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비가 된 장자, 장자가 된 나비 필로니모 1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지음, 라파엘 엔자리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란상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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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동안 의식을 하든 안하든 수많은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한다. 자알~ 생각하고 자알~ 선택하기 위해 '철학'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에게 철학은? 머리를 싸매고 정자세를 하고 앉아 두꺼운 책과 씨름해야만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는 어려운 그 무엇이다. 조금이라도 그 벽을 허물고자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철학에 살며시 다가가려하면 잡히지 않기 위해 폴짝 날아가는 얄미운 나비같다. 누군가 조금은 더 쉬운 용어로 다정하게 속삭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여기 얄미운 나비와 같은 철학이 노랑 날개짓을 하며 곁에 다가와 유혹하는 책이 있다.



  노란 상상의 귀여운 철학 그림책 시리즈다. 1. 장자, 2. 쇼펜하우어, 3. 하이데거가 출간되었고 앞으로 3권의 책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려운 철학자의 사유가 '그림'과 만나 다정하게 다가온다. 필로니모... '필로소피', 철학과 '어린 아이들의'라는 접미사 니모가 함쳐진 '어린 아이들의 철학'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가가는데 거부감이 없도록 사이즈도 앙증맞게 배려한 듯 느껴진다. 아무런 거부감없이 세상에 오감을 열고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세상의 탐색자인 어린이들에게 어쩌면 철학은 다정한 친구가 되기에 딱인 시기인지도 모른다.


  한 손 가볍게 들리는 아담한 사이즈의 그림책 <필로니모 1 장자> 만나고 한 주가 넘게 흘렀다.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호접몽을 통해 장자가 내게 전하는 이야기가 무얼까 더듬거렸던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을 접하는 어린이들도 그러할까? 어린이들은 오히려 자기가 꾼 꿈 이야기를 하며 ‘나도 그런 적 있어요.’라고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



  장자는 꿈 속에서 자신이 사람인 것을 잊고 나비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 바닥에 누운 사람의 몸이 느껴져 꿈을 꾼 사람이 장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장자는 의심한다.


만약 지금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는 거라면?


누가 알겠어.

꿈과 현실, 생각과 실제는 딱 잘라 구별되는 게 아니잖아.


                                                                  본문 중에서


  우리의 갇힌 생각을 깨어나게 하는 사람이 철학자이다. 그림책 <필로니모 1. 장자>을 접하며 장자가 전하고자 한 사유는 무얼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나에게 다가온 장자의 호접몽은 ‘나와의 거리’이다.


  오늘 아침 나는 빵을 굽고 그 위에 쨈을 발라 아침을 먹었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달콤함이 여전히 입 안에 가득하다. 출근 안하는 토요일 아침 시간을 즐기며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내려 뜨거운 여름에 딱인 얼음을 가득 넣은 아이스 커피를 마신다. 진한 커피향을 맡은 후 한모금 들이킨다. 맛을 음미하는 나의 실체가 선명하다. 그리고 자판을 두드리는 내 손가락 또한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실재하는 데 지금 내가 실재하는 이 세계가 가상(꿈)의 세계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영화 ‘매트리스’의 첫 장면에 장자의 나비꿈이 등장한다. 현실과 현실과 다른 세계를 암시하는 장면이다. 장자가 호접몽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반영된 장면이리라. 장자의 나비 꿈은 나와 발딛고 있는 이 곳을 떠나 ‘나’를 멀리서 관조하듯 돌아보라는 아름다운 경고를 보낸다. '한번쯤 생각해 봐. 지금 네가 애면글면하는 그것이 전부인지 말야...' 하고 말이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일을 두더지 게임하듯 완수하느라 고개 한 번 들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 이런 나에게 지금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 모든 것이냐고 묻는다. 팔랑팔랑 노란 날개짓 하듯 가볍게 나비 꿈을 통해 알려주나 그 가르침은 아플만큼 깊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파란 약과 빨간 약을 양쪽 손에 들고 네오에게 말한다. 파란 약을 먹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고..... 진실을 보지 못하고 거짓의 세계에서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한다고...파란 약과 달리 빨간 약은 거짓된 세계를 넘어 진실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하고 힘든 진실과 대면한다.


  오늘 아침 나에게 <필로니모, 장자>는 매트릭스의 빨간약이 되어 주었다. 장자의 호접몽을 통해 지금 현재 내가 매달려있는 매트릭스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말이다. 빨간 약 선택 이후의 시간이 부디 성공적인 분투가 되길 바래본다. <필로니모 1, 장자>가 오늘 아침 다정한 철학자가 되어 내게 전해진 속삭임에 감사하다.


