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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평점 :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이라는 문구에 끌려 보게 된 소설. 젊은 청춘 남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어두운 빌딩 숲을 지나는 표지 그림. 과연 어떻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 진다.
주인공 재호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안되어 동네 장래식장에서 알바를 하며 살아간다. 부모는 이혼하여 아빠하고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장래식장 알바에서 만난 마리라는 여자친구와 친하게 된다. 새벽에 장래식장 알바가 끝나서 동인천 집까지 가기 위해 첫차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마리를 보며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들이 하는 것은 콜라 한 잔이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맥도날드를 이용하는 것. 그리고 재호 아빠의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서울의 밤 거리를 달리는 것. 이 책에는 종로 주변의 많은 거리가 등장한다. 마리와 재호는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대학로도 가고 남산에도 올라간다. 그러한 곳에는 재호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있다.
목누르기 놀이를 하다가 누나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살고 있는 재호. 도팍꾼 아빠 때문에 괴로운 생활을 하는 마리. 그리고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처지. 그것도 남들이 꺼려하는 장래식장 알바. 그들 주변에 나오는 인물들도 이 시대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들이다. 죽음에 대해 논의를 하는 아죽사의 노인들. 그리고 일본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한국에서 홀로 사는 히로시.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우울하지 않다. 죽음이라는 것, 장래식장이라는 것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어둡지가 않다. 벚꽃이 휘날리는 장래식장이라는 배경답게 그들이 이 시대의 어둠을 대하는 자세는 절대 어둡지 않다. 아니 저자는 그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등장 인물들의 희망도 보인다. 아픔을 벗어나 이제 밝은 빛을 보려하는 듯 하다.
종로 일대와 동인천 쪽의 지리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이러한 것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조금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힘은 준다. 주인공처럼 어두운 서울의 새벽거리에 나서 홀로 불밝힌 맥도날드도 가보고 오토바이로 텅빈 도로도 달려보고 싶다. 우리 주변의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