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을유사상고전
묵자 지음, 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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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예수이자 큰 마르크스라 불린 묵자를 만나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사상가들을 배운다. 하지만 유가, 도가와 달리 묵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때는 널리 알려졌지만 묵자 사후 묵가는 널리 퍼지지 못했다. 공자 이후 뛰어난 학자들이 그의 학문을 이어받은 유가에 비해 묵가는 저명한 학자가 없는 것이 학문 소실의 원인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통치자들이 묵가를 외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통치자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사실 너무 간단하다. 그들의 구미의 맞지 않는 것이다. 묵가를 읽다보면 참 서민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묵가의 저자 묵자(묵객)가 노동자 계급의 장인 출신이다 보니 고고함보다는 소박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학문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통치자가 어떻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인재를 어떻게 선발해야 하는지는 묵가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일반 사람들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한다. 사실 너무도 당연한 거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키기 어려운 자신에게는 엄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내용도 묵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요즘 공자의 논어도 읽고 있는데 4대성인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자뻑이 심한(?) 공자님의 말씀에 그 이미지가 조금 깨는데 묵자님은 참 한결같이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백성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이것(부역과 세금)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과다하게 부역을 시키고 그들로부터 지나치게 세금을 징수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다(p70). 과한 허례허식의 폐해를 상당히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이런 말은 본인이 직접 노동자 계급에 속해있기 때문에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만약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두루 서로 사랑하게 한다면, 나라와 나라는 서로 공격하지 않으며, 도둑은 없어질 것이고, 임금, 신하, 아버지, 자식은 모두 효순하고 자애로울 수 있을 것이다(p231). 묵자께서 남을 사랑하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 때문이다.

 

묵가의 겸애편을 읽다보면 이게 중국의 사상인가 기독교의 사상인가 조금은 갸우뚱하게 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왜 그를 작은 예수라 명명하는지, 묵가의 근본 사상이 무엇인지 유추해 볼 수 있다.

 

묵가를 읽다보면 재밌는 편이 있다. 아니 무슨 귀신 논쟁을 이리도 치열하게 한단 말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귀신은 아니겠지만.... 고작 귀신이 뭐라고 싶을 만큼 귀신을 주제로 엄청나게 심도있는 토론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 토론의 결말은 귀신은 결국 신분고하를 막론한 권선징악을 할 수 있는 주체라는 점에서 상당히 사이다가 팡팡 터진다.

 

귀신이 현명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포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내릴 수 있음을 마땅히 믿어야 한다는 것, 또한 귀신이 벌을 줄 때에는 아무리 큰 세력이라도 반드시 벌을 준다는 말이다(p526).”

 

비성문편에서는 병법에 능한 묵자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하면 전쟁 속에서 자신의 성을 지킬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장인 묵자를 만나볼 수 있다.

 

유가를 대표하는 공맹자라는 분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회의 중심 학문으로 자리잡은 유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걸 돌려까는 느낌이다.

 

누구의 학문이 더 뛰어나다 우열을 가리는 건 한자도 제대로 읽지 못해 역자의 해설본을 읽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공자의 논어를 읽을 때는 그 고상한 군자 너나 하세요였다면 1200페이지에 달하는 묵가를 읽으면서는 서민적인 느낌에 마음이 편해졌다. 뭔가 이해받는 느낌이랄까.

 

유가 사상을 담은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반박하고 싶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사람이라면 묵가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각광받지 못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느낌을 주는 묵자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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