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 우리의 대안 - ‘사회적 시장경제’와 한국 사회의 미래
조성복 지음 / 어문학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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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는 어떤 곳일까

 

가끔 내 인생의 미래를 상상해보면 꽃길보다는 흙길이 먼저 떠오른다. 탈출할 수 없는 미로에 갇힌 느낌이다. 내가 뭘 해야지 이런 막막한 어둠을 떨쳐낼 수 있을까 고민해보지만 신세한탄으로만 이어질 뿐 딱히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지진 않는다. 혹자들은 이런 젊은 세대들의 나태함을 노오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학습된 무기력의 결과가 아닐까, 이 모든 게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싶다.

 

조성복 교수님의 <독일 사회, 우리의 대안>은 사회적으로 주눅 든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급진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건전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그 부작용을 몸소 겪는 과도기에 있는 것이다. 불과 몇십 년 전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던 나라가 있다. 동독과 서독, 하나였던 나라는 둘 로 갈라져 서로를 미워하고 끊임없이 싸웠다. 통일을 이룩했지만 사회적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극복해냈고 현재의 독일은 유럽연합의 맏형으로 유럽의 이익을 위해 최전선에 서있다.

 

이 책은 근면성실함이 몸에 배었지만 경쟁에 내몰리며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할지 그 대안을 제시해준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부족함이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라는 점을 명확히 꼽는다.

 

무조건 1등만을 추구하지 않는 합리적인 교육 시스템부터, 2년마다 주거난민이 일상인 한국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을 공공임대주택, 어떤 일이든 제대로 된 일자리를 하나 얻으면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 일자리 정책, 사생결단 하듯이 격렬할 이유가 없는 독일의 노사관계와 독일에서의 사회정의까지. 다방면에서 독일이란 어떤 나라인지를 섬세하게 다룬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유토피아가 있을까 싶다. 물론, 독일도 그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안고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사회구성원의 최저생활은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복지를 위해 세금을 올린다면 빨XX부터 시작해서 온갖 격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나부터도 그 어떤 이유가 되었건 증세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질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나에게서 뜯어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내가 낸 만큼 돌려받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내가 낸 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인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거부감을 가질까 싶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 배제 7대원칙을 만들었으나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말뿐인 정의는 그 누구에게도 신뢰를 줄 수 없다. 독일과 같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 시스템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혹자들은 지금 이게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다. 일단 누군가라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지금 하지 못하는 일은 더 잘 살게 되더라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바로 해야 한다. 비록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방향으로는 가야한다. 보수 진영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파이를 좀 더 키워야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도대체 파이가 얼마만큼이 되어야 커졌다고 할 것인가? (p185).

 

지금 하지 못하는 걸, 이후에는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일생도 그렇지 않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해야지 나중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요구해야 한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 바람직한 시스템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사회가 알고 싶다면 <독일 사회, 우리의 대안>을 읽어보길 바란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변화는 없을지라도 개개인의 작은 인식의 변화는 큰 파도처럼 몰려와 사회를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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