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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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언제니 육체적으로 힘센 자들의 편만 드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자들의 손을 들어줄 때도 있지. 지금은 그게 바로 우리야(p38).”

 

어니스트의 아버지 에드워드는 특별한 존재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보통의 인간들과 달리, 인류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발명하는 과학자를 자청한다. 덕분에 어니스트의 가족들은 인류 최초로 을 활용하는 가족이 된다. 로이 루이스의 에볼루션 맨1960년대에 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발하게 원시인들의 삶을 그린다. 우리 인류가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궁금하다면 어니스트 가족들의 일상과 갈등이 좋은 표본일 것이다.

 

1만 년 전 석기시대 인류는 21세기의 인류를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재빠르고 강한 이빨을 가진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몸은 생존하기에 참 쓸모없이 설계됐다. 안락한 보금자리조차 가지지 못하던 어니스트의 가족들은 불을 활용하면서 놀라운 발전을 보인다. 횃불로 동물을 위협해 좋은 동굴에 터를 잡고, 사냥한 동물을 구워먹어 식사시간을 줄이고 만성적인 위장병에서 해방된다. 불을 구하러 가는 과정은 험난하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안락함은 너무도 달콤해 에드워드는 매번 화산까지 가는 위험을 무릅쓴다.

 

내가 보기에 그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일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냐? 지구상 그 어떤 동물도 산꼭대기에서 불을 훔치려고 한 적은 없었어. 너는 자연 법칙을 위반한 거야(p71).”

 

어니스트의 아버지 에드워드와 삼촌 버냐는 크고 작은 일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는데 버냐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에드워드가 늘 못마땅하다. 이안 삼촌은 탐험가로 아프리카, 아라비아, 중국까지 그 시절에 어떻게 그 곳을 갔을지 알 수 없지만 늘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인종도, 문화도 다른 인류가 서로를 만났을 때 얼마나 경이로웠을지, 지구 반대편도 비행기로 떠날 수 있는 지금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석기시대의 인류도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꿈을 꾸고, 싸웠나보다. 인간의 기술력을 어디까지 허용해야할지 끊임없이 논쟁하고, 미지의 세계를 열망하며 닿지 못한 우주와 극지를 연구하는 21세기의 인류의 발전은 에드워드와 같은 이들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그는 사회적 통념을 거부했다. 근친혼을 당연히 여기던 아들들에게 새로운 부족에서 여자들을 데려오게 한다. 이렇게 작은 변화들이 차근차근 쌓여 가족 중심에서 점점 확대된 부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의 파격적인 결정에 솔직히 점점 성장하는 우리들 때문에 입지가 흔들릴까 봐 이러시는 건 아닌가요?(p136)”라고 항변하는 내부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불을 전파하기 위해 육백열아홉 개의 나뭇가지를 릴레이로 태우면서 집까지 돌아왔던(p56) 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온전히 이해한 아들이 없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지만 기술의 독점기회를 날렸다며 앞장서서 아버지를 비난하는 어니스트를 보자면, 에드워드가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지언정 자식농사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한 인간이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나보다.

 

너희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거라. ‘남들이 나 대신 해주겠지하고 기대하지 마라. 마치 전 인류의 미래가 너희들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거라(p239).”

 

아버지의 바람은 담백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후손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며 기꺼이 기술을 공유한다. 화산까지 가지 않고도 불을 유지하려 실험하던 아버지의 실수로 모든 숲이 불타 버리고, 결국 어니스트 가족은 정들었던 보금자리를 떠난다. 떠돌이 생활 중 만난 부족과 기술을 거래하고 정착지를 얻은 어니스트 가족은, 아버지를 향한 불만이 점점 쌓인다.

 

당신은 누가 옳다고 보는가? 이 책의 배경은 석기시대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고민과 일맥상통한다. 과거에도, 로이 루이스가 이 책을 썼을 때도, 현재도, 미래도 우리는 보수진보의 갈등을 겪어왔고, 겪을 것이다. 수 만년이 흘러도 풀지 못한 인류의 수수깨끼를 현명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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