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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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스터디를 하면서, 우울증이나 자살 문제 등에 대해 책을 읽으며 정리를 하였다. 그 기회에 청소년 자살을 다룬 소설을 읽으니 좀더 피부에 와닿는 현실로 느껴지게 된다. 


 사람의 속마음은 참 깊고 여러 결로 되어있다. 늘 옆에 있거나,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저 사람은 내가 알고 있어"라고 자신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실은 정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감성적이고, 성인에 비하여 다소 충동적이면서 종합적 사고력은 아직 덜 발달된 청소년기라면 어떠할까.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를 보며 불안하고 조마조마해 할 것 같다.    


 소설 속 천지는 진지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골똘히 생각하고, 속으로 쌓아두면서, 밖으로 잘 표출하지 않는 아이였다. 이 아이에게 누구라도 좀더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삶의 무게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옆에서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생각으로 견고하게 똘똘 뭉쳐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 저렇게만 생각할까?" 내지는 "뭐 저런 걸로 그렇게 고민할까?"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교정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이 힘들어하는 친구를 세심하게 잘 관찰하고, 옆에서 안부를 물을 뿐이다. "괜찮니?" "잘 지내니?" "뭐 도와줄 건 없을까?"라고. 혹시나 털어놓고 싶어하면 잘 들어주도록 한다. 그렇게 그렇게 힘든 시기를 지나, (청소년의 경우 성인이 된 후에) 작가가 말한 "소소한 기쁨"을 누릴 기회를 가지게 하여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애초에 큰 것을 바란 게 아니니까요.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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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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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이 책과 <옥수수와 나>를 소개하며 김영하 작가와 함께했었다. 김중혁 작가까지 하여 이야기 잘하는 세 사람이 같이 있으니 그 회 팟캐스트는 꽉찬 느낌이었다. 팟캐스트 들은 후에 <퀴즈쇼>를 읽었고,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영하 작가 소설은 굉장히 빠르게 몰입하게 되는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소재나 인물들이 강렬하여 더 그런 것 같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었다면 충격이 심했을 것이다. 그래도 팟캐스트로 대략적인 개요를 알고 보았기에 좀 나았다.


 대입을 향해 경쟁하는 수많은 학생들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아할) 청소년들의 어두운 이야기. 주인공인 제이는 탁월한 공감능력을 가졌다. 비참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고 충분한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받았더라면 분명 다른 사람으로 자랐을 것이다. 종교지도자나 사회복지사가 되었을 수도 있고, 연기자나 라디오 DJ로 타인들을 위로해주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동물과의 교감하는 능력으로 동물조련사가 되었을 수도 있다. 마치 거리의 성인처럼 구도자가 될 것 같던 제이는 자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소모한다. 그 무의미함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어떤 소설가는 굉장히 선동적이어서 사람을 파르르 분노하게도 만들고 무언가 행동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소설가는 뜨거운 차를 마신 뒤 몸이 손발끝이 점차 따뜻해지듯이 마음이 서서히 따뜻해지는 글을 쓰기도 한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없는 물건이 가득든 상자에 손을 넣는 기분인데, 그 안에는 기쁜 것, 슬픈 것, 끔찍한 것 등 갖가지 것이 다 들어있다. 그는 이런 이야기들을 참으로 담담하게도 풀어간다. 위트 있는데 어쩐지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문체 때문에 작가의 책을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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