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보통 여행에세이하면, 한 사람 내지는 둘 혹은 세 사람 정도의 이야기를 묶은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가히 열두 사람이라는 많은 여행인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책의 두께는 가볍다. 고로 열두 사람의 여행이야기는 짧고 간결하다. 그들이 여행한 긴 시간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기록하며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읽는 내내 다소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 것은 여러 사람의 여행기가 교차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두 페이지 정도 한 여행인의 기록을 읽고 나면,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곧 이어 처음에 등장했던 여행인의 기록이 다시금 등장한다. 꽤나 복잡하고 헷갈리는 통에 다소 감정이입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후에 가서는 짤막한 메모들을 읽듯이 하나하나의 챕터를 따로 생각하며 읽었고, 그러니 한결 더 편안했다.


열두 사람의 여행 기록 중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이 있다. 특히 사막에서 맛보았다는 허접한 기차다. 건너는 중간 마다 계속해서 섰다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밖을 내다보았더니 기관사들 몇 명이 내려와 쌓이는 모래를 직접 치워가며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참으로 유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기차를 두고 누가 허접한 기차라 칭하겠는가. 고단한 여행길에 한 줄기 웃음이 되었을 추억인 듯 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에스토니아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한국인 시험이다. 그 질문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다. 한국의 가수를 고르는 일과 한국의 여배우가 아닌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단연 한국 사람이라면 인순이가 가수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질문지를 받아든 순간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땀이 삐질 흘렀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여행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대로 나 역시 여행이 가고 싶어 들썩이게 됐다. 참으로 용기 있게 떠날 줄 아는 이 열두 명의 여행인들이 부러움과 동시에 존경스러웠다. 쉽지 않은 여행이었을 텐데도 무언가를 찾기 위해, 혹은 버리기 위해 떠나는 여행. 나 역시 버려야 할 것이 무수히 많고, 찾고 배워야 할 것이 무수히 많은데. 늘 이렇게 제자리에서 고민만 하다 끝나버리면 어쩌나 노심초사다. 늘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대리경험을 하며 위로받고 있지만, 어디 그것이 직접 현장에서 몸소 느끼는 것과 비할 수가 있을까. 꼭 그 곳에서 살아 숨 쉬는 내 자신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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