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녀명란전 1
관심즉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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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보호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마구잡이로 벌목하면 이렇게 후손이 끊겨버린다고요!” (p37)

 

억세게 운이 안 좋아도 이렇게 안 좋을 수가! 정치 법률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인민법원의 서기로 재직 중인 앞길 창창한 아가씨 요의의! 1년간 외지에서 구르고 승진을 목전에 두고 금의환향하는 길에 불의의 산사태로 목숨을 잃는다. 눈을 뜨니 그녀가 환생한 몸은 성씨집안의 여섯째 딸 성명란. 어차피 환생할거 적녀의 우아한 품위를 내뿜는 첫째 언니 화란같은 삶이면 좀 좋을까! 애석하게도 명란은 첩의 딸인 서녀, 그것도 넷째 언니 묵란같이 총애 받는 어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명란의 어머니 위이랑은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위이랑의 죽음은 석연치 않지만 첩의 치마폭에 빠져 중심을 잡지 못하는 성씨집안의 가주 성굉 때문에 결국 유야무야 묻히고 만다.

 

그녀의 이번 환생은 계륵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쁘다고 하기엔 좋았고, 좋다고 하기엔 나빴다. 위를 보자니 한참 부족했고, 아래를 보자니 그다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p79)

 

기댈 곳 하나 없는 성명란이 홀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험난하기 그지없다. 출가하기 전까진 어엿한 아가씨로 대접받기는 하나, 그 어떤 바람막이 하나 없이 홀로 내동댕이쳐진 어린 여아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성명란의 나이 고작 다섯 살, 사랑받으며 크기도 부족한 이 시기에 애어른 요의의는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그녀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은 바보되기!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시전하는 적당한 고자질 스킬은 자신을 은근히 괴롭힌 적들을 곤란하게 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그런 명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생겼으니, 성굉의 적모이자 성씨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노대부인의 건강이 악화되자 그녀를 보필한 손녀딸을 뽑는데(?) 볼품하나 없는 성명란이 덜컥 당선된 것! 이때부터 은근한 권력 실세의 지원으로 고달팠던 어린 성명란은 아리따운 아가씨로 사랑 듬뿍 받으며 성장한다.

 

시도 때도 없이 이기려드는 묵란과 멍청한 여란, 애석하게도 명란의 이복언니들이다.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자매들의 피 튀기는 싸움에서 멀어지려는 명란의 간절한 바람에도 세상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가득한 이 세상에서 당하고만 살지는 않는 서녀의 대반란! 은근한 카리스마로 사이다를 팡팡 터트리는 명란의 활약상에 가슴이 뻥 뚫린다. 명란을 한없이 귀엽게 여기는 제국공부의 미남자 제형과의 간질간질한 로맨스도 가슴 설레게 하는 서녀명란전현대의 여인이 어느 날 눈을 뜨니 고대국가에, 그것도 위태위태한 신분으로 살아간다면 어떨까 상상력을 발휘하는 재밌는 소설이다.

 

이제 겨우 1권을 읽었는데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제 발로 스포를 찾아봤다가 아직 남주는 등장도 안 했다는 것에 첫 번째 충격, 우리 명란이가 고작 애 딸린 홀아비랑 엮인다는 것에서 두 번째 충격. 남주보고 읽는 소설은 아니라는 말이 실감이 된다. 남주가 워낙 욕을 많이 먹어서 관심즉란 작가님이 직접 해명한 글도 봤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고대의 질서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언제나 최선을 향해 나아가는 명란에게 이미 반했는지 다음 내용이 너무 기대된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녹비홍수의 원작이자 쟁쟁한 웹소설들 중에서도 당당히 상위권을 차지한 서녀명란전! 유명한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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