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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엄마의 유쾌한 교육혁명 - In Seoul이 아닌 In Soul
김항심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5년 12월
평점 :
저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둘을 키우는 엄마.
그녀의 교육혁명은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
저자 자신이 어린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과 추억을
가슴 한켠에 품고
아이들에게 내리사랑을 한다.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랑 방법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가족의 달달한 내음이 전해오는 듯 했다.
그 대목들을 읽으면서
저자가 딸 둘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나는 아들과 놀이와 데이트한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
막 상상도 해봤다.
부모의 이런 가르침 덕분에
아이들은 경쟁구조 속에서 이기적이지 않다.
시험기간엔 예상문제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선다.
부모의 마음이란게
아이가 못해도 걱정이지만 잘해도 걱정.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너무 잘 하는 아이인데
저자를 통해
그 부모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의 사교육 없이 소신껏
아이들을 교육시킨 모습은
유아들을 키우며 책을 가까이 해주려고
노력하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강렬한게 든 생각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들은 부모가 그려놓은
청사진에 근접한 모습으로 자란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만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에 걸맞는 방향을 잡아주는게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대와 계획의 유무로 인해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몇 퍼센트
발휘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육아는 '사랑'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비록 주류가 아닌 지방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모든 부모들의 마음에는
표현하지 못하는 가장 밑바닥에라도
그 사랑이 샘솟는 샘물을
하나씩은 품고 있지 않을까.
그걸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게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 수있게
말하기만 하면 된다.
"엄마가 너를 정말정말 사랑해~"
***
39)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에서 때때로 엄마의 얼굴을 본다. 그럴 때는 화내는 내 모습을 객관화시키려고 애를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믿는 구석도 있었다. 내가 엄마와의 따뜻했던 몇 토막 기억으로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듯이 평소에 마일리지 쌓아두듯 쌓아온 내 사랑의 표현들, 내 사랑의 기술들이 있기에 아이들도 나의 사랑을 오해하지 않고 잘 받아줄 거라고 말이다. 내가 엄마와의 행복한 한때를 가지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잘 건너왔듯이 내 사랑하는 딸들도 일상적으로 나누는 교감의 시간들 덕분에 잘 자라줄 거라 믿었다.
사랑은 그렇게 힘이 세다. 매일의 삶 속에서 한결같지 않아도 사랑은 받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그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75) 유치원 졸업할 때까지는 한가하게 책 읽을 시간이 많았는데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시간이 많이 없어졌어요. 학원이라고는 피아노 학원 하나 다니는데, 그래도 함께 뒹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요. 이때부터는 제가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답니다.
일단 동네 마실 다니는 것을 포기했어요. 가끔 동네 친구들 만나 놀면 좋잖아요? 그 재미를 포기한 거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 놀러오는 동네 아줌마들도 줄어들고요. 아이의 책 읽는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제 삶의 재미 정도는 가뿐하게 포기했다는 것, 칭찬받고 싶어요. 식기세척기도 샀어요. 저녁에 잠자기까지 아이랑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그 시간의 반을 설거지나 청소에 쓰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기계의 도움을 확실하게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남편이 아침밥을 했어요. 아침에 밥하는 시간이 참 아깝고 길더라고요. 그래서 남편한테 아침밥 하라고 하고 저는 아이랑 이불 속에서 책 읽으며 아침을 보냈습니다. 우리 둘째가 유일하게 자는 시간이라 엄청 조용했답니다. 이 황금시간을 그냥 밥하는 데 쓰기 싫어서 남편과 합의를 했던 것이지요.
서점에도 정말 자주 갑니다. 가까운 거리에 대형서점이 있어 저녁 먹고 바람 쐬러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갑니다. 가면 정말 많이 읽고 옵니다. 서점이 놀이터입니다. 이젠 직원들이 "어머,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하는 인사를 먼저 할 정도입니다. 저녁에 갈 때는 일기장도 챙겨갑니다. 일기까지 쓰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다 오는 거죠. 우리 집의 저녁풍경은 이렇습니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니 저녁상을 물리면 저는 조용히 커피 한 잔을 타서 서재로 들어갑니다. 책을 보고 있으면 첫째와 둘째가 들어옵니다. 커다란 탁자에 둘러앉아 저마다 책을 보다가 장난도 치다가 하다 보면 우리 남편은 조용하지요. 안방에서 혼자 조용히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거랍니다.
164) 17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지는 일이었다. 남편은 늘 일희일비하지 말고 아이를 그냥 믿어주기만 하라는데,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올라오면 의식적으로 내 마음을 다잡았다. 제일 먼저 나에게 되새긴 것은 아이는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아이 몫의 삶이 있고, 겪어야 할 경험이 있다. 지금 아이가 겪는 모든 경험이 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모두가 아이에게는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 일주일째 씨름 중이라면, 그 경험이 훗날 어떤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마음을 의식적으로라도 가지고 있으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는 것은 막을 수 있게 된다. 엄마가 아침마다 깨워주면 아이는 깨달음을 얻을 소중한 경험을 뺏기는 것이다. 아무리 못마땅한 일이라도 그것이 아이 삶의 자양분이 되어준다는 생각을 하면 너그럽게 봐줄 수 있고, 그 너그러움은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아이를 믿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