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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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느 날, 재미있는 책이 나왔나 싶어 서점에 들러 이리저리 구경을 했다. 유독 표지가 눈에 띄는 책들, 독특하고 재미난 제목이 눈길을 끄는 책들 등 다양한 연유에서 많은 책들을 집어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다. 하지만 책 내용이 첫 느낌과 달라, 꽤나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무수히 많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처음 책 제목과 표지만 접했을 때는 사실 크게 가늠하기 어려웠다. 다만 소설책이긴 한데…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냥 소설책도 아닌 경제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생소할뿐더러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더군다나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두께는 실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그래서 인지 처음 책장을 넘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듯 싶다. 계속해서 주저하게 되었던 거다. 하지만 일단 책장을 넘긴 순간부터는 절대 손 안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이 쉴 새 없이 머릿속을 가득 메워버리는 통에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흥미진진했다.  

 


일단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아버지가 하시던 작은 운송회사를 물려받아 10년 째 꾸려가던 아카마쓰는 자신의 회사 트럭에서 타이어가 분리되어, 지나가는 모자(母子)를 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아이의 엄마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사고의 원인은 정비 불량이라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아카마쓰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사고가 난 트럭은 대기업인 호프자동차에서 나온 것이었고, 아카마쓰는 분명 그 트럭의 구조적 결함이라 단언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카마쓰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아카마쓰는 회사가 도산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아카마쓰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과, 회사 직원들과 함께 대기업과의 힘든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대기업과의 싸움은 말 그대로, 바위에 계란치기였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은 싸움이었다. 하지만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에게도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흥미진진하다. 한 시도 지루할 틈 없이, 딴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등장인물을 교차시켜 사건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며, 꽤나 여유로운 전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이 하나같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는 것이 놀라움과 동시에 감탄을 자아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저자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깨달음을 주었다. 여전히 사회에 만연해있는 부정부패와 강자, 약자와의 관계는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순간에, 아카마쓰는 자신만의 확고한 믿음과 주관으로 소리치고 나섰다. 과연 당신은 그 순간에, 아무도 하지 않은 고독하고 위험한 싸움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묻는 것만 같다. 깊이 있고, 진지하며 무겁되 전혀 거부감이 없고 재미있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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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갑자기
차우모완 지음 / 엔블록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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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통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스치듯 번뜩이는, 혹은 아직까지 자리하는 여운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마련인데 어쩐지 이 책은 그 느낌이 기묘하다. 480여 가까이 되는 묵직한 두께는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헉 소리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두께와는 다르게 읽는 속도는 꽤나 빠르게 진행됐고, 외려 다른 책들보다 더 빠른 시간 내 완독하지 않았나 싶다. 헌데, 그 느낌이 기묘하다는 것은- 뭔가 다 읽고 내려갔는데도 내가 한 편의 허구적인 소설을 읽은 것인지, 누군가의 기록을 읽은 것인지, 것도 아님 미스테리한 추리소설을 읽으며 함께 사건을 쫓아 나간 것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설 내 자주 등장하는 의학적인 용어와 의학적인 책에 대한 내용 및 책 속의 여주인공이 앓고 있는 유방암에 대한 진지하고도 풍부한 상식들은 건강 서적을 방불케 했던 것이다. 사실 외려 의학적인 각주가 너무 방대하게 많은데다 사건 중간 중간 계속해서 등장하는 탓에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과 추리해 나가는 사건들 사이의 맥을 끊어놓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각주는 일체 신경 쓰지 않고 넘기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나중에 한 장씩 가볍게 넘기면서 각주를 눈여겨보았다. 꽤나 복잡 미묘한 책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유방암 판정을 받은 지원. 그리고 그런 아픔을 지닌 채 힘겨운 발걸음으로 돌아간 집에서 목격한 남자친구와 앳된 소녀의 섹스 장면. 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가련한 여자인가. 인생을 송두리째 잃었다고 느낄 만큼,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이미 그녀의 인생은 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선택한 고향으로의 길. 그 고향에서 만난 마지막 사랑의 남자.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친언니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는 풀리지 않는 의문의 사건들. 연이어 자살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시체가 발견되고, 점점 더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지원은 이 모든 사건들을 풀기 위해 추리를 시작하게 되고 그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터져 나오면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참 이것 역시 다소 힘들었던 것이, 지원의 뛰어난 추리(?)를 따라가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녀와 순경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기도 전에 하나하나 드러나게 되는 전개로, 약간의 반전을 가미해 재미를 주고는 있으나 여러모로 너무 복잡한 구조 속에, 터져 나오는 연이은 사건들로 읽는 과정이 다소 힘에 부쳤던 것 같다.  


