는 통에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내용만을 보자면, 내게 있어 와 닿았던 글들도 많았다. (위에서도 몇 가지 소개를 했지만. 아,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이 책이 별로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평소 에세이집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편하게 쓴 글이었다. 내가 보기엔 조금 불편해 보이는 글도 있었는데, 외려 그런 글을 편하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긴 하다. 아무쪼록, 인도 여행 한 번 잘 다녀왔다. 다음에는 이 사진 속 풍경 안에 서 있는 내 자신을 위하여 오늘도 로맨틱한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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