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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도둑 ㅣ 환상책방 10
정해왕 지음, 파이 그림 / 해와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은설이는 열 세 살 소녀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할머니가 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열 세 살 소녀의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있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의 모습이니
어디를 가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엄마가 일하고 있는 가게에 가보았지만
엄마는 은설이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결국 엄마와 할머니가 있는 집으로 간 은설이,
엄마와 할머니는 처음에는 믿지 못하지만
곧 할머니의 모습을 한 은설이를 알아봅니다.
은설이를 어릴적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은설이의 점을 발견했거든요.

은설이는 아빠의 죽음이 할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부모님의 갈등이 시작되었고
아빠가 돌아가신 날 아침에도
다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가 된 은설이는
당시 아빠가 힘들어했던 이유를 알게 됩니다.
또, 할머니가 무릎이 아파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어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죠.
할머니의 냄새가
더 이상 싫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고요.
은설이는 할머니와 병원에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지팡이를 헛짚는 바람에 넘어지려는 할머니를 구하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칩니다.
그러곤 병원으로 실려가
사망 선고를 받게 되죠.
그러나 무슨 일인지
다시 열 세 살이 된 은설이로 돌아왔어요.
학교에서 단짝 친구 수빈이를 만났는데
수빈이는 한 아가씨가 순식간에 할머니로 변하는
영상을 보여주었어요.

앗, 이마에 초승달 문양이 있는 그 할머니를
은설이는 만난 적이 있어요.
바로 은설이가 할머니로 변했던 날,
은설이는 버스에서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주머니 들어있던 사과로
은설이의 어깨를 건드려서
은설이는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거든요.

그때 초승달 할멈이 따라와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해서 기특하다며
초콜렛을 하나 건네 주었고
은설이는 그걸 먹고 할머니의 모습이 된 거였어요.
그래요, 초승달 할멈은 나이 도둑이에요.
다른 사람의 나이를 훔쳐
수명을 연장하는 마녀였던거에요.

그후, 은설이와 수빈이는
다시 초승달 할멈과 조우합니다.
과연 그 마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
플롯이 단순하지 않네요.
은설이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나는듯 했는데
다시 살아나게 되고
또 초승달 할멈을 찾게 되고
마녀의 전설까지 알게 되고요.
이야기를 읽다가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여태껏 초등 저학년 수준의 동화를 읽다가
고학년 수준을 읽으니
어휘가 몇 단계 오른 느낌이 들기도 했고,
요즘 소설들은 어른을 대상으로해도
무척 쉽게 읽히는 글들인데
<나이 도둑>은 어느 순간엔
열 세 살 은설이가 아닌 어른이 쓴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열 세 살이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라고
느낀 부분도 있었구요.
그런 것 때문에 이야기에 빠져들기보다는
약간 거리를 두고 읽었어요.
작가의 의도라면 성공한 것이겠지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에 필요한 장치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또, 출판사에서는 진지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스토리라고 소개하는데
저는 참 진진하게만 읽히더라고요.
미간에 힘주고 읽었어요.ㅎ
조금은 기이하고
조금은 진지하고
조금은 재밌고
조금은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