작가의 이력을 꼼꼼하게 챙겨 보았으나, 도저히 작가에 대해 파악할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본명인지 아닌지도 모를 독특한 이름만이 그의 존재를 부각시킬 뿐이었다. 아무쪼록 오랜만에 참으로 독특하고 재미난 구조의 작품을 읽지 않았나 싶다.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만족스러운 부분도 꽤나 많았다. 진지하게 파헤치는 깊은 내면의 구조는 나에게도 상당 부분 많은 영향력을 전해주었다. 더불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 작품으로 인해 암에 대해서나 항암제에 관해서 알게 모르게 지식을 얻기도 했다. 사실 서평을 쓰면서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읽은 것으로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래서 인지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번 읽고 난 뒤 이 작품을 다시금 논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참 다양한 구조와 다양한 사건을 장치한 기묘한 작품이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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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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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여행에세이하면, 한 사람 내지는 둘 혹은 세 사람 정도의 이야기를 묶은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가히 열두 사람이라는 많은 여행인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책의 두께는 가볍다. 고로 열두 사람의 여행이야기는 짧고 간결하다. 그들이 여행한 긴 시간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기록하며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읽는 내내 다소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 것은 여러 사람의 여행기가 교차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두 페이지 정도 한 여행인의 기록을 읽고 나면,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곧 이어 처음에 등장했던 여행인의 기록이 다시금 등장한다. 꽤나 복잡하고 헷갈리는 통에 다소 감정이입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후에 가서는 짤막한 메모들을 읽듯이 하나하나의 챕터를 따로 생각하며 읽었고, 그러니 한결 더 편안했다.


열두 사람의 여행 기록 중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이 있다. 특히 사막에서 맛보았다는 허접한 기차다. 건너는 중간 마다 계속해서 섰다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밖을 내다보았더니 기관사들 몇 명이 내려와 쌓이는 모래를 직접 치워가며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참으로 유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기차를 두고 누가 허접한 기차라 칭하겠는가. 고단한 여행길에 한 줄기 웃음이 되었을 추억인 듯 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에스토니아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한국인 시험이다. 그 질문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다. 한국의 가수를 고르는 일과 한국의 여배우가 아닌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단연 한국 사람이라면 인순이가 가수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질문지를 받아든 순간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땀이 삐질 흘렀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여행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대로 나 역시 여행이 가고 싶어 들썩이게 됐다. 참으로 용기 있게 떠날 줄 아는 이 열두 명의 여행인들이 부러움과 동시에 존경스러웠다. 쉽지 않은 여행이었을 텐데도 무언가를 찾기 위해, 혹은 버리기 위해 떠나는 여행. 나 역시 버려야 할 것이 무수히 많고, 찾고 배워야 할 것이 무수히 많은데. 늘 이렇게 제자리에서 고민만 하다 끝나버리면 어쩌나 노심초사다. 늘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대리경험을 하며 위로받고 있지만, 어디 그것이 직접 현장에서 몸소 느끼는 것과 비할 수가 있을까. 꼭 그 곳에서 살아 숨 쉬는 내 자신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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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1
이인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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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빠르게 읽히는 동시에 흥미진진한 글. 百이라는 작품을 결과적으로 평가하면 그렇다. 특히나 첫 도입부부터 사람을 끌어당긴다.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 깨어났을 때,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 놓여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검은 어둠 속에 놓인 것이다. 더욱이 나갈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하나 둘, 자신의 처지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준수, 희원, 승현, 지훈, 여정. 그렇게 다섯 사람이 모이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혹은 무슨 일로 납치를 당한 것인지는 모른 채 우선 나가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똘똘 뭉친다.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감과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서로에게 적대감을 느끼며 신경전을 벌인다. 이 상황에서 누굴 믿어야 하고, 누굴 의심해야 옳은 것일까.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이들은 출구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혹은 자꾸만 피어오르는 의심으로 인해 갈등을 빚게 된다.



