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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임진왜란 4 -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
이순신역사연구회 엮음 / 비봉출판사 / 2006년 5월
평점 :
이 책에 대한 리뷰는 1권에 많이 달려 있다. 4권에서 인상적인 점에 대해 써 본다.
4권에서는 주로 12척의 배(실제로는 1척을 추가하여 13척)로 133척의 왜선을 무찌른 울돌목해전(명량해전)에 대해 상세하게 밝혀 놓았으며, 노량해전에서의 이순신 자살설, 은둔설 등에 대해 기존 학계의 오류를 철저한 비교를 통해 바로잡고 있다. 특히 기존에 출판되어 많이 읽히는 책들의 주장에 대해 이 책의 지은이들은 끈질긴 고증 작업을 통해 바로잡고 때로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빈정거린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기들 멋대로 해석하고 갖다 붙이기 식의 출판물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역사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올바른 사실로 전해져야지 아무리 소설이라도 현장 답사조차 하지 않고, 과거의 거리표기법조차 모른 채 멋대로 쓰면 곤란하다는 식이다. ---물론 다 아시다시피 최고로 많이 읽혀진 이순신 관련 소설인 '칼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들은 그 책의 울돌목 해전 부분을 옮겨와서 조목 조목 잘못된 점을 짚으며 반박하고 있는데, 비단 그 책 뿐 아니라 기존 학계의 누가 쓴 출판물이나 주장이라도 그들의 연구 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빼놓지 않고 싣고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의 학설이 정확하다면 앞으로 이순신 연구의 많은 부분들이 수정되기를 바란다.
울돌목 해전에 대해 기존 학계에서는 일자 전법을 사용하였느니 쇠사슬을 이용하였느니 하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주장들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있다. 조수의 흐름이나 주변의 지리, 각종 사료들을 살펴보면 이순신함대는 학이 날개를 접은 형태의 학익진을 사용하였으며, 일자 전법이 아니라 둥글게 모인 상태에서 상대의 함대가 아군 함대를 둥글게 에워싼 형태의 전법으로 싸웠던 것이다. 말 그대로 13척의 함대를 133척이 완전히 에워쌌으며 거북선 특유의 직충 돌격과 왜군 함대보다 월등한 화력으로 왜군 함대를 궤멸시켜버렸다. 거북선은 직충을 위한 돌격선이었으므로 당시 왜군과의 해전은 일체의 백병전(적선에 갈고리를 걸어 건너간 다음 몸소 칼로 싸우는 것)없이 순수 함포사격+거북선의 돌격전으로 이루어졌다. 기존의 학계는 배 앞부분의 쇠돌기로 적의 선단 옆구리를 들이받아 구멍을 내 좌초시키는 해전술인 '직충'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고 근접공격 정도로만 이해하였기 때문에 이순신 해전의 학익진이나 거북선의 돌격전을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해전도와 거북선 설계도와 각종 박물관의 모형 등이 모두 잘못되었으며 이는 이 책의 저자들이 밝혀 낸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또한 이순신의 자살설, 은둔설에 대해 많은 근거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이 해프닝의 근원은 잘못 해석된 '면사첩'인 듯한데, 면사첩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죽음만은 면하게 해 주겠다. 조선의 왕이라 할지라도 그대를 사형에 처할 수는 없다'라는 것을 보증해 주는, 중국 황제가 내린 증서이다. 이를 조선의 왕이 내렸다고 잘못 인용한 사료가 많으며 칼의 노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황제로부터 면사첩까지 받고, 이순신을 높이 산 진린 도독의 상소로 중국으로부터 스카웃도 받고 있었던 이순신의 입장에서는 자살을 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 조총의 전술 사정거리는 약 50미터였으며 이 안에서 총탄을 맞으면 갑옷도 예외없이 관통하였다. 이순신은 노량해전 당시 진린의 함대를 구하기 위해 왜군 함대 속을 뚫고 들어갔기 때문에 조총의 사정거리 안에 있었고, 기를 내건 기함(즉 대장이 탄 배)이었기에 엄청난 총알세례를 받았다. 이순신은 어디까지나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것이다.
원균이 명장이 되어 버린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원균의 후손들이 원균을 미화시키기 위해 펴낸 책을 많은 출판, 영상물이 차용하였기 때문인데, 이순신이 직접 쓴 난중일기나 유성룡의 징비록, 이순신 사후에 출간된 이충무공행록 등의 사료에서 살펴보면 원균은 임진왜란이 시작되자 200척의 배와 군량미를 바닷속에 빠뜨리고 한번 붙어보지도 않고 도망친 자이며 전쟁중에도 첩을 끼고 매일 술에 취해있다가 이순신의 함대가 적을 무찌르면 그 뒤에서 왜군 시체를 건져 목이나 베며(왜나하면 당시에는 적의 수급을 벤 수만큼 공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을 겁쟁이라고 깎아내리고 전쟁은 자기가 다 한 것처럼 장계(조정에 올리는 보고서)를 꾸며 올리다 결국에는 왜군과 조정과 결탁해 이순신을 반역자로 몰아 백의종군하게 만든 자다. 점잖고 불만을 잘 말하지 않는 이순신도 때로는 난중일기에서 그자의 행동을 '가소롭다' '흉측한 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무능함과 한심함의 극치를 달리는 선조임금의 언행에 대해서도 3,4권에서 계속해서 사료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이 또한 빈정거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선조임금이 한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다 한심하고 멍청해 끔찍할 정도로 보여진다. 이렇게 밝혀 낸 이 책의 내용은 작가들의 주관적인 해석이 아니라 철저한 고증과 사료 분석에 의한 것이기에 더욱 그 당시의 시대상과 한심한 인물들의 행동이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의 대결이 아니라 오직 이순신과 일본의 대결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만큼 당시의 시대상황이 한심스러웠다.
이 책에 한 리뷰는 위에서도 썼듯이 1권 소개에 들어가면 많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들의 25년 연구의 결과를 이렇게 책값만 내면 낼름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충실한 책이라는 의견이다. 앞으로 이순신에 대한 오류가 바로잡아지고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한 책이 더 많이 일반 독자들에게 읽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