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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1
기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네이밍 센스하곤~하고 초장부터 눈살을 찌푸릴 사람이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 이러저러한 내용일 것이라며, 넘겨짚은 생각만으로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어 경솔하게 평가해버리지 마시라. 아니, 읽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리~ 잘되면 좋지만 자칫 베이스를 깔아줘도 못하냐는 식으로 타박당할 위험부담이 큰 터라, 패러디란 마냥 쉬운 길이 아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어떨까?

 처음엔 아주 노골적으로 캐릭터나 대사, 상황들을 패러디하는 골수 패러디물인 게 아닐까 싶기도 했었는데, 따지고 보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는 애 이름이 옥희란 거, 아버지가 안 계신 모녀가정이라는 거, 어쩌다보니 곁방에 외간남자 하나 들이게 되었다는 것 외엔 공통분모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커다란 틀만 빌려온 셈이고, 그 안은 엽기, 개그, 액숀 등으로 다양하고 색다르게 채워가고 있달까? 가끔 사랑방 대사를 패러디한 대사들이 보이긴 해도 ‘어색해! 그만둬!’라는 거부감없이 편하게 넘어간다. 아무래도 일단 친근한 패러디 제목으로 시선을 끌면서, 원하는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보여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듯 싶다.

 ‘게임방’이라는 초현대적인 문구와, 거의 7,80년대의 복고적 복장에다 새마을 운동 홍보물이라도 찍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주인공들과의 언밸런스한 조화가 두드러지는 표지. 오색조명이라도 돌아가는 듯한 표지배경이 휘황찬란 복고적이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나름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 디테일한 면에서 꽤나 앙증맞다. 다른 캐릭터들도 매력있지만, 생활력 강하면서 터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옥희엄마, 굉장한 마력과 포스에 사람을 휘두르는 연기력까지 지닌 권기자같은 내공강한 여성 캐릭터에 어느 순간부터 퐁당! 본격적으로 만화계를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만 만화가가 주인공의 한명이다 보니, 비록 과장되긴 했어도(과장이 아닐려나!) 만화계를 엿보는 재미도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중요한 것들이, 차마 몰입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정도의 안정된 그림체, 그리고 3류적인 것도 일류로 보이게 만드는 환상적인 연출력이 아닐까. 이 작품은 일단 기본적으로 안정감있는 미형 그림체에, 가끔 허걱! 숨막힐 듯 샤방샤방한 모습들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사실 아직은 아쉬운 구석들도 눈에 띄지만, 외려 그런 채워가야 할 구석들이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한 작가의 그림체며 표현들이 자리를 잡고, 완성도 있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꽤나 뿌듯한 일이니까. 일단 다른 무엇보다도 연출력이 단연 최고! 어느새 사람을 헤벌쭉 웃게 만드는 장난스러움에 굉장한 기지가 느껴지고, 어느 것 하나 지루하지 않은 느낌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개그컷들과 3D 캐릭터들엔 과감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된다.

 꽃미남이 얼굴값만 하는 그저 그런 만화도, 일단 웃기면 장땡이라는 식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작품도 아니다. 제대로 웃기면서도 지나치게 유치하거나 가볍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이야기 사이를 메꿔가는 센스들도 참 맘에 든다. 많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 덕에, 앞으로도 작가의 신선한 표현력으로 더욱 웃기고, 마음을 뒤흔들어주길 기대해본다. 유치해도 좋다 배꼽 빠지게 웃겨만 다오!란 주의라면, 좀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웃다가도 마음 한켠이 슬쩍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다양한 느낌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당당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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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를 다니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될거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과제나 시험공부 때문에 밤을 샌다든지 하면, 생활리듬이 엉망으로 뒤바뀌는 건 금방이다. 잠은 못잤는데 수업은 가야겠고, 그러다보면 초췌한 얼굴로 멍~하니 수업을 들으러 가거나, 아님 수업을 제끼고 늦게까지 쿨쿨 자는 경우가 생겼다. 그 후에도 한번 바뀌어버린 생활리듬을 바로잡기가 힘들어서, 새벽까지 계속 딴짓하다가 늦게서야 곯아떨어지기 일쑤. 정말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번 학기엔 그런 일을 좀 막고, 방학동안 제대로 된 생활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형 인간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간 밤에 공부를 하거나 리포트를 준비하거나 했던 건, 어영부영하다보면 곶감 빼먹듯 시간이 금새 가버려 결국 한밤중에야 붙들고 늘어지게 되서가 많았다. 그나마도 저녁에 약속이라도 잡히면 어물쩍 그 뒷날로 할일을 미루게 되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 하자니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멍~한 기분으로, 해야 할 분량을 꾸역꾸역 보기는 다 보지만. 물론, 공부보단 밤늦게까지 놀다가 생활리듬이 뒤바뀌는 경우가 더 많긴하다. ^^ 그러나 아침형 인간을 읽고나자, 허투루 보내버리는 아침시간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늦게 자면 왠지 많이 잔 거 같은 데 개운하지도 않고. 그래서 보통 때보다 더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더 많이 자고 더 피곤하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일단 많이 돌아다니고 피곤했던 날은, 비교적 잠이 일찍 들었지만, 아예 생활리듬이 뒤바껴버리면 일부러 뒤집으려고 노력도 해봤다. 너무 일찍 자버리면 새벽에 깰까봐, 버티다가 잠잘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했는데, 아주 큰맘먹고 자는거다.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일찍부터 잠들어 반나절 이상을 자다보면 생활리듬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ㅎㅎ 그러나 문제는, 그런 생활이 또 금새 돌아오고 했다는 거다. 내 자신의 의지가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책에선 100일간의 프로젝트를 제시해뒀는데, 난 전체적으로 조금씩 바꾸려고 했다. 집에 올때 가끔씩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오기도 했고, 그렇지 않은 날엔 일찌감치 씻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그전에는 귀찮아서 안했는데, 괜히 30분 아끼려다 3시간을 방황하는거 보단 나을거같아서 꼬박꼬박하니, 확실히 나른하니 잠이 일찍 온다. 그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훨씬 몸이 개운하고 정신이 맑다. 무엇보다, 아침일찍 일어나니 하루가 길다. 오후에는 이래저래 덤벙덤벙하면 금방 저녁이 되버리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숙제같은걸 하고 있으면, 시간이 많이 지난거 같은데 아직 점심때도 되지 않았고 말이다. ^^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니, 마음의 여유도 틀리다. 그전에는 머리도 채 못말리고 나간적이 많았는데 말이다. ㅎㅎ


