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의 사자 - 복음서의 탄생
장필리프 파브르 지음, 이정은 옮김, 허영엽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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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마르코는

히브리어 이름 요한과 로마식 별칭 마르코를 붙여 부르는 이름으로,

요한 마르코는 마르코 복음서의 저자다.

<알렉산드리아의 사자>는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사도직 협력자인 요한 마르코가

마르코 복음의 저자와 동일인이라 전제한다.

오래전에 쓰여진 성경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더해 쓰여진

<알렉산드리아의 사자>는 소년 요한 마르코가 잡혀가는 예수님과 눈이 마주치자

도망을 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요한 마르코는 그후 예수님의 제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선교 활동을 통해

예수님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모세의 생애>를 읽고 글로 쓰인 이야기의 힘을 느껴

예수님의 생애를 글로 쓰겠다는 결심을 한다.

소년 요한 마르코와 바오로의 대립과 화해,

요한 마르코가 베드로를 아버지처럼 여기는 모습,

그리스도 공동체에서 선교하며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예수님의 생애를 글로 쓰겠다는 결심이 우러나올만한 상황에 공감이 되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전개와

성경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지식이 버무려져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마르코 복음서 저자 요한 마르코의 이야기는

마르코 복음서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었다.

얼른 마르코 복음서를 꺼내 읽고 싶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 줄 책이다.

***

208) 그 실패는 쓰라렸다. 나는 지금도 그때 취했어야 할 전략에 대한 나의 견해가 옳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신뢰한 두 사람을 저버려야 했을까? 내가 그들을 저버린 일은 또 다른 배신, 어떤 사람이 제 길을 계속 걸어갈 때 내가 등을 돌리고 도망친 일을 떠올리게 했다. 그 상처의 틈새가 다시 벌어졌다. 엄청난 슬픔이 나를 덮쳤다.

나는 함께 선교를 떠난 사람들 없이 안티오키아로 돌아가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고향을 떠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실패하고 좌절을 겪은 그 시기에 나는 어머니가 필요했다. 또 애초에 받은 상처도 다시 돌아보아야 했다. 그 고통스러운 일을 해내려면 아버지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돌아와 있기를 바랐다.

329) 그날 저녁에 내가 루카와 나눈 대화는 이후에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하는 데에 있어 결정적이었다. 나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예수님의 생애를 이야기로 전하는 일이 유익하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다. <모세의 생애>와 <아이소포스의 생애>를 읽고 나서, 위대한 인물들의 인생을 글로 적듯 예수님의 생애를 글로 쓸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특별하기 때문에 서술자가 그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특히 나 자신이 그런 글을 펴낼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루카와 대화를 나눈 그날 이후로 그 계획은 내 마음을 결코 떠나지 않았다.

335) "그 말이 맞습니다. 그 내용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적는 일은 무엇보다 그분의 생애를 완벽하게 다룬 연대기를 쓰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그 당시에 그분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 그분을 따르도록 만들려는 것이에요. 따라서 읽는 사람이 자기 삶을 글에 등장하는 영웅의 삶과 일치하게 만들 이야기를 써야 해요.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 말이에요.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을 뿐 아니라, 그분을 따르고 있죠."

351)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의 마음속에 새겨진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내가 로마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을 겪고 나서야만 얻을 수 있을 결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여행은 필수적이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끌로 새기고 이야기 속 인물들을 다듬는다. 내가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가는 대담한 여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예수님은 지방에서 떠도는, 뜬소문에 등장하는 핏기 없는 주인공에 불과할 것이다. 내가 쓸 이야기에 나 자신의 일부, 나의 여정과 발견, 실패와 열망, 내가 세상에 맞서며 감내한 그 모든 것을 담아야만 그 글에 생기와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그렇다. 나는 랍소이도스(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동하며 시를 낭송하던 사람)로서 예수님의 생애를 펼쳐 보여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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