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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하늘 1
윤인완 지음, 김선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윤인완 - 심연의 하늘 1
온 국민의 마음을, 나라를 슬프게 한 세월호 침몰 사건. 부지불식간에 사회 전체에 만연했던 안전 불감증과 함께 대형 사고 발생시 대처법이 미흡하다는 점들이 공공연해졌습니다. 게다가 휴전 중인 우리나라의 현 상태를 볼때 그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2~30여년 전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에서 전쟁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배웠는데 학년이 올라갈 수록 이런 걸 왜 하나 싶고 그만큼 그런 훈련도 점점 줄어들어 간 거 같습니다. 국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다면 큰 오산, 안전 훈련에 대한 심각성이 짙어 지며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작품인지라 놀랍습니다. 이 작품은 멋진 제목과 표지를 본 순간 깊이감 있는 소설일 거라 생각했지만 전면 컬러지로 되어 있는 만화책입니다. 가로세로 길이가 살짝씩 작아 아담한 책이지만 두툼해 묵직한 편입니다. 본문은 검정색이 기본으로 깔려있어 어둡게 보입니다.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만화 특유의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습니다. 전지적 시점의 소설과 자기계발서에 익숙한 제겐 엄청난 스릴을 주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추측을 난무하게 합니다. 엄청난 속도감의 스토리라인은 오히려 만화 그림이 뚝뚝 끊기는 듯한 흐름, 그림과 이야기의 속도가 조금씩 달라지며 생기는 시너지 효과로 속도감과 함께 긴장감 또한 높아집니다.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고 마치 독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이야기 방향을 정하는 웹툰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했더니... 역시 웹툰이였군요. ^^; 뒷 내용을 추측하게 만들고 이렇게 되면 더 무섭지 않을까, 긴박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들며 독자가 같이 내용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검정 바탕, 빛이 차단된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져 무겁고 무서워 왜 이런 배경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을까 추측을 난무하게 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 무더기로 떨어지는 흙, 듣도 보도 못한 벌레, 사람을 사냥하는 개와 사람, 그리고 내 옆의 미스테리한 소년과 소녀. 확실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이 펼쳐지는 지리한 탐험은 웹툰으로 봤을 땐 좀 답답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행본으로 나온 이 상태의 책은 한 시간 아니 30분 안에 읽을 수 있는 엄청난 속도감과 흡입력을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남자와 여자, 남자는 사건이 일어난 후 2주일이나 기절해 있었고(아마 기억을 못하는 것이겠죠, 2주일의 텀도 여자를 만난 후에야 알게 됩니다.) 유일한 휴대품인 휴대폰은 방전되지 않은 상태로 깨어납니다. 여자는 사건이 발생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일련의 사태를 겪은 후 자신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남자와 함께 다니며 혼자 생존하며 느꼈던 회한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게 됩니다.
위기의 순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요. 미리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육체적으로 평화로운 요즘 우리는 인류애를 말합니다. 과연 죽음을 목전에 두고 우리는 인류애를 탁상공론할 수 있을까요. 위기를 미리 상상하며 내가 처한 상황에서의 최고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합니다.
한치 앞도 모를 혼란의 시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죽음의 위기에 닥친 사람들이 그런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고민으로 지금을 허비할까요. 우리도 죽을 수 있는 인간이고 내 주변 사람들도 사소한 사건으로도 죽을 수 있는 나약한 존재들입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소비하는 우리에게 바로 코앞에 닥친 현재를 직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와 함께 예고할 수 없는 생명의 위기는 어느 방향에서도 닥칠 수 있다는 걸 상상하게 하며 미래의 안전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