  필로니모 시리즈의 다른 철학자들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그림과 함께 전하는 철학'이 데려다 줄 사유여행에 기꺼이 동참해 보련다.



#필로니모 #필로니모1장자 #노란상상 #글알리스브리에르-아케 #그림라파엘엔자리 #박재연번역 #초그신 #초그신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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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숲 온그림책 6
유키코 노리다케 지음, 이경혜 옮김 / 봄볕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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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이 문을 열었다책방 이름이 <뜻밖의 여행>이다.  집에서 2 거리나도 이제 책방세권이다어디론가 이사갈 계획마저 무력화시키는 맘에  드는 책방이다연휴동안 벌써 3번을 방문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풍성한 시간을 보냈다 가득한 낮도 좋고 아늑한 불빛 아래에서의 밤의 책방도 좋았다책방 주인의 그림책 큐레이팅에 일단 마음의 빗장이 저절로 열렸다그래서 그만  방문에  책방에 들였으면 하는 요즘 내가 애정하는 책을 소개했다바로 형제의 이다다음  책방 방문땐 내가 가진 형제의  직접 들고 갔다그런 대책없는 용기는 형제의  소위 말하는 ‘실물 깡패라고  만하기 때문이다우선 모든 것을  제치고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그림에 애정을 보내다 보면 짧지만 시적인 글도 빼놓을  없다글과 그림만으로 그칠 수도 없다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하고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누구하고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받게 되면 형제의  읽기 전과 후가 결코 같지 않길 바라게 된다. <뜻밖의 여행> 찾는 사람들이 형제의 이라는 뜻밖의 책방 여행을 통해 뜻밖의 생각을 하게 되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뜻밖의 행동을 했으면 한다그리고  글을 통해서도 누군가가 형제의 이라는 뜻밖의 여행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지난  봄볕 출판사 권은수 대표님을 통해 형제의  원서 소개를 접한 적이 있다강렬한 색감과 대비된 짧은 문장에 매료되어 출판되기를 기다렸던 책이다책을 실제로 만났을  가로 285세로 360 빅북 크기에 가까운 그림책의 크기에 놀랐다그만큼 대비되는 압도적인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일본에서는 원서보다 작은 크기로 출판이 되었다는데 사이즈가 작아지면 전할  없는  무엇이 있기에 출판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원서와 같은 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그런 정성이  감사하다.



 장을 넘기면 모든 그림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같은 숲을 형제로 짐작되는  남자가 동시에 만난다단지 새들의 방향만이 다르다새의 움직임이 다른 이야기의 전개를 살짝 귀뜸해 주는 듯하다.



왼쪽도 오른쪽도 똑같이 나무를 베는데 왼쪽의 소녀는 남자를 도와주고 있다 소녀가 궁금해 진다. 숲을 지키는 수호신, 정녕일 수 있겠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도 기꺼이 곁에 머물며 조력자가 되어준다오른쪽은 어떤가동물들은 이미 사방으로 흩어져 흔적을 감추었고 소녀도 화들짝 놀라 달아나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을과 겨울의 모습이 펼쳐지고 같은 숲에서 출발했지만 형제의 선택에 따라 숲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을 지키는 삶과 자연을 개발하는 삶으로 확연한 대비가 더해진다자연을 개발하는 삶을 선택한 남자는 파란 강물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커다란 풀장을 만들기도 하고 숲이  사라져 버리자 아름다움을 위해 나무들을 인공적으로 알록달록 장식하기에 이른다.



거대한 석상을 세우기 위해 나무를 베어썼다는 이스터섬이 떠오른다나무를  만큼 나무를 어찌 다시 지속가능하게  지에 대한 생각은 미처하지 않았다. 그 댓가로 지금은 상상으로만 복원이 가능한 생명이 사라진 섬이 되어 버렸다역사 속에서의 선명한 교훈이 있지만 그저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지금도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왼쪽이 아닌 오른쪽의 삶을 닮아가고 있다지금도 지구상에의 어느 곳에서는  많은 자원을 얻으려 숲을 불태우기까지 한다.


