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 진실한 삶을 위한 실존주의적 처방
고든 마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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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의 흐름 중 하나는 실존주의다. 실존주의, 그 이름은 자주 들어봤는데 철학전공자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뭘 말하는지는 모를 것이다. 결국 모든 철학의 종착점은 삶이란 무엇인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 학자는 덴마크의 키르케고르이다. 그의 뜻을 이은 실존주의 철학자 고든 마리노는 <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를 통해 실존주의 철학이 무엇인지, 키르케고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서술한다. 그는 실존주의 철학자지만 키르케고르의 모든 부분을 동의하지 않는다. 불안, 우울, 죽음, 신앙, 사랑 등 7가지 주제로 실존주의 철학을 풀어가는 이 책을 읽다보면 키르케고르를 향한 저자의 무한한 경외심과 더불어 그의 소심한 반항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삶을 살면서 매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일상이다. 혹자들은 인간이 불안이란 감정을 가진 것을 나약한 정신력이라 말하지만 실존주의자들은 다른 견해를 가진다. 이들은 이성을 가리는 감성을 부정적인 요소로 보지 않는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통해 우리가 자유롭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면에서 가능성으로 가득한 피조물이란 걸 깨닫게 된다(p61) 말한다. 그는 불안은 더 고결한 삶을 그리워하는 세속적 마음(p69)이라 말하며 불안정한 감정들과 공존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두려움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라(p62) 조언한다.

 

 

 

키르케고르에게 우울과 절망은 우리에게서 명령하는 용기와 순종하는 용기, 행동하는 힘과 희망하는 자신감을 빼앗아간 결함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주장했다(p78). 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은 슬픔, 시샘, 격분과 같은 감정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p97)고 말한다. 부정적인 감정의 연속은 질병으로 인식하며 키르케고르 역시 우울이 정신적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우울과 절망을 구분한다.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 감정 때문에 나를 포기하는 것은 결이 다른 문제라 강조한다. 우울은 절망이 아니지만 절망으로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태이며 우리는 절망을 피하기 위해 내면을 삶을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 방법은 육체노동을 떠올릴 수도 있으며 항우울제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될 수 있다.

 

나는 이성을 노래하는 철학에 신앙이 들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무식하고 용감한 발언이지만 믿음의 신앙과 철학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는 앞선 주제들에 신앙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는다. 다만 내가 납득할 수 없기에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키르케고르는 과학이 활짝 개화되던 시대에 살았지만, 신앙을 설명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뿐더러 우리의 삶을 보이지 않는 신에게 맡겨야 하는 객관적인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p175). 그는 신앙이 없으면 자기투명성이 불가능하다(p177) 말했지만 이 책의 저자 고든 마리노는 신앙을 신과의 관계가 아닌 신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갖는 신뢰와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p185). “기도는 하느님을 바꾸지 않지만, 기도하는 사람을 바꾼다.(p185)” 키르케고르의 신앙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의 이 발언은 신앙의 가치를 넘어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명제가 아닐까.

 

실존주의자들은 인간을 나약한 존재로 인식했다. 수 없이 무너지고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며 자기를 기만하는 존재.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마땅히 느낄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감정을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진 인간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인간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존주의적 가르침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삶을 향한 도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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