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여름 - 남극에서 펭귄을 쫓는 어느 동물행동학자의 일기
이원영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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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박사의 펭귄 관찰일기

 

43일은 한 달하고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지만, 펭귄이 알에서 깨어나 둥지를 나오고 보육원에 들어가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다(p16).

 

벌써 5년째, 매년 겨울마다 남극 세종기지에 펭귄 연구를 위해 떠나는 이원영 박사님의 펭귄 관찰일기 <펭귄의 여름>, 펭귄의 귀여움을 한껏 뽐낸 박사님표 펭귄 그림과 일반인들에는 쉽게 허용되지 않는 남극이라는 신비한 곳에서 펼쳐지는 일상이 너무 신기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몇 년 전 mbc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남국의 눈물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도 정말 재밌게 읽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미 남극기지의 일상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고 할지라도 하루하루 한 개인의 일상을 담은 일기는 더 특별했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하지만 강한 눈보라 앞에서 느끼는 고독, 관찰자를 넘어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펭귄의 성장기, 고립된 곳인 만큼 보급물자의 간절함과 연구자로서의 고뇌까지. 43일이라는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남극에서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남극이란 어떤 곳일까? 아마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살아 생전 갈 일이 없을 거기에 특별히 선정된 남극 체험단에 질투심을 느꼈다. 책 속의 있는 지식을 너머 진짜 남극의 모습을 알고 싶어 하는(p33) 그들의 바람이 곧 나의 바람인지라 남극 체험단에게 전한 주의사항이 더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우리보다 훨씬 큰 생명체들이 해치지는 않는다지만 나의 공간에 마구잡이로 들어와서 나를 관찰한다면? 펭귄에게 인간의 존재가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펭귄의 캐릭터가 지구 반대편에서는 귀여움으로 소비되지만 야생동물은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p50) 박사님의 당부가 뇌리에 남는다. 그 옛날, 지금처럼 남극에 윤리가 확립되지 않았을 때, 호기심 많은 펭귄들을 인간들이 방망이로 때려 잡았다는 과거는 참 부끄러울 따름이다.

 

펭귄 연구가인 만큼 펭귄에게 칩을 붙일 때마다 괴로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펭귄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행위지만 혹 그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겨서 집을 찾아오지 못하는 건가 안타까워하는 독백은 박사님이 얼마나 펭귄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펭귄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지만 혹 자신이 그들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까. 하지만 그로인해 얻은 연구 결과로 인간이 펭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오늘도 불철주야 외로운 땅 남극에서 연구를 멈추지 않는 과학자 분들게 경의를 표한다.

 

 

 

펭귄은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에 대한 관찰 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펭귄의 이혼률(?)은 한 가족으로 평생을 사는 인간에게는 조금 의외의 부분이었다. 아빠 펭귄, 엄마 펭귄, 아기 펭귄이 한데 모여 평생을 살 것 같은데 생각보다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건 놀라웠다. 43,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알에서 태어나 보육원에 들어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헤어진다. 다음해 짝짓기를 할 때 이들이 꼭 다시 만나려 하지 않는다는 걸, 펭귄에게 물어보고 싶긴 하다.

 

민감하게 변하는 남극의 생태를 가장 먼저 목격하는 만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어떻게 하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단순히 텀블러 사용이 전부일지 우리에게 묻는다.

 

그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는 무국적의 땅 남극, 미지의 세계 속에서 과학자들은 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 추위와 고독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들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연구 결과물이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책으로 출간되어 나온다. 어린 펭귄의 유아기를 알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책을 덮을 때까지 쑥쑥 커나가는 펭귄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남극은 언뜻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펭귄과 인간 모두에게 힘든 공간이다. 도처에 사고 위험이 있으며 죽은 이들도 많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삶도 그리 만만치 않다(p173).

 

그럼에도 살기 위해 애쓰는 펭귄의 또 다른 이면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분주한 펭귄의 여름, 그들의 성장기를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다니, 남극에 가지 않아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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