밤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아침에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데, 꼭 그렇진 않더라도 이런건 있다. 밤에는 반성과 후회를 많이 하게 되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공부도 착실히 해야지!! 라고, 감동과 회한의 일기도 쓰고, 공부계획도 열심히 짠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면 전날의 결의는 슬슬 옅어지고, 공부계획도 실천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의지자체는 좋지만 그 다음날 실천이 잘 안되었는데, 아침에 계획을 짜니, 좀 무미건조하긴 하지만, 대충은 실천이 되는 거 같다. 그래서, 요즘은 전날 밤에 할일 같은걸 체크만 해두고, 그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구체적인 계획을 짜거나 한다. 


아침형 인간이 제시하는 방법론들이 정말 참신하거나 한 건 아니다. 익히 알고 있지만 실천을 못했던것 들이니. 그러나, 그런 생각들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강한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아침형 인간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방학동안 그렇게 생활리듬을 잡고, 새학기가 시작된 지금도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고 있다.  각종 시간활용방안들이 나왔지만, 결국은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제대로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할 거다. 만병통치약은 없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백발백중 들어맞는 방법은 없을테니. 억지로 틀에 맞추려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기에게 맞아서 잘 활용한다면, 그게 정말 최상의 방법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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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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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땐 말이야, 여우를 꿈꿨었어.. 내가 너를 길들이겠노라며 날마다 같은 시간에 전화하기도 했었고,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하는 말 한구절 베껴적어가며 내가 너에게 길들여져도 되겠냐고 편지쓰기도 했었어.. 길들여진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어도 그 말에 깃들어 있는 '사랑'이란 마음을 갖고싶어 했었나봐.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면서도 세상에 하나뿐인 여우가 되고 싶어했지. 황금빛 밀밭을 보며 어린왕자의 금발을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여우가 되고 싶어했지. 그 작던 설렘, 지금 네겐 어디에 있니? 잃어버리지 않고 잘 챙겨놓았니? 설레임을 잃어버리는 순간에, 넌 그저그런 어른이 되버린거야. 잊지마. 난 네가 5시에 온다면 4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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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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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표지는 그럴 싸 했다. 설정 역시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 사람이 왜 그랬을까?’ 혹은 ‘이런 행동이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던 걸까?’ 같은 기대와 궁금함으로 읽어내려 간 이 책은 중반쯤까지는 무난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중반이 지나가며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에밀-그는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해되지 않을 만큼, 단지 소심한 사람이었고 나는 그 지나친 소심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상당히 소심한 편이다. 하지만 전화벨이 울릴 때, 받고 싶지 않다면 받을까 말까 고민은 하겠지만 받지 않을 수 있고, 누군가 우리집 문을 두드릴 때 반갑지 않은 사람이라면 없는 척 문 열지 않을 수도 있다.

주인공 에밀, 그의 행동-전화벨이 울리자 숨이 막히고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또한 문을 두드릴 때도 그러한-은 이제 단순한 소심함을 넘어 뭔가 정신적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그의 생각은 정신이상자처럼 변한다.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쯤 나타나는 그의 자기합리화는 참으로 대단하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고.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한 것이었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며 어느 타인-그 이웃의 남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이 얼마나 교만한 행동인가. 어느 누구도 타인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이란 교만한 작자는 그 이웃의 생각을 자신이 정확히 알고 있는 양, 자신이 원하는 그 생각이 정말 그 사람의 생각이라는 합리화 속에서 ‘그 사람이 죽는다 해도, 이미 노인이므로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무섭고도, 든든한 자기보호의 생각 속에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르는 타인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그는 자신을 죽인 것이다.

이 책은 끝까지 내가 궁금해 했던 것들에 대해 단 한 가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웃집 남자에게 그 두 시간은 어떤 의미였는지, 정말 아무런 말이 없어야 할 만큼 아무 의미도 없었던 건지.. 난 어쩌면 그렇게 불만투성이로 보이던 그 남자에게, 그 시간은 행복했던 시간들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행복했던 순간을, 에밀이라는 그 남자가, 자기가 괴롭다는 이유로, 그 역시 괴로워하는 거라고 합리화시키고 빼앗아 버린 건 아닐까.

이 책은 중반까지만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중반이 넘어섰을 때 나는 책을 덮고 싶어했고, 그 때에 책을 덮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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