내가 입는 방식내가 먹는 방식내가 소비하는 방식은 조금도 착하지 않다나의 생명 유지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시키고 먹어야만 한다지금까지 이렇게 착하지 않는 방식을 자연은 무던히도 견뎌주었다그러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숲의 동물들과 소녀가 떠나가듯 자연은  이상 우리 곁에서 다정한 조력자로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없이 원경에서 바라본 숲의 모습이  펼쳐진다형제의  묻는다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화면 가득 대비한 그림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지구는 우리의 공동의 집이다우리 각자의 선택이 지금 현재가 아닌 조금은  앞을 봐야 하지 않을까질문에 대한 답이 형제의  숨겨져 있다



https://www.yukikonoritake.com/

형제의  그림이 너무 좋아 유키코 노리다케 작가의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감각적인 그림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팬심이 저절로 가득 생긴다이래서 그림책 덕질이 멈춰지지 않는다형제의  이끈  다른 뜻밖의 여행에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형제의숲 #유키코노리다케 #온그림책 #봄볕 #도서출판봄볕 #봄볕출판사 #초그신 #초그신서평 #환경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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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벽이 있다면? 나무자람새 그림책 8
사토 신 지음, 히로세 가쓰야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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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벽이 있다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 질문이 훅 들어온다.

  

커다란 벽은 어디에 있을까? 내 안에도 있고 내 밖에도 있다. 어느 때가 더 힘들까? 요즘에 글쓰기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한가지 주제에 침참해 들어가 몰입하는 고요 속에 머무는 것이 힘들다. 글을 쓰려 앉기도 전에 글을 꼭 써야만 할까?’ 로 시작해 포기해,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 라는 악마의 유혹이 고개를 든다. 그 유혹은 어느새 커다란 벽으로 변해 시작도 하기 전에 의욕을 상실하고 만다. 커다란 벽이다. 내 안의 커다란 벽....

 

커다란 벽은 내 밖에도 있다. 어설프더라도 시작을 용기있게 해 보려는 찰나에 나에게 던져지는 냉정한 시선에서부터 작은 실수에서 벌어진 큰 사건 등 생각해 보니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은 엄마 역할이었다.. 모성 신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는 나에게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 발버둥 치는 나의 모습은 양육그 자체를 커다란 벽으로 느끼게 했더랬다.

 

에고 그림책을 넘기기도 전에 커다란 벽이 있다면?’의 대답도 없이 내 인생의 벽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제 그림책으로 들어가보련다. 그림책 속에 그 커다란 벽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어떤 묘책이 숨겨져있길 바란다.

 

표지의 고양이는 끝도 알 수 없고 그 두께도 어마 어마한 회색의 거대한 벽앞에서 경직되어 있다. 어찌할꼬? 면지의 고양이 발자국을 따라가 본다.

 


속표지의 고양이의 모습은 표지와는 다르다. 씩씩한 걸음걸이에 힘이 솟아난다. 그러다 만난 회색의 커다란 벽,

 


이를 어쩌지?”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지

그러다 묘책을 발견하다



'사다리를 걸치고 넘어가면 되지.'

 

그런데 저 사다리 어디서 났을까? 앞 면으로 다시 넘어가면 오른쪽 숲 속에 사다리 끝이 살짝 보인다.

  

이렇게 고양이는 더 더 커다란 벽, 더 더 높은 벽

 

                         더더더 커다란 벽, 더더더 높은 벽....


을 계속해서 만난다.

 

그 벽에 맞서 고양이의 해법이 제시된다. 방법은 늘 주변에 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의 해법은 내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그림책 속 고양이의 해법이 우리 삶의 모습과 똑 닮아있다. ‘그래, 그랬지~’라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고양이의 여행은 계속된다. 이번엔 흙담벼락같은 주황색 더 높은 벽이다. 이번엔 장대높이뛰기다. 장대는 어디서 났을까? 다시 앞면으로 넘어가 찾게 된다.

 


고양이의 해법 중 가장 압권은 와와와와 친구들과 함께 일 때이다. 흰색, 검은색, 파랑색, 회색, 주황색, 얼룩 등 각자의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이 모인다. 색깔이 상징하듯 모이기 시작할 때의 고양이들은 각자의 고유한 생각과 감정들을 가진 개개인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여 거~~대한 벽을 무너뜨려야 할 땐 하나된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함께 벽을 넘어 서고야 말겠다는 하나된 열망을 가지고 빨간색 고양이가 된다. 불협화음이란 찾을 수 없다. 촛불혁명을 비롯해 지금의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민주화운동의 거룩한 움직임이 이랬을테지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그렇게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고 난 뒤 고양이들은 각자의 원래 색을 찾아 자기의 길을 나선다. 위트있는 그림으로 어머어마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림책의 큰 힘이 느껴진다.

