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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써라 - 이 광활하고도 지루한 세상에서 최고의 글쟁이가 되는 법
정제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7월
평점 :
정제원 - 작가처럼 써라
어릴 때 우연히 동화책을 보고 상상하던 이미지를 시로 써내 상을 받은 후로 작가로 살아보면 어떨까 환상을 가져왔습니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때까지 읽기 좋고 편한 장르 소설만 줄기차게 읽어와서인지 레포트라는 보고 형식의 글쓰기조차 제대로 써내지 못해 공부한 만큼의 학점을 받지 못해 밤잠을 설치곤 했는데요. ^^;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글쓰기의 도입은 제게 너무도 어렵고 어느 순간부터는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기계적으로 쓰는 글도 있었지만 정말 감명을 받은 책은 더 잘 써보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어느 덧 글은 산으로 바다로 흘러가 전혀 이상한 글이 되곤 하는데요. ㅠㅠ 그래서 쓰기와 관련된 책은 제 이런 숙제를 풀어줄 거 같아 되도록 많이 읽고 배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은 작고 가볍고 표지는 감각적이면서 차분합니다. 많은 인용문은 파란색 글씨로 단락이 나뉘어져 읽기에 좋았습니다.
언제나 글에 서투르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어떤 글을 쓰든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 쓰고 있습니다. 목차를 보자 마자 나같은 초보에게 딱 맞는 글이라는 생각에 의욕적으로 읽게 되었는데요. 읽는 순간 순간이 깨달음과 놀라움을 주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명상과 영성에 관련된 잘 쓰여진 글들은 한 페이지에서도 여러번의 놀라움과 감동을 주고, 뇌과학과 에세이 관련의 잘 쓰여진 글들이 그보다는 더 띄엄띄엄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편입니다. 이 책도 후자에 해당됩니다. 2, 3 페이지마다 글쓰기와 관련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주고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안다 생각했지만 실천하지 않거나 못했던 다양한 원칙? 들을 인용문으로 강력한 설득력을 담고 독자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따귀를 촥촥 갈겨주고 있습니다. ^^
글을 쓰면서 지켜왔던 원칙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심을 잃고 요즘에는 그 원칙들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무시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총 3장으로 되어져 있으며 각각은 서론, 중론, 결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주제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일 어려움을 느꼈던 어떻게 시작하는가에 대한 글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초고에서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는 마음을 버리라고 합니다. 이 말은 제가 이제까지 작가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콕 찝어 주었습니다. 초고의 완벽함이 드물다는 것과 완벽함과 만족감을 위해 재고, 삼고를 해야된다는 것이였습니다. 천재적인 작가들만이 진정한 작가라고 여겨왔고 그런 작가들은 일필휘지한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제게 현실을 직시하라, 인간은 그리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그러고 보니 <작가처럼 써라>는 제목도 애초 작가에 가졌던 환상을 조금은 현실로 끌어내려 주는 듯 합니다. 하나를 쓸래도 제대로 쓸려면 작가처럼 써보는 것도 세상 사는 멋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나열하는 원칙과 예문들을 몸에 익히기 위해선 쓸 때마다 그 원칙들 중 몇가지를 추려 꼭 지켜보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들을 고려해야 된다는 것에 새삼 주목하게 됩니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라도 그것을 제때 쓸 수 있게 매일 어떤 글을 쓰던 염두에 두어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그런 원칙들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쓰면 평면적인 글, 재미없는 인생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라'는 평범한 원칙은 나만을 위한 글이 아님을 일깨웁니다. 중간글, 본문을 쓸 때에 '비교하라', ' 예를 들어라', '원인과 결과를 적어라'는 내 말과 글을 상대에게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이런 간단하고 명료한 원칙들이 자칫 무시되거나 간과되어 쓸쓸하고 볼 품없는 글을 쓰곤 했었지요. 마무리 글도 '독자들이 공감하게 하라'는 것으로 글이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설득하는 작업이라는 명료한 생각을 일깨워 줍니다. '욕심을 부리지 마라'는 제가 억지로? 많은 글을 쓰면서 무의식적으로 부렸던 욕심이 얼마나 글 쓰기에 도움이 되질 않는지 일깨워주었습니다.
동시에 읽고 있던 <월경독서>라는 책을 보며 서평글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월경독서>와 비교하며 제 글들을 되돌아보면 책을 읽었다는 표만 내려 서평을 써온 듯 이제껏 싫어해 오던 영혼없는 글들을 내놓은 거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월경독서>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목수정님이 읽은 책들을 소개하는 책인데요. 아직 초보인 저는 글의 형식에 얽매일 수 밖에 없지만 그녀의 글들은 어느 부분에든 하나같이 자신이 투영되어 있으면서 독자를 그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흡입력도 상당했습니다. 만년 초보란 생각에 형식에만 집착한 건 아닐까, 영혼을 담기 위해 자잘하게 정해뒀던 원칙들을 책을 보며 하나씩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