하나 둘씩 풀려나가는 실마리와 어째서 이들이 납치를 당해야 했는지 등 그 결과가 드러날 때마다 꽤나 흥미진진했다. 더욱이 역사를 전반에 깔고 있다는 점이 더욱 구미를 당겼다. 광개토대왕, 명성황후, 독도문제, 중국의 역사 등 다양한 부분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지루할 틈이 없이 이어졌다. 더욱이 다섯 명이 풀어나가는 추리는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그 중 단연 여정이 돋보였다. 비상한 추리력과 상상력과 눈썰미 등은 최고라 할만 했다. 전반적으로 역사가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 읽고 난 뒤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과 지식,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 더 없이 기분이 좋았다. 또한 글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여러 번 생각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두 가지의 결말을 보는 재미다. 처음 책을 받았을 당시 1권과는 다르게 2권의 특이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을 가르고 한 쪽 면은 거꾸로 쓰인 방식이었다. 무얼까 싶었는데, 그것은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다가 두 가지의 결말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굉장히 독특한 방식이었고, 그래서 인지 더 호기심이 들었다. 두 가지 다 읽어 보았으나, 내게 있어 마음에 드는 결말은 마지막 희원의 반전이 담긴 부분이었다. 또한 이러한 결말 방식은 다 읽고 난 뒤, 독자로 하여금 또 다른 결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 역시도 두 가지의 결말을 다 읽고 난 뒤, 혹 또 다른 결말은 어떻게 될까, 상상했던 것이다. 굉장히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했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담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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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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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에서 음악이란 어떤 존재인가.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 더불어 내게 있어서 음악이란 존재는 어떠한가. 음악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 살아감에 동질감과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위로를 받게 한다. 세상살이의 고된 쓴맛에도 나를 위로하는 음악이 있기에 위로 받을 수 있으며, 그 슬픔을 조금 나누어 볼 여유도 생긴다. 더욱이 요즘엔 지하철 속, 길거리 속 어디를 찾아봐도 귀에 이어폰을 낀 채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는 이들이 많다. 이제 음악은 우리네 인생에서 동반자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것이다.



이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라는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음악이다. 이는 예전의 음악들이 주를 이루어 등장하는데, 기타와 슬픈 구색을 갖춘 해금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더욱이 사회가 불안정하고 갖은 시위가 잇따를 시기에는, 가슴속 응어리진 한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 글 속 주인공들이 바로 그 시대 사람들이다. 천재 노래꾼이라 불리는 연우와 함께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음악을 함께했던 승미, 기가 막히게 해금을 연주하던 선화, 그리고 승미를 마음속에 담아둔 동시에 이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으로 음악을 하던 ‘나’까지.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모두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길 줄 알고, 음악과 평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비망록을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진 연우, 그리고 현재 연우의 부인으로서 그가 걱정 돼 ‘나’를 찾아 온 승미. 그렇게 승미와 ‘나’는 연우가 남긴 비망록을 기점으로 그를 찾기에 나선다. 점점 그 행방의 중심에는 ‘선화’가 등장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승미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각인되기 시작한다. 더불어 그런 승미를 바라보는 ‘나’의 씁쓸함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등장한다. 또한 ‘나’의 중점적인 이야기 속에 간혹 연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풀이되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악들은 대개가 전혀 알지 못하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적혀진 가사와 묘사만 읽었음에도 이상하리만치 귓가에 노래가 맴도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애달프게 전달되는 가사와 상상 속에 존재하는 멜로디는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노래가 연관된 기구한 운명 역시 씁쓸하다. 아버지와 같은 선상을 밟게 된 연우, 그리고 악연이라고 할 수 있는 선화와의 지독한 사랑까지. 더욱이 그런 연우를 바라보며 한 쪽 가슴을 떼이는 아픔을 겪는 승미까지. 예술가들의 삶이 그러하던가. 지독히 슬프고 아프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마치 이들의 삶이 그러한 듯 했다. 이 세상살이의 허망함과 지독하고 깊은 슬픔이 노래로 비춰지듯 이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연우의 행방과 이 네 사람의 묘한 관계를 바라보는 것이 꽤나 가슴 아프고 우울하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역시 다 읽은 뒤에도 착 가라앉은 기분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굉장히 무겁고 깊은 소설로 한 동안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는 작품, 바로 이 작품이 내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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