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너무 오래 따뜻하지 않았다
차현숙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11월
평점 :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차례를 보던 중, 텃밭과 정원이 있는 아파트라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그러한 곳이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에 그 부분부터 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차례들을 살펴보니 우울증에 대한 내용들과 심상치 않은 소제목 들이 보인다. 이왕 보게된 것 처음부터 읽어 보았다. 술술 읽힌다. 연결이 되지 않은 듯한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점점 저자의 삶 속에 내가 들어간다. 이야기의 순서는 현재였다가 어린시절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오고 왔다갔다 하지만 그러한 전개가 이야기 속으로 더 빠져들게 한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우울증이 심해져 10번이 넘게 입원을 하는 상황. 저자는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적이면서 그러나 우울하지 않게 그려낸다. 분명 그 상황 자체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지만 저자의 글에는 무언가 힘이 느껴진다.
저자의 가족이야기 부분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배우 최진실. 저자는 본인의 가족의 우울증 유전에 대한 부분과 자신의 조카였던 최진실과 그의 가족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낸다. 독자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나가겠지만 작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히 해낸다는 것이 참으로 큰 용기를 낸 것일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울증이 얼마나 힘든 병인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그 어떤 의학책보다 더 와닿게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는 소설가다. 자신이 소설가로서 어떻게 등단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울증이 그러한 소설가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이야기 해준다. 토지의 박경리 작가와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된다. 마지막장은 저자가 마지막으로 입원했을때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통해 정신건강과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엿볼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곳이 얼마나 필요한 곳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무서운 곳이 아닌 그곳은 우리의 가족 중에 한 명이 새로운 삶의 희망을 품고 일어설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짧지 않은 이 책을, 원래 이 책의 주제를 알았더라면 보지 않았을 뻔한 이 책을, 단숨이 읽어 버린 이유는 뭘까. 우울증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사랑하는 가족 누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에게 정신이 약하다고 힘을 내라고 소리쳤던 나 자신이 원망 스럽다. 우울증이라는 것은 이제 우리 주변에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이다. 그렇다고 감기처럼 무시해서는 안되는 병이다.
용기를 내어 이러한 멋진 수필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하다.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의 아픔을 보둠어 주고 싶은 이들에게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