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찾다
문재상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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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상 안드레아 신부님의

신학생 시절 무전여행의 경험을 엮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며 정한 규칙은,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고,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아보고

돈을 가져가지 않고 혹시 돈을 얻게 되더라도

사용하지 않고,

아는 사람의 도움은 되도록 받지 않고,

신학생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 등이다.

돈 없이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은

하느님에게만 의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남편이 대학생 시절에

자전거로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도는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전화로 "맛있는 거 사 먹어!"라고 했다가

남편이 "돈을 그렇게 막 쓰면 안 돼."라고 해서

무안했던 게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 난다.

또, 대학교 강의실에서 자려다가

경비원 아저씨들이랑 함께 라면 끓여먹고

경비초소에서 잤다는 경험담도 들었다.

남편의 자전거 여행 덕분에

처음엔 신부님의 여행이 새롭진 않았다.

다만, 무전여행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식사와 잠자리를 해결했을까,

그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그런데, 신부님이 잘 곳이 없어

아파트 계단에서 잤다는 대목에서

아이쿠, 이걸 어째,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ㅋ

누가 올라올까봐 걱정되어 잠을

제대로 잤을까.

배가 고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들어간

빵가게에서 욕을 얻어 먹었을 때는

나까지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 여행,

왜 하는 거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반전은,

잘 곳, 먹을 것을 찾지 못했을 때는

한없이 처량해보이지만,

귀인을 만나 배부르게 밥을 얻어 먹고

지붕있는 집에서 따뜻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배가 불러왔다는 것.ㅎ

다만, 신부님은 이런 상황에서

다시 고민이 깊어갔다.

내가 이렇게 대접받아도 되나,

내가 부러 이런 음식과 잠자리를 얻으려고

성당을 찾아간 것은 아닐까,

그 고민을 함께 하며

고민하고 웃고 배불렀다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신부님이 길 위에서 만난 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길 위의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을 나눌 수 있을지

재고 쟀다.

혹시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지,

계획적으로 접근한 사람일지도,

그래도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신부님의 무전여행기는

길 위의 귀인들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다.

신부님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그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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