 

그림책의 마지막, 이번엔 강이 막어선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양이의 커다란 벽 넘기 모험을 함께 하고 나니 커다란 강을 건너는 해법을 저절로 찾고 싶어진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만의 커다란 강이 있다면?’으로 후속작을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커다란벽이있다면 #사토신 #히로세가쓰야 #나무말미 #초그신 #초그신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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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빵 햇살그림책 (봄볕) 51
조영글 지음 / 봄볕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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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출판사에서 나온 조영글 작가의 <김철수빵>의 앞면지, 뒷면지의 철수 엄마의 모습이다. 그림책은 앞면지와 뒷면지의 변화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소녀같은 철수 엄마의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표지에 요리사 복장을 제대로 갖춰입은 아이가 전면에 등장한다. 김철수빵 베이커리의 주인공임이 틀림없다. 김철수다. 우리집 베이커리지만 당당히 김철수이름을 내걸었으니 그 각오가 남다를테다. 그래서인지 요리에 임하는 모습에 무술 시범을 보이는 듯 비장하다.

실제 책에서는 김철수빵 베이커리 간판이 반짝이 처리가 되어 있어 간판만 보고도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표지를 넘기자 마자 읽지 않고는 넘어가질 못하는 면지가 나온다. 왼쪽의 아이, 오른쪽 엄마... 둘의 대화를 보면 그리 짐작된다


 내가 할게”, 

 “오늘은 안 돼!” 


 철수 마음도 안들어주고...” 

 “ 철수 마음 다 알지” 

 고개를 이쪽 저쪽 돌려가며 읽다보면 아들 키우는 집에서 넘 익숙하게 들리는 소리에 빠져들어 어느새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오늘은

엄마가 함께

빵을 만들자고 한다.

웬일이래?

생일이 이래서 좋은 거다. 


철수의 생일이다. ‘오늘은 안돼를 말하던 엄마는 아들의 생일 하루만은 결심을 한다. 질끈 머리를 묶는 모습에서 엄마의 각오가 남다르다. 면지부터 연결되는 이 두장면으로 이야기가 어떤 상황에서 펼쳐지는지 확 느낌이 온다. ‘엄마와 아들의 주방 체험기에 덩달아 기대가 한 껏 부푼다.

 


비물은 딸기잼, 버터, 밀가루, 설탕, 소금, 이스트, 계란, 미지근한 물, 초콜릿 칩 그리고 머리 묶은 엄마...그리고 나, 김철수! 주신감 뿜뿜인 녀석, 요 나이의 아이들은 가 세상의 중심이다.

 

 

이후 이어지는 장면들에서는 철수가 빵만들기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곁에서 보조 아닌 보조를 하는 엄마의 고군분투가 넘 실감난다. ‘참아야 한다. 오늘은 철수의 생일이다.’ 엄마의 마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고 빵이 잘 되어가나 할 때 빵이 너무 부푼다. 이를 어째? 어른의 시선에서 문제인 것도 아이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때야 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낼 때인 것이다.

 



엄마 걱정마, 나한테 맡겨

커져라 행님 주먹!


을 외치며 반죽을 치대는 장면에서 남자아이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를 해소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소진해야 잠잠한 평화의 시간이 온다오븐 속으로 반죽을 넣고 나서야 휴~ 숨을 돌린다.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ㅎㅎ 양쪽에 그려진 엄마의 모습과 아이의 모습이 넘 그럴듯하다. 철수는 수도 없이 오븐 속을 들여다 봤을 것이다. 안 그러면 아이가 아니지..

 

~ 접시에 김철수 빵이 놓이고 딸기잼으로 머리모양과 입을 만드니 완전 김철수빵이다. 먹기 직전 철수는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어디로 간거지? 녹초가 되어 입맛도 잃어버린 엄마. 아들과 엄마의 한판 승부에서 엄마는 어김없이 ko패 일 수 밖에 없다.

 

남은 설거지, 설거지 까지 내가 책임진다는 철수...엄마는 또다시 선택에 길에 선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뒷면지에서 대화로 이어진다.

 

생활 속 찰진 대화가 펼쳐진다. 이번엔 엄마가 오른쪽, 철수가 왼쪽이다. 앞면지의 엄마와 무언가 달라졌다. 엄마 얼굴의 주름살...이를 어째....

