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의 조각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불완전한 시절 속에서 끊임없이 차고 기우는 달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
‘완벽주의자’를 꿈꾸는 사람들처럼, 모두가 완벽하기를 바라고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비난하고, 스스로를 질타하고 남을 헐뜯는다. 과연 무엇이 ‘완벽’한 것인지에 대한 온전한 의미도 알지 못한 채 모두가 완벽하기를 꿈꾼다. 그러한 메마르고 따가운 시선에서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 <달의 조각>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완벽하기를 꿈꾸지만, 누구나 불완전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더욱 눈길이 간다. 꼭 완벽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을 갖추어야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듯이, 우리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불완전한 스스로로서 빛을 발하고 아름답다. 보름달이 아닌, 반달에 매력을 느끼는 저자의 예쁜 마음은 글 하나하나에 그대로 녹아 들어 있어 읽는 내내 함께 공감하며, 완벽해지기 위해서 스스로를 얼마나 보채고 다그쳤는지를 느끼며, 스스로를 보듬게 된다.
"가끔 우리도 겨울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간 계절들을 살아오며 지쳤던 마음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긴 잠을 잘 수 있었으면(13쪽, 마음을 재우는 시간)."
"우리의 청춘은 경계에 있다. 무엇도 될 수 없고, 무엇도 될 수 있는. 나는 오늘도 경계를 걷는다. 무엇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모습으로. 아직 청춘이라는 이름 속에서(15쪽, 불안한 청춘)."
"모르겠다. 나는 사람을 보며 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 사실 두렵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은 항상 너무도 가까이에서 우리를 빤히 바라본다. 그 눈빛에 우리는 때때로 조금 따갑다(59쪽, 폐휴지 손수레와 골프채 풀세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공감되었던 글들 중 하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겨울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것. 매일매일이 되풀이되고 바삐 흐르는 일상에서 지나간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나를 기다려주지도 않는 시간에서 누군가는 잠을 자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하기 일쑤다. 그만큼 하루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많지 않고, 그래서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그런 바쁜 나날들 중에서 유난히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있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저 대자로 누워서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고 싶을 때. 어떤 고민이나 지침도 느끼지 않고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는 공허한 상태를 느끼고 싶을 때.
특히나 늘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휴식’을 누릴 여유조차 있을까. 이렇게 여유를 누리는 시간에도 다른 누군가는 바쁘게 하루를 살아갈 텐데, 그럼 나는 뒤처지고 루저가 되는 것이 아닐까, 또 다시 고민들이 나를 휘감고, 다시금 생각들은 머릿속을 가득 채워 나간다. 대체 겨울잠은 언제쯤 푹 잘 수 있는 것일까.
조금 느리게 간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느리게 걸으며 지나치는 풍경과 오고 가는 이야기들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소중한지 모르고 지나치는 수많은 것들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소소한 행복과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 빠르게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느리더라도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주변의 것들에서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여유와 쉼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 역시 “다시 바닥에서 봄을 맞는 조그만 잎의 세계를 동경한다.”
"그래도 누구나 그렇다. 시간과 순간의 사이에서 끝없이 헤엄치며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버틴다. 반복되는 선택에 지칠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오늘은 초록색 양말을 신을까, 노란색 양말을 신을까. 샤워를 먼저 할까, 양치를 먼저 할까. 세상에 그런 가벼운 선택들만 있었으면 좋겠다고(104쪽, 시간과 순간)."
"우리는 끊임없이 강요받는다. 인내와 끈기를, 그리고 또 열정을. 포기는 금기가 되었고, 실패는 낙인이 되었다. 가쁜 숨이 뜨거워 우리의 계절은 한여름을 넘기지 못한다. 느린 호흡이 그립다. 다시 바닥에서 봄을 맞는 조그만 잎의 세계를 동경한다(105쪽, 느린 호흡)."
"위로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이제는 넘쳐나는 그 위로들에게서 아무런 위로도 받을 수 없다. 힘내라는 말 속에는 힘이 없고, 괜찮다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좀처럼 괜찮아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내라는 말이 아닌 손끝으로 전해지는 작은 온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조용히 손을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 희망의 말 없이도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191쪽, 손끝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