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瑚璉 > 만들어진 전통과 아더 왕 전설
아더 왕 이야기 1 - 엑스칼리버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아웃사이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2권을 함께 준다는 바람에 주문한 책입니다 (-.-;).

우선 밝혀둘 것이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미리 밝힌 것과 같이), 아더 왕에 관련된 온갖 전설들을 저자 자신의 견해에 따라 편집한 것입니다. 어차피 이런 형식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더 왕에 관한 문헌 중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 것은 대단히 후대에 나타난 것이고 그 전의 자료는 단편적인 문헌들과 구비전설로 구성되어 있는지라 재구성이 꼭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런 재구성 과정에서 저자의 의견이 삽입될 수밖에 없는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것이 저자의 의견이고 어떤 것이 전설의 원래 모습인지는 알기 어려운 거지요. 따라서 이런 상황들을 미리 감안하고 보는 것이 긴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은 불핀치가 그리스 신화를 정리한 책과 비교할 수도 있겠습니다. 양자가 모두 단편적인 문헌들을 모아서 하나의 맥락이 통하는 이야기로 정리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점은 비슷한 시기에 톨킨의 "실마릴리온"과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실마릴리온"이야 "반지의 제왕"의 유행을 타고 번역되었습니다만 켈틱 신화의 분위기와 상당한 연관이 있어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돋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만들어진 전통", 그 중에서도 특히 두 번째 챕터의 경우, 낭만주의 시기 웨일스의 전통이 창조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소위 고대 웨일스의 전통이나 드루이드의 전설이라는 것이 비교적 최근에 이뤄지거나 미화되었으며 마찬가지의 과정이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순수한 전설(이런 것이 실존하는 지는 의심스럽습니다만)에 온갖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의도가 혼입되면서 '유구한 전통'이라는 것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지요.

아더 왕 이야기도 이런 과정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보이며 그런 의미에서는 이 책과 홉스봄의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것에서 "아더 왕 이야기"의 판매부수를 조금이라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홉스봄의 책이 발간되었다는 음모론을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적으로 농담입니다  ^.^;). 

어쨌건 장정이나 번역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며 비문도 거의 없는 걸로 보입니다 (다만 번역하신 분이 상당한 여권론자이신 듯 해서 역자 후기를 읽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원래의 켈트 신화부터가 모계제의 영향을 강하게 보이기는 합니다만...). 8권이라는 분량이 조금 많기는 하지만 감수하고 구입할 만 하겠다는 말로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추기 : 마비노기온을 읽어보고 싶으셨던 분들은 이 책에서 그 편린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기는 이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가 끝난 후에 마비노기온도 내놓을 계획이 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꽤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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