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제의 숲 ㅣ 온그림책 6
유키코 노리다케 지음, 이경혜 옮김 / 봄볕 / 2022년 4월
평점 :

동네 책방이 문을 열었다. 책방 이름이 <뜻밖의 여행>이다. 집에서 2분 거리, 나도 이제 책방세권이다. 어디론가 이사갈 계획마저 무력화시키는 맘에 쏙 드는 책방이다. 연휴동안 벌써 3번을 방문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이야기로 풍성한 시간을 보냈다. 빛 가득한 낮도 좋고 아늑한 불빛 아래에서의 밤의 책방도 좋았다. 책방 주인의 그림책 큐레이팅에 일단 마음의 빗장이 저절로 열렸다. 그래서 그만 첫 방문에 이 책방에 들였으면 하는 요즘 내가 애정하는 책을 소개했다. 바로 『형제의 숲』이다. 다음 날 책방 방문땐 내가 가진 『형제의 숲』을 직접 들고 갔다. 그런 대책없는 용기는 『형제의 숲』이 소위 말하는 ‘실물 깡패’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우선 모든 것을 다 제치고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그림에 애정을 보내다 보면 짧지만 시적인 글도 빼놓을 수 없다. 글과 그림만으로 그칠 수도 없다.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하고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누구하고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받게 되면 『형제의 숲』을 읽기 전과 후가 결코 같지 않길 바라게 된다. <뜻밖의 여행>을 찾는 사람들이 『형제의 숲』이라는 뜻밖의 책방 여행을 통해 뜻밖의 생각을 하게 되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뜻밖의 행동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도 누군가가 『형제의 숲』이라는 뜻밖의 여행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지난 해 봄볕 출판사 권은수 대표님을 통해 『형제의 숲』 원서 소개를 접한 적이 있다. 강렬한 색감과 대비된 짧은 문장에 매료되어 출판되기를 기다렸던 책이다. 책을 실제로 만났을 때 가로 285㎜, 세로 360㎜의 빅북 크기에 가까운 그림책의 크기에 놀랐다. 그만큼 대비되는 압도적인 두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일본에서는 원서보다 작은 크기로 출판이 되었다는데 사이즈가 작아지면 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에 출판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원서와 같은 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정성이 참 감사하다.

첫 장을 넘기면 모든 그림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 같은 숲을 형제로 짐작되는 두 남자가 동시에 만난다. 단지 새들의 방향만이 다르다. 새의 움직임이 다른 이야기의 전개를 살짝 귀뜸해 주는 듯하다.

왼쪽도 오른쪽도 똑같이 나무를 베는데 왼쪽의 소녀는 남자를 도와주고 있다. 이 소녀가 궁금해 진다. 숲을 지키는 수호신, 정녕일 수 있겠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도 기꺼이 곁에 머물며 조력자가 되어준다. 오른쪽은 어떤가? 동물들은 이미 사방으로 흩어져 흔적을 감추었고 소녀도 화들짝 놀라 달아나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을과 겨울의 모습이 펼쳐지고 같은 숲에서 출발했지만 형제의 선택에 따라 숲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을 지키는 삶과 자연을 개발하는 삶으로 확연한 대비가 더해진다. 자연을 개발하는 삶을 선택한 남자는 파란 강물이 바로 집 앞에 있음에도 커다란 풀장을 만들기도 하고 숲이 다 사라져 버리자 아름다움을 위해 나무들을 인공적으로 알록달록 장식하기에 이른다.

거대한 석상을 세우기 위해 나무를 베어썼다는 이스터섬이 떠오른다. 나무를 벤 만큼 나무를 어찌 다시 지속가능하게 할 지에 대한 생각은 미처하지 않았다. 그 댓가로 지금은 상상으로만 복원이 가능한 생명이 사라진 섬이 되어 버렸다. 역사 속에서의 선명한 교훈이 있지만 그저 내 삶과 동떨어진 먼 이야기일 뿐 지금도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왼쪽이 아닌 오른쪽의 삶을 닮아가고 있다. 지금도 지구상에의 어느 곳에서는 더 많은 자원을 얻으려 숲을 불태우기까지 한다.
내가 입는 방식, 내가 먹는 방식, 내가 소비하는 방식은 조금도 착하지 않다. 나의 생명 유지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시키고 먹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착하지 않는 방식을 자연은 무던히도 견뎌주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한 숲의 동물들과 소녀가 떠나가듯 자연은 더 이상 우리 곁에서 다정한 조력자로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글 없이 원경에서 바라본 숲의 모습이 펼쳐진다. 『형제의 숲』은 묻는다. 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큰 화면 가득 대비한 그림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지구는 우리의 공동의 집이다. 우리 각자의 선택이 지금 현재가 아닌 조금은 더 앞을 봐야 하지 않을까? 질문에 대한 답이 『형제의 숲』에 숨겨져 있다.

https://www.yukikonoritake.com/
『형제의 숲』의 그림이 너무 좋아 유키코 노리다케 작가의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감각적인 그림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팬심이 저절로 가득 생긴다. 이래서 그림책 덕질이 멈춰지지 않는다. 『형제의 숲』이 이끈 또 다른 뜻밖의 여행에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형제의숲 #유키코노리다케 #온그림책 #봄볕 #도서출판봄볕 #봄볕출판사 #초그신 #초그신서평 #환경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