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가문 메디치 1 - 피렌체의 새로운 통치자
마테오 스트루쿨 지음, 이현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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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라는 건 싸우기 전에 이미 일찌감치 승패가 정해진단다. 이 말 명심해라! 넌 전사 가문이 아니라 은행가, 정치가, 예술가 집안의 자식이다. (p84)

 

유럽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 메디치가. 후세에 길이 이름 남길 학자와 예술가를 후원하고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의 번영을 이끌었던 탁월한 안목과 명성으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인상을 준다. 메디치가가 살아 숨 쉬었던 15세기 피렌체를 생생하게 그린 마테오 스트루쿨의 권력의 가문 메디치 1 피렌체의 새로운 통치자는 피렌체의 국부라 불린 코시모 데 메디치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에 굳건히 자리 잡기까지 언제나 영광스러운 순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가장 화려한 순간만 보여주는 역사책과 달리 마테오의 소설은 인간적인 고뇌에 괴로워하는 평범한 한 남자를 보여준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고, 인생이 꼭 생각했던 것처럼 살아지지 않는다는 삶의 진리를 기세등등한 메디치가도 피해갈 수 없었다. 피렌체,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피어오른 추악한 탐욕은 가장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을 좀먹고 그들의 편에선 메디치가는 눈엣 가시로 전락한다.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전투는 서로 국경선이 인접한 도시 국가의 숙명이다. 내부와 외부의 적 모두에게 맞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메디치가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이미 정해진 승패를 뒤바꿀 수 있는 능력이, 전사가 아닌 그들에게 있을 것인가!

 

어쨌든 당신이 바로 피렌체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p101)

 

14292월부터 14539월까지의 메디치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이 책의 주인공은 코시모 데 메디치다. 메디치가의 명성에 비해 아는 게 별로 없어 코시모와 로렌초 형제가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1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등장하는 로렌초가, 내가 알고 있는 로렌초인가 의아했다. 타고난 침착함과 통찰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예술에 조예가 깊은 코시모, 냉철한 판단력과 수완으로 메디치 가문의 사업을 잘 이끌어가는 로렌초. 한 사람의 독단 결정으로 종종 반목할 때도 있지만 두 형제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신뢰하며 피렌체와 메디치를 사랑한다. 그들의 아버지 조반니가 독살 당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며 메디치가에 깊은 원한을 가진 한 여자, 라우라 리치가 등장한다. 1편에서부터 쌓인 악연의 고리는 대를 거듭해 2편과 3편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편의 주인공이 바로 메디치가의 전성기를 이끈 그 유명한 로첸초인데 1편의 로렌초와 2편의 로렌초는 동일인물이 아니다.

 

메디치가와 반목하는 가장 큰 정적 알비치가의 리날도에게 종속된 라우라와 스위스 출신 용병 라인하르트 슈바르츠. 밀라노 공작 필리포 마리아 비스콘티까지. 악인의 서사도 충실하게 다뤄 그들이 왜 메디치와 싸울 수밖에 없는지 납득시킨다.

 

제가 항상 원하는 일은 어쩌면 성공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피렌체에 이득이 되고 피렌체를 눈부신 도시로 만드는 데 일역을 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p224)

 

역사 소설이지만 철저한 자료 조사로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를 잘 고증한 것 치고 메디치 가문이 한없이 선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져있어 이게 정말일까? 의아한 부분이 있긴 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목숨도 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재력이 부러우면서도 어쩜 저렇게 이상적인 인간으로 그렸을까 주인공 버프가 조금은 거부감 들 때도 있다. 가진 게 많았기에 빼앗기보단 지켜야 했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까지 몸을 낮추고 기회를 엿봤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메디치가가 르네상스의 중심이 되기까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권력의 가문 메디치 시리즈를 읽어보길 바란다. 부분부분 알았던 메디치가 이야기에 빈 공간을 채워줄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메디치가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피렌체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진다. 이 아쉬움은 우선 다음 편으로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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