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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읽습니다 - 나이듦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는 순간
서민선 지음 / 헤르츠나인 / 2025년 7월
평점 :
『노년을 읽습니다』 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다정한 인연 이야기인 『연애』를 쓴 서민선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노년이라는 주제에 대한 작가의 한결 같은 애정이 느껴진다.
『노년을 읽습니다』의 서평을 쓰며 호들갑부터 떨고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첫 책이 깊고 다정했다면 두 번째 책은 넓고 깊다. 소설, 에세이, 시, 그림책, 만화, 인문서 등 먼저 넓게 읽고 깊게 사유한 사람의 글이기에 밑줄과 인덱스가 넘쳐난 행복한 책읽기였다.
나와 멀다고 생각한 주제 중 하나가 노년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노년임에도 그 시기가 아름다울리 없다는 선입견 때문일까, 지금껏 깊이 들여다 본 적이 없다. '노년는 불청객이다'. 내게 그러했다. 되도록 늦게 만나고 싶은 존재....
그런 내게 이 책 『노년을 읽습니다』는 하루가 다르게 노년에 다가가고 있는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가 호기롭게 만날 수 있는 상대 쯤으로 만들어 주었다.
'노년을 읽습니다' 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책은 1부 ‘건강과 생존’, 2장은 ‘가족과 네트워트’ 3장 ‘돌봄과 죽음’, 4장은 ‘노년의 삶’으로 나눠 나이 들어가며 맞딱뜨리게 되는 다양한 주제의 책에 대한 저자의 독후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립 로스의 <아버지의 유산>부터 사노 요코의 <시즈코상: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김형숙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프랭크 커닝햄의 <나이듦의 품격>까지 언급된 36권의 책에 대한 글에서 끊임없이 읽는 삶을 살아온 이의 혜안이 들어있으며, 그 혜안을 통해 다시 저자 자신의 삶을 읽는다. 그의 읽기와 쓰기는 현실과 딱 붙어있다. ‘책과 삶’, 즉 ‘읽기와 삶’이 아름답게 중첩되어 있다. 구체성이 있다. 사유만 있지 않고 사유를 통한 삶이 있다. 진정 나를 통과한 읽기라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작가의 표현을 훔쳐 단칼에 말하자면 『노년을 읽습니다』는 다채롭다.
내게 좋은 책은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마구 쏟아내는 책이다. 읽어야 할 ‘책 목록’이 생기는 날은 마음의 허기가 꽉 채워진 기분이 든다. 책 속에서 언급된 책들은 저자가 노년이란 주제에 천착하여 읽어 온 다섯 수레 분량, 오거서(五車書) 중 선택받은 것이리라. 책 속의 읽기 목록은 나의 책장 리스트에 저장되었다.
‘글이 그 사람 자체다’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다정하다’, ‘바르다’, ‘깊다’. 그런 그가 먼저 넓게 읽고 깊게 전해 주는 노년의 모습은 덤벼볼 만하다. 그 중 가족이 아닌 완벽한 타인으로 구성된 노년의 공동체 이야기를 다룬 <안녕, 커뮤니티>편은 욕심나는 삶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난 나는 책을 읽기 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아주 작은 경험으로만 알고 있던 지금까지의 노년의 세계를 포기한다.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엿보았다. 지금도 나는 늙고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나는 늙음과 다채로운 연애를 시작해 보련다. 감히 ‘늙음’과 ‘연애’를 묶어 표현하다니『노년을 읽습니다』는 꽤 유능한 '중매책'이다.
책날개에서 밝힌 작가의 개인적인 바람은 ‘나이 들어도 읽고 쓰는 노인이 되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의 바람이 이뤄지는 동안 저자의 쓰는 행위의 궤적을 따라가 보고프다. 기꺼이 ‘서민선 월드(책 속 저자의 표현)’에 머무를 것이다.
나의 이 호들갑스런 서평을 읽는 분들도 『노년을 읽습니다』를 통해 노년과 다채로운 연애를 시작해 보길 권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잘 늙었습니다.’의 마침표를 꾹~~~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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