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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히틀러한테 투표했어요?
디디에 데냉크스 지음, 페프 그림, 정미애 옮김 / 봄나무 / 2017년 2월
평점 :

1933년 3월 5일,
5살인 나는 엄마 아빠가 다투는 모습을 보았어요.
아빠는 히틀러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대요.
히틀러가 독일 국민 모두에게 일자리를 줄거래요.
그러면 조국이 자랑스러워질거래요.
하지만 엄마는 아빠 말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우리 가족은 모두 시청으로 투표를 하러 갔어요.
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다가올 몇 년간
나라의 법을 만드는 일을 할거래요.
그날 저녁 라디오 방송에서는
히틀러가 연설을 했어요.
투표자 절반 이상이 아빠와 같은 선택을
했기 때문이에요.
히틀러는 복종하는 국민을 원하며
개인의 희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어요.
엄마는 눈물을 흘리셨지만
아빠는 미소를 지으셨어요.

그후로 히틀러는 공포정치를 펴 나갔어요.
유대인과 정치 사범은 물론
동성애자, 보헤미아 집시 등을
강제 수용소에 수감했어요.
아빠는 여전히 히틀러가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엄마는 걱정이 커져만 갔죠.
히틀러는 극단적인 인종주의와
우월 의식으로
유대인들을 모욕하고 재산을 강탈하고
자유를 구속했어요.
내 동생 마리엘은 느린 아이였는데
나라에서 보살펴준다며 데려가려고 했어요.
엄마는 마리엘을 이웃에 숨겨두고
가끔씩 보러 갔어요.
피부색이 검은 내친구는
어느 날부터인가 함께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었고요.
1945년 매일 밤 수백 대의 영국군 전투기들이
우리 마을 위를 비행했어요.
주민들은 모두 집을 버려두고
무리지어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우리 가족은 연합군을 만났고
그들은 우리에게 뮌헨으로 가라고 했어요.
우리가족은 폐허 더미 속에서
벽돌들을 골라
조금씩 집을 수리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아빠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아빠, 왜 히틀러한테 투표했어요?"

제목을 보고는
요즘의 우리나라 정치와 관련해
적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책에서 그 해답을 친절히 설명해
줄거라 기대했고요.
그런데 질문으로 끝이 나고 말았어요.
"아빠, 왜 히틀러한테 투표했어요?"
책을 함께 읽고 아이에게 물었어요.
"책 속의 아빠가 왜 히틀러에게 투표했을까?"
"모두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게 좋아서."
"맞아. 하지만 히틀러는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면서
자기네 국민이 아닌 사람들은 가두거나 죽였어.
방법이 옳지 않았지."
아이는 후보자의 의도과 선거 공약을
꼼꼼히 살피는 유권자가 되라고 설명해줬어요.
"근데 나도 투표할 수 있어? 언제 할 수 있어?"
"열여덟 살 되면 할 수 있지."
"그럼 그때 나도 투표해야지."
어른이 되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은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하더라고요.
역사의 교훈을 깊이 새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