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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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라는 신앙의 정체는 바로 금력을 가진 자들이 누리는 특권, 힘이었다. 돈이라는 신이었다.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치열한 욕망이 서울대란 무소불위의 신을 만들어냈고 서울대교란 종교를 만들어 낸 것이다 (p14).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곧 잘했으나 교육에 무지한 부모님과 어려운 가계로 인해 일찍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마순영씨는 공장에 다니면서도 주경야독으로 지방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결국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중도포기하고 꿈을 접어야했다. 초등학교 때는 마순영 씨와 엎치락뒤치락 했던 서울대생 황수희와의 만남은 그녀의 학력 콤플렉스를 극대화한다. 이는 그녀가 서울대에 집착하는 계기가 된다. 마순영 씨는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을 통해 대신 이루고 싶었다. 학벌욕과 명예욕을 고영웅을 통해서 풀고 싶었다. 누가 속물이라고 비웃어도 좋았다. 내가 못 갔으니 내 아들을 나 대신 보내면 되는 거다(p34). 마순영 씨의 아들 고영웅은 그녀의 치맛바람의 희생자다. 수포자인 첫째 딸 빛나의 교육이 요원하자 세 살배기 고영웅을 수학 천재라 믿으며 서울대를 향해 목표를 정조준 했다. 다행히 고영웅은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해 마순영 씨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날이 영특하게 자라는 아들을 보며 마순영 씨는 고영웅을 서울대에 입학 시키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다. 서울대외 다른 길은 없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열렬한 서울대교의 신자다.

 

 

내 아이는 무조건 남들보다 뛰어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서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마순영 씨와 같은 부류의 엄마들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p165).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오른 마순영 씨는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낯선 부산에 자리 잡는다. 영웅이는 부산의 부촌 마린시티에 자리한 해성초등학교로 전학갔다. 사실 마순영 씨의 과잉보호 때문인지 영웅이는 학교생활에 썩 적응하지 못했다. 이전 학교에서 있던 트러블을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는 만회하고자 했으나 산만하고 입이 거친 영웅이는 금세 선생님들의 눈 밖에 났다. 그나마 성적이 우수해 잠깐씩 총애를 받았으나 예쁨 받지 못하는 특유의 오만한 성격과 돈이 곧 권력인 환경에서 흙수저 영웅이는 설 자리가 없었다. 생업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하게 된 마순영 씨는 서울대를 위해 영웅이를 채찍질했지만 다른 아이와 영웅이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밥벌이를 위해 아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영웅이의 지독한 사춘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였다.

 

명문 해문중학교와 부강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영웅이의 사회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선생님과의 관계는 항상 최악으로 치달았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영웅이는 수석 입학이라는 명예에도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다. 중학교때 사준 스마트폰은 영웅이가 학업보다는 게임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영웅이를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선 물불 안 가리는 순영 씨의 철저한 관리로 매일매일 살얼음판 같은 나날을 보낸다.

 

엄마가 무슨 죄인이냐고요? 애 공부 못하는 것도 엄마 탓, 입시 전쟁도 엄마 탓, 엄마가 동네북인가요? 정부의 입시정책이 뒤죽박죽인 바람에 엄마들이 안 나설 수가 없는 거잖아요? 수백 수천이나 하는 입시 컨설팅을 엄마들이 받고 싶어서 받겠어요? 교육의 입시정책이 문젠데, 언론이고 뭐고 전부 다 엄마들 욕심이 입시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뒤집어씌우는 것 있죠? 정말 엄마 노릇 사표내고 싶다니까요(p324)”

 

자식이 아픈 것보다 시험이 더 걱정스러운 마순영 씨를 보며 대체 서울대가 뭐기에 저렇게까지 해서 애를 잡나 싶을 때가 있다. 서울대는 마순영 씨의 꿈이지 영웅이의 꿈이 아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려 애쓰는 엄마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에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었다. 공부를 잘 해야 사람대접 받는 세상에서 내 자식만큼은 무시 받지 않고 크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서울대로 표출된 것뿐이다. 조선시대에도 3대가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양반 취급을 받지 못해 한 명의 과거 급제자를 내기 위해 온 집안이 매달렸었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공장에서 일한 사람보다 달러 빚을 내서라도 공부를 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더 자리 잡았다. 서울대는 계층 이동의 마지막 사다리다. 이미 기득권은 그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흙수저는 어떻게든 막차에 탑승하기 위해 전 국민이 입시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정녕 엄마들의 잘못만이라도 할 수 있을까? 김옥숙 작가의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를 읽으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동물을 사랑하고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영웅이의 진가는, 서울대가 아니라면 가치가 없는 것인가. 공부하기 힘겨워하는 영웅이도, 그런 영웅이를 독촉해야하는 마순영 씨도, 왜 우리 모두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하는지 모두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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