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정민 산문집 2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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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통해 만나는 사람이야기

 

글은 사람의 됨됨이를 표현한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나본적 없는 사람도 글을 통해 이런 사람이겠거니 상상해보곤 한다. 정민 교수의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는 그가 시공간을 초월해 만난 사람과 책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가깝게는 정민 교수님의 지인에서 멀게는 옛 선현들의 지혜를 글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살면서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왜 읽어야 하는지, 단지 유명해서가 아닌 진정한 독서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은 든든한 거목 같은 그도 한때는 여리여리한 새싹 같던 시절이 있었고 그를 지켜주었던 스승이 있었다. 제자를 바라보는 따스한 마음과 학자들의 괴짜스러움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는 진솔한 책이다.

 

하나의 사물, 매화를 통해 문봉선 화백과 퇴계선생, 이덕무, 박지원, 유득공 등 한국사에 쟁쟁한 인물들의 시선을 보여준다. 청나라의 공자진이 바라본 매화는 어떤 것일까? 정민 교수님은 과거의 인물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현재의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그러니까 이 병신 매화는 바로 너희다. 하고 싶은 일 하려 들면 잘라버리고 솎아 내버린다. 값비싼 상품이 되려면 온전히 제 성질대로는 안 된다. 정작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생각지 않고 돈 많이 벌고, 남들이 하고 싶어 하고 되고 싶어 하는 것만 쫓아다닌다. 나는 너희가 화분을 깨고 두 팔을 쭉쭉 뻗으며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는 젊은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글을 함께 읽었다.(p159)”

 

매화를 통해 정민 교수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명명백백했다. 김춘추 시인의 꽃처럼, 내게 매화가 의미가 생기자 그 동질감은 새로운 시선을 창조해냈다. 그저 한 송이의 꽃이었던 매화는 나와 참 비슷했고 매화를 통해 우리가 성장하길 바라는 교수님의 마음도 느껴졌다.

 

사실 정민 교수님은 내가 어렸을 적 느낌표란 프로그램에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란 책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나도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사실 쉽지는 않았다 ㅎㅎ 그 책 이후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교수님의 근황을 알 수 있어서 반가웠다. 내가 훌쩍 클 만큼 긴 시간 동안 교수님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책을 내셨나보다. 책의 에피소드 중,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만난 후지쓰카 지카시 편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만남의 인연이란 이런 것일까. 두 학자는 우연한 계기로 수세기가 지나 조우했다. 어둠 속에 묻힐 뻔한 후지쓰카의 연구를 한국의 학자가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교수님이 이런 일을 하시는 구나, 왜 한시를 쓰시고 사람과 책을 가까이 하는 분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걸 알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쫓는 배움보다는 단순 암기가 된다. 잘 외워지지 않고 헷갈리는데 시험 볼 때는 그렇게 외워지지 않던 백제의 흑치상지가 그의 평전을 설명하는 글을 읽으며 가슴 속에 절절히 다가왔다. 2부 향기 나는 책 편은 참 맛깔나게 글을 잘 쓰신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솔직히 이 책에 소개된 책 들 중 읽어본 책보다 안 읽어본 책이 더 많은데 다 읽어보고 싶은 욕심에 또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차곡차곡 쌓았다. 조금이라도 읽어본 책이 나오면 왜 이리도 반갑던지 ㅎㅎ 내가 책을 읽는 건 조금 1차원적이지만 고차원적으로 접근하는 팁을 알게 되어 어깨가 으쓱해진다.

 

1부는 사람, 2부는 책, 사람과 책을 바라보는 정민 교수님의 시선에서 따스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분은 사람과 책을 참 좋아하시는구나.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인생의 진리도 곳곳이 배울 수 있다. 사람과 책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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