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현실 세계에서 범죄 현장을 수색하러 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검찰수사관인데, 왜 영화에서는 그 모든 것을 검사가 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뭐 영화 속 검사는 슈퍼맨인 걸. 정말로 슈퍼맨인가?

 

검찰청에서 일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검사. 그런데 검사 혼자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까? 당연 아니다, 검사, 수사관, 실무관은 모두 한방에서 같이 근무한다(p24). 미디어의 영향으로 실제가 아닐지라도 일반인들에게 어느 정도 검사에 대한 이미지 뚜렷하지만 검사와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김태욱 검찰수사관의 어쩌다, 검찰수사관은 지금까지 베일에 감춰졌던 검찰수사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27년을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한 그의 경험이 녹아든 이 책을 읽으며 영화와는 다른, 실제 현장을 상상해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가 볼멘소리를 하는 게 이해가 될 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검찰수사관의 역할을 지대한데 비해 영화에서는 그 공이 온전히 검사의 몫으로만 가져간다. 이에 업무상 추가되는 비용은 검사가 부담하는 것이 매우 타당하며, 포인트만은 검사에게 양보하는 미덕이 합리적인 결정임을 지지한다.

 

검사는 사건에 대한 최종 처분권과 지휘권을, 수사관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른 수사 업무를 진행하면 된다(p193).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관계가 어떨까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나 나이 차이가 나는데 나지만 직급상 그 서열이 반대될 때, 서로 불편하지 않을까 의아했지만 김태욱 수사관은 프로였다.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를 업무적 동료관계로 규정하여 모든 논란을 일축했다. 검찰청이란 곳이 보통 사람들에게 멀리하면 할수록 좋은 곳이다 보니 구태여 이들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영화 이상으로 알려고 하지 않기도 하다. 과거보다는 덜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이들이 검찰수사관이란 걸, 책을 통해 인지했다. 심지어 검사도 넥타이를 맨 정장으로 매일 출근하지 않는다하니 미디어가 우리에게 얼마나 왜곡된 정보를 주는지 알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생각보다 검찰청에 오면 우락부락한 조폭들도 온순해 진다는 내용이다. 대체, 영화를 얼마나 본 것일까. 우리가 걱정하는 것만큼 흉악범죄가 많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안도하면 좋은건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구상에서 도망 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형 미집행자들은 도주할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반드시 잡힌다. 제발 미리 자수하라 (p153).

 

이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처럼 cctv가 도처에 깔린 곳에서 열정 넘치는 검찰수사관의 매의 눈을 피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비밀의 공간을 찾고, 머리 아픈 숫자와 통화내역과 씨름하며 끝끝내 사회정의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수사관들의 노고가 조금이라도 덜길 바라는 마음에 이 문장을 강조해본다. 반드시 잡힌다. 제발 미리 자수하라!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이나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같은 고전 작품을 읽으며 나름대로 수사를 해보다니, 천상 수사관의 모습이 이런 건가 싶다. 수사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전의 묘미는 색다를 것 같다.

 

어쩌다, 검찰수사관을 통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검찰수사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검찰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유머가 더해서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여성에게도 장벽이 높지 않으며, 검경수사권 갈등과 무관하게 검찰수사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존재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검찰수사관에 대해 A to Z까지 모든 내용이 총 망라되어 있으니, 수사관을 지망한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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