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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나비가 된 장자, 장자가 된 나비 ㅣ 필로니모 1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지음, 라파엘 엔자리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란상상 / 2022년 5월
평점 :
하루동안 의식을 하든 안하든 수많은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한다. 자알~ 생각하고 자알~ 선택하기 위해 '철학'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에게 철학은? 머리를 싸매고 정자세를 하고 앉아 두꺼운 책과 씨름해야만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는 어려운 그 무엇이다. 조금이라도 그 벽을 허물고자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철학에 살며시 다가가려하면 잡히지 않기 위해 폴짝 날아가는 얄미운 나비같다. 누군가 조금은 더 쉬운 용어로 다정하게 속삭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여기 얄미운 나비와 같은 철학이 노랑 날개짓을 하며 곁에 다가와 유혹하는 책이 있다.

노란 상상의 귀여운 철학 그림책 시리즈다. 1. 장자, 2. 쇼펜하우어, 3. 하이데거가 출간되었고 앞으로 3권의 책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려운 철학자의 사유가 '그림'과 만나 다정하게 다가온다. 필로니모... '필로소피', 철학과 '어린 아이들의'라는 접미사 니모가 함쳐진 '어린 아이들의 철학'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가가는데 거부감이 없도록 사이즈도 앙증맞게 배려한 듯 느껴진다. 아무런 거부감없이 세상에 오감을 열고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세상의 탐색자인 어린이들에게 어쩌면 철학은 다정한 친구가 되기에 딱인 시기인지도 모른다.
한 손 가볍게 들리는 아담한 사이즈의 그림책 <필로니모 1 장자> 만나고 한 주가 넘게 흘렀다.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호접몽을 통해 장자가 내게 전하는 이야기가 무얼까 더듬거렸던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을 접하는 어린이들도 그러할까? 어린이들은 오히려 자기가 꾼 꿈 이야기를 하며 ‘나도 그런 적 있어요.’라고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

장자는 꿈 속에서 자신이 사람인 것을 잊고 나비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 바닥에 누운 사람의 몸이 느껴져 꿈을 꾼 사람이 장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장자는 의심한다.
만약 지금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는 거라면?
누가 알겠어.
꿈과 현실, 생각과 실제는 딱 잘라 구별되는 게 아니잖아.
우리의 갇힌 생각을 깨어나게 하는 사람이 철학자이다. 그림책 <필로니모 1. 장자>을 접하며 장자가 전하고자 한 사유는 무얼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나에게 다가온 장자의 호접몽은 ‘나와의 거리’이다.
오늘 아침 나는 빵을 굽고 그 위에 쨈을 발라 아침을 먹었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달콤함이 여전히 입 안에 가득하다. 출근 안하는 토요일 아침 시간을 즐기며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내려 뜨거운 여름에 딱인 얼음을 가득 넣은 아이스 커피를 마신다. 진한 커피향을 맡은 후 한모금 들이킨다. 맛을 음미하는 나의 실체가 선명하다. 그리고 자판을 두드리는 내 손가락 또한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실재하는 데 지금 내가 실재하는 이 세계가 가상(꿈)의 세계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영화 ‘매트리스’의 첫 장면에 장자의 나비꿈이 등장한다. 현실과 현실과 다른 세계를 암시하는 장면이다. 장자가 호접몽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반영된 장면이리라. 장자의 나비 꿈은 나와 발딛고 있는 이 곳을 떠나 ‘나’를 멀리서 관조하듯 돌아보라는 아름다운 경고를 보낸다. '한번쯤 생각해 봐. 지금 네가 애면글면하는 그것이 전부인지 말야...' 하고 말이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일을 두더지 게임하듯 완수하느라 고개 한 번 들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 이런 나에게 지금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 모든 것이냐고 묻는다. 팔랑팔랑 노란 날개짓 하듯 가볍게 나비 꿈을 통해 알려주나 그 가르침은 아플만큼 깊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파란 약과 빨간 약을 양쪽 손에 들고 네오에게 말한다. 파란 약을 먹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고..... 진실을 보지 못하고 거짓의 세계에서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한다고...파란 약과 달리 빨간 약은 거짓된 세계를 넘어 진실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하고 힘든 진실과 대면한다.
오늘 아침 나에게 <필로니모, 장자>는 매트릭스의 빨간약이 되어 주었다. 장자의 호접몽을 통해 지금 현재 내가 매달려있는 매트릭스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말이다. 빨간 약 선택 이후의 시간이 부디 성공적인 분투가 되길 바래본다. <필로니모 1, 장자>가 오늘 아침 다정한 철학자가 되어 내게 전해진 속삭임에 감사하다.
필로니모 시리즈의 다른 철학자들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그림과 함께 전하는 철학'이 데려다 줄 사유여행에 기꺼이 동참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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