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삼킨 소년

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내 가족 혹은 가까운 주변의 누군가가 살인자라면, 누군가를 죽였다고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건설회사의 기획팀장인 요시나가는 여느때와 다름없던 하루들 중 어느 날, 이혼해 전처와 살고 있는 자신의 아들이 친구를 죽였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늘 착했던 자신의 아들이 친구를 죽였다는 소식은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가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변호사를 구해 아들을 변호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살인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애타는 마음으로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억울함이라도 호소하길 바랐건만, 아들의 침묵은 여전했다.

최근 소년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 범죄들의 정도가 성인 범죄만큼이나 끔찍한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를 생각하고 피해자의 입장이나 피해자의 가족들의 입장에서만 대변하고 감정이입을 하지, 피의자나 혹은 피의자의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 한 번도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인 중 누군가가 살인자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침묵을 삼킨 소년>이 더욱 의미 있고 깊이 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

사실 최근에는 '누구라도 좋으니 사람을 죽여 보고 싶었다'는 엽기적인 동기로 살인을 저지르는 말기적 현상도 적지 않게 접하게 된다. 때문에 작가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의 무게와 그로 인한 파장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듯하다. 비단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가족과 지인들까지도 소중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평생토록 그 짐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가혹한 현실까지도."라고 옮긴이의 글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살인자인 아들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여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감히 누구도 상상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감정의 깊이들을 이야기하면서 누구나가 해보지 않았던 입장에서의 감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때론 답답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간절한 심정을 조금씩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사실 피해자, 피의자, 그들의 가족들, 어떤 입장에서도 쉬운 것은 없다. 모두 각자의 삶과 인생이 있고 각자의 소중함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이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하는 질문들을 던진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언제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버릴지 모를 만큼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회가 불안정하다 보니 오늘 행복한 사람이라도 어느 날 돌연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 있을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예측하기 힘든 삶 속에서 범죄의 피해자나 가해자의 가족이 되었을 때, 인간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가 될 만한 소설이다."라는 옮긴이의 말이 질문의 깊이를 더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