 

어찌할텐가? 엄마의 주름살이 는 대신, 아이는 스스로 만든(?) 빵의 경험으로 어찌할텐가? 엄마의 주름살이 는 대신, 아이는 스스로 만든(?) 빵의 경험으로 한뼘 더 성장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엄마 혼자 후딱 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수월하다. 엄마들은 안다. 그런데도 아이는 이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더한 수고를 감내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김철수가 만든 김철수빵은 그 어떤 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상 하나밖에 없는 빵이다. 밀가루와 여러 재료들이 엄마와 철수의 손을 통해 빵으로 탄생되듯이 김철수빵을 완성하고 난 철수는 빵만들기 전의 철수와 다른 철수다. 그러하기에 <김철수빵>은 빵만들기라는 거대한(철수에게는 분명 거대했을 것이기에.....) 모험을 성공적으로 해낸 김철수 어린이의 유쾌한 성장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 어려운 수고로움을 책 속에서 대신 해 주는 통쾌함까지 덤으로 받게 된다.



엄마리 다음에는 진짜 진짜 큰 케이크 만들까?” 


한 번의 경험으로 아이가 성장을 끝낼 리 없다. 전쟁은 계속된다....네버엔딩은 아닐 거란 믿음으로 엄마들은 오늘도 지친 육아의 시간을 견딘다. 그런 시간이 쌓여 달콤한 빵을 즐긴 시간은 반드시 온다. 오고야 만다.

조영글 작가가 초대한 그림책 육아 세상에 한껏 빠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 사진 출처 : yes 24 미리보기


#김철수빵  #조영글  #봄볕  #봄볕출판사  #초그신  #초근신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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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청소부 올리 그림책 13
젤리이모 지음 / 올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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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 ‘청소부어떤 조합일까? 낭만적인 것의 대표 달빛과 고된 일의 으뜸인 청소부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제목만으로 아이들과 한참을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만 같다. 노란 달빛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내 버려진 페트병 위에 아슬 아슬하게 긴 빗자루를 들고 달을 청소하는 아이를 보게 되면 낭만적이기만 할 것 같지 않다.

 

어릴 적 엄마가 아끼던 물건을 망가뜨렸습니다. 엄마와 함께 망가진 부분을 고쳤고, 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요. 그때의 감정으로 달빛 청소부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라는 속표제지의 젤리이모 작가 소개글로부터 달빛 청소부의 탄생의 비밀을 살짝 엿보게 된다.


사람이 머무는 장소가 반짝 반짝 빛난다면 그곳은 누군가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이다. 백화점, 마트의 반짝 반짝 윤이 나는 대리석 바닥도 분명 닦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린 깨끗함을 즐길 뿐 청소하는 누군가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의 수고를 생각하지 못하는 건 이 사회가 청소를 마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의도도 원인일 것이다. ‘밤의 노동자’, ‘투명 노동자로 불리는 그들, 사람들의 시선이 적은 시간에 숨겨야 할 들처럼 그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린 함께 있는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으니 수고로움을 알 수도 없다.

 


달빛 청소부의 마을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달빛 마을 사람들은 달을 좋아해 매일 밤 축제를 연다. 이 축제를 즐기기 못하는 단 한 사람, 바로 달빛 청소부, ‘무니. 사람들이 이곳 저곳에 남긴 흔적들을 축제가 끝나면 무니 혼자 달을 청소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그 노역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찌 그 대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 무늬는 더 이상 달이 좋지 않다. ‘한 번 건드려본다. 이게 왠일...달이 뚝 떨어진다




예상치 못한 큰 일에 무니의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 이 부분에서 그림책은 위로 펼쳐진다. 달이 뚝 떨어질 때 무늬의 마음도 떨어졌을 것만 같다. 무늬는 혼날까 두려워 달을 들고 도망간다. 마을에 달이 사라진다.



 들킬까 마음을 졸이고 있는 무늬의 얼굴이 페이지에 꽉 차게 그려져 있다. 어찌 되었든 무늬편이 되어주고 픈 마음이 절로 드는 장면이다.

 

무늬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어떻게 하면 무니가 실수를 통해 성장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이후의 따뜻한 전개에 살포시 미소가 지어진다.

 

달빛 청소부가 놓치지 않는 부분은 문제 해결의 끝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자리로 달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마을 사람들일까? 무니일까? 마을 사람들과 무늬가 함께 일테지만 마지막 순간은 무늬에게 주도권이 주어진다. 예기치 않은 실수라해도 피해를 입혔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참 좋았다. 내가 아닌 타인의 도움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무늬의 마음 한 켠에 털어내지 못할 어떤 마음을 남을테니까.....요즘 아이들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구요~’ 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기에 더 그렇게 다가왔나 보다.

 

누군가의 실수를 대하는 자세를 그림책은 따뜻한 이야기로 전해준다. 이런 마음씀이 있다면 실수는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실수를 숨기거나 도망가지 않고 기꺼이 타인의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또한 누군가의 희생으로 내가 얻는 행복이 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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